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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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석원 님과 이름이 같은 주인공의 연애사를 재미있게 잘 읽었다.

에세이가 아닌 이야기 산문집이니 실제 연애담은 아니지만 실제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실감났다.

생각하는 거나 예민한 작가의 취향 등이 반영된 주인공인지라 그런 오해가 생길 법도 하지만 아니겠지?


층간소음 문제로 촉발된 여러 행동들이 결국은 오래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재미있다.

세상에 이런 독특한 연애를 하는 연인들도 있을 수 있겠지.


<첫 문장>

  "그는 자기가 대한민국 서울 도봉구에 찾아온 첫 번째 외계인이라고 했다. 당신이 첫 번째라고 어떻게 장담하느냐 물었더니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무성無性의 존재였으며 지구에는 그의 인종을 분류할 체계가 없었다. 그의 피부는 엷은 푸른빛을 띠었으며 눈의 검은 동자가 다소 컸을 뿐, 다른 부분은 우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는 내게 말하길 '너는 앞으로 백 일 동안 나에게 하루 한 편씩 지구의 영화를 골라서 권해 줘야 한다. 만약 영화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엔 경고로 네가 사는 도붕구를 파괴할 것이며 그래도 답이 안 보이면 전 지구를 멸망시킬 거'라 했다."(11면)


첫 문장 읽고 지구가 정말 망하나 하다가 층간 소음 문제로 발전한 윗층 주인이 대체 누군지, 의도하지 않은 기회로 만난 그 사람과의 관계는 어찌 될지 이런 것들을 궁금해하다 보면 금방 책의 끝에 이르게 된다. 중간 중간 코미디인듯 위트와 재치있는 설정들 덕분에 금방 다 읽어버리게 된다. 


주인공 석원과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은 그 사람과의 시간이 앞으로도 계속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이 오래하지 못하고 끝을 맞이하더라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니까.


  "나는 오늘도 영화를 본다. 이렇게 매일 영화를 본 적은 나로서도 처음인데, 어쨌든 벌써 몇 년째 매일 영화를 보고 있다. 이 세상에서 영화라는 매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시간도 영원할까? 글쎄, 하지만 꿈을 너무 크게 가지면 정작 나 자신이 소외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너무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난 이제 외계인이 준 교훈대로, 아니 이 모든 이야기가 내게 가르쳐 준 대로 그 모든 시간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 동안 내가 믿어야 했던 것은 반드시 찾아올 '끝'이 아니라 그 모든 지금, 바로 이 '순간'들이었다는 것도.(작가의 말 중에서, 305)


내게 더 이상 연애 세포는 남아있지 않지만 가슴 설레게 하는 일이 비단 연애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지금 이 순간 순간이 너무 소중하니까 지금을 감사하며 즐기는 것. 

이것이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아닐지... 

그는 자기가 대한민국 서울 도봉구에 찾아온 첫 번째 외계인이라고 했다. 당신이 첫 번째라고 어떻게 장담하느냐고 물었더니 질문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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