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것은 왜 정치적인 것인가? 현대 사회의 공(公)·사(私) 영역 분리 이데올로기는 여성 인권 침해의 가장 핵심적인 논리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활동이 사적인 것(the private)과 공적인 것(the public)으로 구분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 이후의 일이다. 이때부터 집은 일터와 분리되기 시작했다. 봉건 사회에서는 일터, 학교, 집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생활, 프라이버시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공사영역의 구분은 실제로 분리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근대에 이르러 공·사 분리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다. 일터는 공적인 영역으로, 집은 사적인 영역으로 개념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터와 집은 물리적으로는 분리되었지만, 실제로 두 영역은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 분리 ‘이데올로기‘에서 두 영역은 상호 배타적·위계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 P161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근대적 인권 개념은 성차별을 옹호하는가부장제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공사 영역 분리 이데올로기는여성을 개인, 인간의 위치로 승격시키는 것과 가부장제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전략이었다. ‘여성적 공간‘이라고 간주되는 사 - P161
적인 영역에서는 인권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가족 외에도,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영역이 많다. 군대에서 제대를 사회에 나간다."라고 표현하거나 윤락여성의 사회 복귀 방안에 대한연구‘와 같은 언설들은 군대나 성매매 집결지(집창 지역)는 사회가 아니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 곳은 사회가 아니므로 폭력 등 인권 침해 사안이 발생해도 사회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대 이후, 여성은 가족을 대표하고 남성은 사회를 대표하게 되었다. 이것이 공사 영역 분리의 성별이다. 모성이나 아동기의 개념도 이때 탄생한 것인데, 여성은 모성의 담지자로 ‘노동자로서 자격‘을 잃게 되었다. 여성의 가사 노동은 비가시화되고, 산업 예비군, ‘유휴(遊休)‘ 노동력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반면, 남성 가장은 사회에 대해 가족의 이해를 대변하게 되었고, 노동자 모델을 남성으로 전제하여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는 ‘가족 임금제(family wage)‘가 만들어졌다. 남성이 가족을 부양한다는 전제 아래 고용 · 임금·승진·직업 훈련 등에서 남성 노동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가족 임금제 사회에서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 대단히 어렵다. - P162
인권 이론에 대한 여성주의의 가장 큰 공헌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했던 근대적 인권 개념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제까지 비정치적인 공간으로 간주되었던 ‘사적인 영역‘에 인권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인권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여성주의 인권은 기존 공적 영역에서 ‘국가 대 개인‘의 억압뿐만 아니라 ‘개인 대 개인‘의억압도 중요한 인권 문제로 보며 일상을 정치화했다. 사실, 기존의 인권 범위는 대단히 협소한 것이었다. 인구의 과반수를 훨씬 넘는 여성, 동성애자, 장애인들은 국가의 법과 제도에 의해 차별받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보이지 않는‘ 차별과 고통은 더욱 심각하다. 일상의 - P166
폭력이 인권의 문제로 제기되어야 한다는 것은 성차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이들의 일상을 규율하고 있는 외모·학벌·나이·서울 중심주의 등으로 인한 차별 사안도 인권 침해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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