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유머와 함께 돌아온 이석원.
이젠 정말 가수보다 작가로만 불러야 하는구나
제목은 그의 노래에서 가져왔다. 그래서 더 반갑다.

희안하고 재미있는 데이트 방법이네
야구 중계를 각자의 집에서 보는데 전화 연결된 상태에서 대화하듯 자기일 하면서 하는 데이트란다. 특이하고 재미있을 거 같다. ~~









아뇨, 야구장 말고 그냥 중계방송 같이보자고요.

아니, 세상에, 이것은 야구장에 가는 것보다 몇 배는더 친밀한 이벤트가 아닌가? 중계를 같이 보려면 누군가의 집엘 가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난 처음에 너무 - P166

진도가 이른 것은 아닌가, 근데 우리집엘 오겠다고 하면 어쩌지 하면서 혼자 오만 수선을 떨고 있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의 제안은 이랬다.
  각자 자신의 집에서 서로 전화 연결이 된 상태로 티브이에서 하는 야구 중계방송을 틀어 놓고 같이 보자는 것이었다.
음.....…? - P167

알다시피 축구와 달리 야구는 주 6일 동안 거진 매일경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점점 더 자주 그런 식의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누군가와 뭔가를 매일 같이한다는 느낌. 그러면서도 자기영역이 침범받지 않는 각자의 자유가 허용되는 느낌이 뭔지를 한 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던 나는, 너무도일상적이고도 잔잔한,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파고가우리 사이에 이는 느낌에 놀라고 말았다. - P172

누굴 한번 만나려면 거의 일주일, 특별한 날이면 무려한 달 전부터 어디서 만나서 무얼 먹으며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를 거의 콘서트 준비하듯이 하며 살아온내게, 대체 이렇게 각자의 자유가 허용되는 일상적이고도 나른한 데이트라는 건 난생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이게 진짜 데이트가 맞는지여전히 헷갈리는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고 할까?
- P172

그 뒤로 나는 점점 더 자주, 아니 솔직히 말하면 거의 매일 야구 경기가 시작되는 저녁 여섯 시 반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었고, 비가 와서 경기가 연기되는 날이나 경기가 아예 없는 월요일을 점점 더 미워하게 되었다. - P173

혹시 침묵이 어색하세요?

나는 지금도 열심히 그 침묵의 순간을 메우려 사력을다하던 내게 그 사람이 그 말을 건네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행여 둘 사이에 ‘마‘라도 낄까 분주히 검색까지해 가며 노력하던 내게, 그 사람의 그 한마디는 순식간에 나를 진정시키는 일종의 진정제이자 다독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P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