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이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꿈으로 보여준다.
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건지, 그 시간 동안 지연은 언니가 자신을 계속 바라봐 주기를 고대했을 것이다.
책의 제목인 ‘밝은 밤‘의 이미지는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지! 밤인데 너무 밝아서 언니의 얼굴이 또렷이 보이고 언니가 나를 계속 지켜주고 있었단 느낌을 받은 밝은 밤... 그 꿈속처럼 지연의 상처도 잘 아물수 있기를 바라본다.
눈을 뜨자 다시 깊은 밤이다. 한밤의 버스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앉아 있다. 스물두 살의 나는 그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차서 어쩔 줄 모르지만 그가 곧 입을 열어 나를 떠나겠다고 말하리라는걸 알고 있다. 마침내 그가 말한다. 알아, 알고 있어. 당신이 이런 말을 할 줄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 알아, 알아. 그가 버스에서 내리고나서도 나는 계속 말한다. 알아, 알아 결국 다 떠난다는 걸・・・・・・ 깨어나고 싶어. 나는 벨을 누르지만 버스는 정차하지 않는다. 소리질러 기사를 부르고, 주먹으로 아무리 출입문을 두드려도 버스는 서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 P234
등뒤에서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것이 남편이 나를 떠나면서 문을 닫는 소리라는 것을 안다. 너만은・・・・・・ 너만은 나를떠나지 않을 줄 알았어. 나는 바닥에 앉아서 몸을 떨며 운다. - P235
지연아, 그때 내게 앞니 두 개가 빠진 여덟 살의 언니가 다가와서 등을 두드린다. 지연아, 지연아. 언니가 나를 부를수록 세상이 환해진다. 태양이 커지고 있나봐. 나는 좀전까지 울던 일을 잊고 언니에게 말한다. 너무 밝아서 눈이 부셔. 어떻게 이렇게 밝을 수 있어? 내 말에 언니는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들은 것처럼 환한 빛 속에서소리 내며 웃는다. 바보야. 언니가 말한다. 바보야, 난 널 떠난 적 없어.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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