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가꾸는 사람의 9월 - 흙
그리고 흙에서 받는 만큼 더욱 많이 주어야 한다는 것도알게 될 겁니다. 석회를 섞어 잘 뭉치지 않고 비옥하게 만들어주고, 따끈한 퇴비를 섞어 누그러뜨리고, 재를 섞어 가볍게 해 - P108
주고 바람이 잘 통하고 별을 흠뻑 받도록 해 줍니다. 그러면굳은 진흙이 고요히 숨을 쉬듯 풀어지고 바스러집니다. 가래으로 찍으면 놀랄 만큼 순순하게 부서지지요. 손에 쥐면 따뜻하고 빚으면 모양도 잘 만들어집니다. 길이 든 것이지요. 딱딱하게 굳은 진흙을 한두번길들였다면 위대한 승리를 거둔 겁니다. 이제 흙은 포슬포슬하고 촉촉하게, 얼마든지 작업할 수 있게 준비가 다 되어 있어요. 엄지와 검지로 흙을 집어 비벼보면 승리를 확신할 수 있을 겁니다. 이 흙에 무슨 씨앗을 심을까 하는 생각마저 사라질 겁니다. 이 검고 포슬포슬한 흙만으로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팬지나 당근이 우거진 화단만큼 아름답지 않습니까? 흙이라는 이 고귀하고 박애주의적인 걸작을 차지하게 될 식물이 심지어 부럽지 않습니까? - P109
*정원 가꾸는 사람의 시월 - 가을의 아름다움
하지만 허락해 주신다면 가을의 가장 겸허한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밭이 없고 수레에 사탕무를 실어 태산처럼 쌓지도 않는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원에 퇴비를 뿌려 보신 적이 있나요? 한 수레 가득 퇴비를 실어와서 땅에 내려 두면, 퇴비더미에서 뜨끈뜨끈하게 김이 피어오릅니다. 그러면 그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눈과 코로 품질을 가늠한 후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겁니다.
"훌륭해요, 퇴비가 아주 좋습니다."
"좋긴 한데, 좀 가볍네요." 이렇게 말할 때도 있습니다.
"지푸라기밖에 없잖습니까." 투덜거리기도 하지요. "똥이너무 적어요."
"꺼져 버려, 이 보슬보슬하고 귀한 퇴비더미를 멀리 빙 돌아가면서 코를 막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훌륭한 퇴비가 뭔지도 모르는 주제에."
화단에 필요한 만큼 퇴비를 주고 나면, 이 땅에 선한 일을 행한 듯한, 어쩐지 신비로운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니까요.
~~그렇죠 그렇죠 백번 옳은 말씀이십니다. 카렐 님! ㅎㅎ
그 정도 냄새쯤이야 정원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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