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함께 애도하면서 치유하기- 애도 의례
동물들의 애도의례가 우리 사람들의 애도의식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이상하게 더 마음이 아파왔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고 통곡하고 눈물 흘리고 슬픔을 함께 나누며 치유하는 과정들을 동물들도 똑같이 행하고 있는 것이다.

코끼리나 침팬지는 동료나 가족의 죽은 몸 위로 흙을 뿌려 덮거나 나뭇잎, 나뭇가지 등을 덮는 행위를 한다. 얼룩말도 죽은 가족의 곁을 얼마동안 떠나지 않고 머물면서 슬픈 울음 소리를 내고 상처를 핥으면서 다시 그들의 무리로 끌어들이려 애를 쓴다. 그런 동료의 곁을 다른 얼룩말들이 지켜주는데 혼자 남아 애도하는 동료는 무방비 상태로 늑대나 사자 등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적인 포유동물들에게 쓰러진 가족을 남겨두고 이동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227면)이기 때문에 인간이 그러하듯 관 위에 흙을 뿌리거나 죽은 우두머리의 몸 위에 흙을 덮고, 나뭇가지로 덮는 의례를 통해 슬픔을 공유하고 위안을 삼으려 하는 것이다.
작가가 이 글을 쓸 때 남동생을 떠나보내지 4년이 지났다고 했다. 아직도 동생이 생각날 때면 마음 속에서 집중이 안되고 슬픔을 참을 수 없으며 그럴 때 음악을 들으면 치유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요즘과 같은 꽃샘 추위가 한창이던 2013년 봄에 하나뿐인 남동생을 보낸 기억은 나에게도 크나큰 슬픔의 자취를 남겼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도 모르게 솟아난다. 이 슬픔이 치유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동생과 더 자주 함께하지 못한 후회만 가득 남아서 자책할 때가 많다. 이제 동생을 생각할 때면 그 애가 누워 있을 소나무를 생각하게 되고 더 많은 햇살이 비춰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덩달아 하게 된다.
나도 작가가 남동생을 추억하며 불렀다는 신디 로퍼의 Time after time, 스티비 닉스의 Landslide를 들어봐야겠다.

˝슬픔과 절망의 건너편에서 나는 너를 맞이한다.
내 사랑은 산산이 부서진 조각으로 너무 넓게 퍼져 있어서 어딜 가든 너에게 닿는다.˝
_레너드 코헨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동물들은 어린 새끼가 아니라면 사실상 죽은 가족을 데리고다니는건거의 불가능하다. 앞서 가족을 잃은 얼룩말의 사례도 죽은 가족을 데리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얼룩말은가족구성원이나 무리 가운데 한 마리가 죽으면 오랫동안 사체 옆에서 떠나지 않는다. 보통 먹고 마시기 위해서만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어른코끼리의 몸집은 너무 커서 죽은후 몇 달에서 몇 년까지 그 자리에 사체가 계속 남아 있다. 친척이 죽어서 누워 있는 곳이나 친지가 죽음을맞이한 장소로 자주 찾아오는 코끼리들이 있었다. 나는 이들을 관찰했다. - P238

코끼리는 힘겨워하는 다른 코끼리를 도우려는 본능이 강하다. 비틀거리는 코끼리 주위에 가족들이 모여 있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코끼리들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 다른 코끼리를 일으켜 세워 제 발로 서게 한다. 때때로 다른 코끼리가 넘어지지 않도록 엄니로 받치기까지한다. 옆에 있던 코끼리가 죽으면 앞발이나 뒷발을 이용해 땅에서 들어 올려 일으키려고 할 때도 있다. - P239

많은 보고서에서 야생 코끼리는 죽은 코끼리의 몸에 흙을 뿌리거나 나뭇가지를 덮어 매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자가 해치지 못하도록 사체를 보호하는 행위인지 죽은 동료를 매장하는 행위인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코끼리가 다친 사람을 나뭇가지로 덮었다는 사례도 들은적이 있다.
야생 침팬지는 죽은 가족을 흙이나 나뭇잎으로 덮어 매장한다.
연구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침팬지 한마리가 나무위에서 떨어져 죽은 일이 있었다. 그러자 죽은 침팬지가 내려다보이는 나무위에 앉아있던 침팬지들이 죽은 침팬지의 몸 위로 나뭇가지를 꺾어서 떨어뜨렸다. 사체가 나뭇가지로 완전히 뒤덮였다. - P242

관위에 흙을 뿌리면서 조금은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코끼리들은 죽은 우두머리 암컷의 몸을 흙으로 덮었고, 침팬지들은 죽은 가족을 나뭇가지로 덮었다. 의례를 통해 우리는 다른 모든 사회적 동물과연결되고 그들이 느꼈던 슬픔을 공유한다. 묘지에는 여기저기에 아름다운 묘비가 싱싱한 꽃들로 장식되어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남편과 함께 천천히 거닐면서 이곳이 내 형제가 영원히 지낼 안식처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려 애썼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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