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내게 하는 말, 행동과 흡사한 부분이 아주 많다. 나도 엄마가 말 좀 해보라고 하면 절대 말안한다. 일부러 더 화나라고!
그래서 이 책이 끌렸다. 왜 사나운 애착인지 알거 같아서.
그런데 작가와 엄마는 도시를 걸으며 항상 붙어 다닌다. 과거 이야기 하기도 즐기고.
엄마와 나는 만나서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싸움이 일어난다. 그래서 적당히 멀리 떨어져 산다.
정말 애증의 관계 속에 산다.
그래도 지금이 가장 평화로운 시기여서
이 책을 편히 읽을 수 있다.

˝여자로 산다는 것의 공허함˝이라니..
어떻게 이런 문장을 만드는 것인지

노지양 작가 번역한 책은 처음이네..








<첫문장>
나는 여덟 살이다. 엄마와 나는 아파트에서 나와 2층 층계참에 서 있다. 옆집 드러커 아줌마가 자기네 집 문을열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엄마가 우리 집 문을 닫으면서 그 아줌마에게 말한다. "거기 서서 뭐해?" 아줌마는고갯짓으로 집 안을 가리킨다. "저 남자가 하자고 해서.
나 건드리려면 샤워부터 하라고 했지." 나는 ‘저 남자가아줌마의 남편이라는 걸 안다. ‘남자‘는 언제나 남편이다.

"왜? 남편이 안 씻었나?" 엄마가 묻는다. "내 느낌엔더러워" 드러커 아줌마는 말한다. "드러커, 이 창부 같은여자야" 엄마가 말한다. 그분은 어깨를 으쓱한다. "난곧 죽어도 지하철은 못 탄다고 브롱크스에서 ‘지하철탄다‘는 말은 시내로 일을 하러 간다는
뜻으로 통한다. - P6

엄마와 내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아니 세월이흐르고 같이 보낸 시간이 쌓일수록 더 나빠지는 것만같다. 우리는 좁아터진, 강력하고 끈끈한 관계망 안에 - P10

갇혀서 옴짝달싹못한다. 몇 년 동안은 우리도 서로 지쳐서누그러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다시 분노가 일어난다.
뜨겁고 생생한 증오와 미움, 너무 뜨거워서 관심을 모조리빼앗아 갈 정도의 분노다. 근래에 우리 사이는 상당히나쁜 편이다. 엄마가 이 안 좋은 시절을 다루는 방식은대놓고, 큰 목소리로 나만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다. "너엄마 미워하지. 네가 나 꼴 보기 싫어하는 거 내가 모를줄 알아?" - P11

 그뿐만 아니라같이 거리를 걷다가 난생처음 보는 사람을 붙잡고 똑같은이야기를 하고도 남을 사람이다. "이 애가 내 딸인데요. 이 어미를 아주 싫어한답니다." 그러곤 내 쪽을 돌아보면서 하소연한다. "내가 대체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니?
그렇게까지 날 미워할 이유가 뭐가 있어? 대답 좀 해봐라."
나는 절대 답하지 않는다. 엄마가 미치고 팔짝 뛰기직전에 얼굴까지 붉으락푸르락 해져서 참으로 다행이다.
왜냐면, 나도 미치고 팔짝 뛰기 직전이니까. - P11

그 부엌, 그 창문, 그 안뜰 그것은 엄마가 뿌리를 내린대기였고 엄마가 서 있던 배경이었다. 이곳에서 엄마는똑똑하고, 웃기고, 활기 넘쳤고, 권위와 영향력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엄마는 당신을 둘러싼 환경을 경멸했다.
"여편네들이란, 으이구!" 입버릇처럼 말했다. "빨랫줄 앞에모여가지고 이 집 저집 욕이나 하고." 엄마는 여기 아닌다른 세상, 진짜 세상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가끔은당신이 그 세상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아주 열렬하고절실하게. 엄마는 집안일에 열중하다가도 갑자기 모든동작을 일제히 멈추고,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몇 분 동안싱크대를 바닥을, 스토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런데그 세상이 어디 있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데? 그게 대체 뭔데? - P25

이것이 엄마가 처한 삶의 조건이었다. 여기 이 부엌에서당신이 누구인지 잘 안다는 것 또한 이 부엌에서안절부절못하고 지리멸렬해한다는 것. 이 부엌에서엄마는 누구나 존경하고 감탄할 정도로 훌륭히 기능한다.

이 부엌에서 당신이 하는 일을 혐오스러워한다. 어쩌면나중에 당신 입으로 말한 "여자로 산다는 것의 공허함"에 대해 분노를 키우고 있다. 그러다가도 골목에서 벌어지는세상만사를 날카롭게 분석하면서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명랑하고 유쾌한 웃음을 터트린다.
 
아침에는 수동적이고 오후에는 반항적이던 엄마는 매일 새로 만들어졌다가매일 풀어져버리는 사람이었다. 당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재료를 굶주린 사람처럼 붙들고 스스로 창조한 세계에 애정을 보이다가도 일순간 어쩔 수 없이 이 생활로 끌려온 부역자처럼 느끼곤 했다. 어떻게 그처럼 처절하게 분열된삶에 당신의 모든 감정을 쏟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그러니 나라고 무슨 수로 엄마의 감정에 감정을 쏟지 않을수 있었겠는가?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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