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과 받아들임의 순간!

부모님 두 분 다 무탈하고 건강했을 때, 부모님 간병에지쳐 괴로워하던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심각한 표정으로그의 이야기에 공감을 표했으나, 실은 아무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오만한가. 같은 경험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리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때로는 그게 몇십년 후의 일이 되기도 한다. 시간의 간격을 두고 겨우 알게 된 감정들. 그 감정에 허둥대면서도 먼저 겪어 낸 그들이 했던 말이 차례차례 떠오른다. 더 길게 살아내고 있는 자들 사이에, 슬픔을 매개로 한 연대가 형성되는 순간이다. - P85

남은 생명을 의식하기 시작한 남편은, 매일 바깥 풍경을바라보며 애달프게 그 시간을 즐겼다. 산새가 울면 귀기울여 듣고, 계절 따라 피는 뜰의 풀꽃을 휴대전화로 찍으며 그 시간을 보냈다. 어디선가 홀씨가 날아와 주차장 콘크리트 틈에 꽃을 피운 작은 민들레마저 소중히 대했다.
그는 말했다. 이런 것들과의 이별이 제일 괴롭다고. 당연하듯 반복되는 계절, 멈춤 없이 흘러갈 시간, 우주의 아름다운 모든 법칙들. 그것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게 정말 괴롭다고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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