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결론도 충격적이었지만 작품속에 등장하는 사파리 사냥 장면도 충격적이었다. 자동차를 타고 사자, 물소, 코뿔소, 영양 등을 따라가 무시무시한 총으로 총알이 다할 때까지 쏘아 사냥하고 가죽을 벗기는 행위들이 너무 혐오스러웠고, 이렇게 사라진 동물이 이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지 정보를 조금만 검색해도 우르르 쏟아질 정도니까 정말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만행들 앞에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헤밍웨이가 이 작품을 쓴 의도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읽고 자연을 거슬러 자행되는 인간의 잔악함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었다면 일단은 성공한 것이겠지!

이제 점심시간이었다. 모두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두 겹으로 된 초록색 식당용 텐트 장막 아래 앉아 있었다. "라임 주스를 들겠나, 레몬스쿼시를 들겠나?" 매코머가물었다. "김릿‘으로 하겠습니다." 로버트 윌슨이 대답했다. "나도 김럿으로 할래요. 뭘 좀 마셔야겠어요." 매코머의아내가 말했다. - P65
그러나 그날 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잠자리에 들기 전에모닥불 옆에서 위스키소다를 마시고 모기장을 친 침대에 드러누워 밤의 정적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프랜시스 매코머에게는 그 일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끝난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어떤 부분은 씻을 수 없을 만큼돋보이는 채, 그 일은 일어났던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그는 비참한 마음으로 그 일을 부끄럽게 떠올렸다. 아니, 부끄러움 이상으로 싸늘하고 공허한 공포감을 온몸으로 느꼈다. 한때는 자신만만하던 자리에 두려움이 마치 차갑고도 끈적한텅 빈 동굴처럼 그대로 남아, 이내 메스꺼움이 올라왔다. 그런느낌이 지금까지도 그에게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 P102
그들은 가파른 강둑을 내려가 개울을 건넌 뒤 옥석을 기어오르고 돌아서 강둑에서 뻗어 나온 나무뿌리에 매달려 반대편 강둑으로 올라갔다. 개울을 따라 걸어가 마침내 매코머가 쏜 첫 발을 맞고 사자가 달아난 곳에 다다랐다. 운반인들이풀 줄기로 가리키는 쪽을 보니 짤막한 풀밭에 시꺼먼 피가 묻어 있고 그 핏줄기는 개울 기슭 나무숲 속으로 나 있었다. "어떻게 할 참이오?" 매코머가 물었다. "별 도리가 없죠. 차를 몰고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강둑이 너무 가파르니까요. 놈이 좀 더 뻣뻣하게 굳은 뒤 저하고같이 안으로 들어가 찾아보죠." 윌슨이 대답했다. - P111
나이 먹은 원주민 운반인 콩고니는 핏자국을 쫓으면 서 앞장섰고, 윌슨은 큰 엽총을 겨누어 들고 풀밭이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않나 살폈으며, 또 다른 운반인 은 귀를 기울이며 앞을 응시했고, 매코머는 총을 겨눠 들고 윌슨 곁에 붙어 섰다. 이렇게 그들 일행이 풀숲으로 막 들어서려는 바로 그 순간, 매코머는 피 때문에 목구멍이 메어 기침 비슷한 신음 소리를 내며획 하고 풀밭에서 뛰어나오는 사자를 보았다. 다음 순간 그는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미친 듯이 달려 개울 쪽을 향해 줄행랑을 쳤다. - P114
그리고 그때 자동차가 길을 뛰어넘기라도 하듯이 크게 흔들리더니 일행은 물소 가까이에 다가와 있었다. 앞으로 넘어질 듯이 돌진하는 물소의 거대한 몸집이며,털이 성긴 먼지투성이 피부며, 널찍하게 솟은 뿔이며,콧구멍이 널찍하고 길게 늘어진 주둥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가총을 들고 쏠 자세를 취하려 하자 윌슨이 "차에서 쏴선 안 돼요. 이 바보 같은 양반아!" 하고 외쳤다. 그 순간 매코머는 윌슨에 대한 증오심을 느꼈을 뿐 공포 같은 건 전혀 느끼지 않았다. 브레이크가 걸리더니 자동차가 옆으로 미끄러지며 가까스로 멈춰 섰다. 윌슨이 한쪽에서 내리고 그는 다른 쪽에서 내렸는데, 차가 미처 멈추기 전이라 발이 땅바닥에 부딪쳐 비틀거렸다. 그러고 나서 매코머는 총을 치켜들어 달아나는 물소를 겨눠 쏘았다. 총알이 한 발 두 발 탕탕하고 물소 몸에 맞는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앞쪽 어깨와 어깨 사이에 퍼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꾸준히 달리고 있는 물소를 향해 총알을 있는 대로 계속 쏘아 댔다. 다시 총알을 장전하려고 더듬거리는데 물소가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 P128
"아, 이거야말로 진짜 사냥이었어.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마거릿, 당신도 신나지 않았어?" 그가 물었다. "난 끔찍이 싫었어요." "왜?" "싫었어요. 혐오스러웠다고요." 그녀가 불쾌한 표정으로내뱉었다. "이제는 두 번 다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처음 물소를 보고 쫓아가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겐 뭔가 변화가 일어났어. 마치 댐이 무너져 내렸다고나 할까. 순수한 흥분이었지." 매코머가 윌슨에게 말했다. "겁쟁이 마음을 깨끗이 씻어 버린 모양이죠. 사람들에겐참으로 묘한 일들이 일어나는 법이거든요." 윌슨이 말했다. - P134
사악해 보이는 물소의 작은 두눈이 보이는가 싶더니 머리통이 아래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그는 갑자기 눈을 멀게 하는 백열의 섬광이 머릿속에서 터지는 느낌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윌슨은 어깨 위에 총을 놓고 쏘려고 한쪽 옆으로 몸을 숙였다. 매코머는 똑바로 선 채 코를 겨누어 쓰고 있었다. 그러나 겨냥이 조금 높아 총알은 번번이 묵직한 뿔에 맞은 뒤 슬레이트 지붕에 맞은 듯 파편만을 날려 보냈다. 남편이 물소의 뿔에 찔릴 것 같았기 때문에 차안에 있던 매코머 부인은 6.5밀리미터 만리처 엽총으로 물소를 향해 쏘았고, 탄환은 남편의두개골 한쪽 밑에서 5센티미터가량 위쪽에 맞고 말았다. 프랜시스 매코머는 물소가 모로 넘어져 있는 곳에서 2 미터도 안 되는 곳에 얼굴을 밑으로 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아내는 남편의 시체 옆에 꿇어앉고 윌슨은 그 곁에 서 있었다. - P1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