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가 두려워하는 게 무엇일까? 그것은 두려움도 공포도 아니야. 그것은 그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허무라는 거지. 그것은 모두 허무였고, 인간도 한낱 허무에 지나지 않거든 모든 것이 오직 허무뿐, 필요한 것은 밝은 불빛과 어떤 종류의 깨끗함과 질서야. 허무 속에 살면서 전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지.  - P15

좋아! 이제 그는 죽음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언제나 두려워했던 것은 단 한 가지, 고통뿐이다. 고통이 너무 오래 계속되어 그를 나가떨어지게 하기 전까지는 누구 못지않게 고통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무엇인가가 몹시 고통을 주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자신이 무너지리라고 느낀 바로 그 순간 고통이 갑자기 멎어 버렸다. - P80

 그녀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꿈속에서 그녀는 롱아일랜도에 있는 자기 집에 가 있었다. 그녀의 딸이 사교계에 데뷔하기 전날 밤이었다. 어찌 된 셈인지 그녀의 아버지도 그곳에 나타나 몹시 거들먹거렸다. 바로 그때 하이에나가 너무큰 소리를 내어 우는 바람에 그녀는 번쩍 눈을 떴고, 잠깐 동안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몹시 두려워했다. 그래서 회중전등을 손에 들고 해리가 잠든 뒤에 들여놓은 또 다른 침대를 비춰 보았다. 모기장 아래 그의 몸뚱이를 볼 수 있었지만 어찌 된 셈인지 다리는 모기장 바깥으로나와 침대 옆을 따라 아래쪽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붕대가모두 풀려 있어 그녀는 차마 그것을 쳐다볼 수 없었다.
"몰로! 몰로! 몰로!" 여자가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해리! 해리!" 하고 불렀다. 이어서그녀의 음성은 점차 높아졌다. "해리! 제발 오, 해리!"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었고 숨을 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텐트 밖에서는 하이에나가 그녀의 잠을 깨울 때와 똑같이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가슴이 고동치는 소리 때문에 그녀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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