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이 단순히 <오웰의 장미>가 아니다.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당당히 붙어있다. 책을 읽어 나가다보니
이 부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더 크게 와 닿는다.
솔닛은 조지 오웰의 에세이를 읽고 다큐멘터리 작가와 함께 그가 심은 나무를 찾아 미국에서 영국으로 날아간다. 이 여행으로 솔닛은 작가 오웰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을 접고 그를 더 깊이 알아보기로 한다.
˝그 장미들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우리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이자,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계량가능한 실제적 결과가 없는 시간들이, 정의와 진실과 인권과 세상을 변혁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어떤 사람의 삶에, 어쩌면 모든 사람의 삶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27쪽)
1936년 봄, 한 작가가 장미를 심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안 지 30년 이상이 지났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몇 년 전 11월의 어느 날까지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 P11
그는 이렇게 제안한다. "나무를 심는 것, 특히 오래가는 단단한 나무를 심는 것은 돈도 수고도 별로 들이지 않고 후세에 해줄 수 있는 선물이다. 만일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 당신이 선악간에 행한 다른 어떤 일이 갖는 가시적 효과보다도 훨씬 오래갈 것이다." 그러고는 10년 전에 자신이 심은 값싼 장미들과 유실수들에 대해, 그리고 얼마 전에 그것들을 다시 찾아 자신이 후세에 남길 조촐한 식물학적 기여를 바라보았던 일에 대해 들려준다. "유실수 한그루와 장미 한 그루는 죽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잘 자라고 있다. 도합 유실수 다섯 그루에 장미가 일곱 그루, 그리고 구스베리 덤불이 둘인데, 다해서 12 하고도 6펜스밖에 들지 않았다. 이 식물들에는 별다른 일거리도 따르지 않았고, 애초에 들인액수 이상의 비용도 전혀 들지 않았다. 심지어 거름도 따로 준 일이 없었다. 그저 이따금 주변 농장의 말들이 울타리 밖에 멈춰 섰다 지나갈 때면 양동이를 들고 나가 주워 담아 온 것이 전부였다."
*여기에서의 ‘그‘는 당연히 조지 오웰이다. - P18
나는 나무 심기에 관한 그의 에세이를 「오웰 독본The OrwellReader」이라는 제목의 큼직하고 볼썽사나운 페이퍼백으로 읽었다. 책장 모서리가 수없이 접힌 그 책은 내가 스무 살 무렵 한 중고서점에서 싸게 사서 여러 해를 두고 뒤져가며 샅샅이 읽은 것이었다. 그 책을 통해 나는 그의 에세이스트로서의 문체와 어조를, 다른 작가들이나 정치나 언어나 글쓰기에 대한 견해들을 알게 되었다. 워낙 젊었을 때 탐독한 책이라 나 또한 에세이스트가되어가는 암중모색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족했다. 1945년에 발표된 우화 『동물농장은 어린 시절에 만났는데, 처음에는그것을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로 읽고 충실한 말(馬] 복서의 죽음을 슬퍼했을 뿐 그것이 러시아혁명이 스탈린주의로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알레고리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 P20
"사과나무도 100년은 너끈히 산다. 그러니까 내가1936년에 심은 콕스 사과나무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열매를 맺을것이다. 참나무나 너도밤나무는 수백 년을 살면서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후에야 마침내 목재로 켜질 것이다. 나는 개인적인 조림 사업으로 사회에 대한 모든 의무를 다할수 있다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뭔가 반사회적인 행동을할 때마다 일기장에 적어두었다가, 적당한 계절이 오면 땅에 도토리를 하나쯤 묻어보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 에세이는 개별적인 것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사소한 것에서 중대한 것으로 이 경우에는 한 그루 사과나무에서 과오에 대한 보상과후세를 위한 유증이라는 보편적인 문제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그의 작품에서 흔히 나타나는 글쓰기 방식을 잘 보여준다. - P21
정원의 나무들은 없어졌지만, 나이절을 만나고 나무 그루터기를 돌아보고 사진들을 보고 나자, 그들은 오웰이 심은 장미들은 아마 그대로 있으리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에 나는 화들짝놀랐고, 과일나무에 대한 실망이 갑자기 흥분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관심이 일었다. 우리는 다시 정원으로 나갔고, 그곳에는 그11월의 날에도 멋대로 자란 커다란 장미 두 그루가 꽃을 피우고있었다. 한 그루에는 연분홍 꽃봉오리가 조금 벌어져 있었고, 다른 한 그루에는 거의 새먼핑크 빛깔의 꽃이 피었는데, 꽃잎들의밑동은 금빛이었다. 따져보면 여든 살은 되었을 이 나무들은 왕성 하게 살아 있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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