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날, 올리브는 도서관 주차장에서 후진하다 그를 거의 들이받을 뻔했다. 그는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다가오는 차를 물리치려 했는지, 혹은 그저 놀라서였는지 한 팔을 들어올렸다. 어쨌든, 올리브는 제때 브레이크를 밟았고, 잭 케니슨은 올리브를보지 않고 그저 제 차로 다가갈 뿐이었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세워놓은, 번쩍이는 작고 빨간 차였다.
재수 없는 영감탱이, 올리브는 생각했다. 그는 배가 불룩하고키가 크고 등이 굽은 남자였는데, (올리브의 생각에는 고개를뻣뻣하게 내밀고 사람들을 쳐다보지 않는 태도에 어쩐지 오만한데가 있었다. - P449

케니슨 부부에게는 오리건에 사는 레즈비언 딸이 있는데, 그딸을 아버지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을 마리나 카페의 여종원한테 듣자 헨리는 말했다. "오, 그건 잘못이야. 자식은 어찌든 받아들여야지."
물론 헨리는 이런 시험을 받은 적이 없었다. 크리스토퍼는 게가 아니었으니까. 헨리는 아들의 이혼을 목격하도록 오래 살다. 하지만 곧 심한 뇌졸중이 온 후로-올리브는 아들의 이혼헨리의 뇌졸중을 유발하지 않았다고는 결코 확신할 수 없었헨리는 거의 전신이 마비된 채 여생을 보냈고, 크리스토퍼- 재혼했을 때는 지각이 없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의 아기가태어나기 전에 요양원에서 죽었다.
- P451

에그머니나. 올리브는 더 잰걸음으로 걸었다. 잭 케니슨이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구부리고, 거의 낮잠을 자려는 듯 누워 있었다. 올리브가 몸을 숙이니 그가 눈을 뜨고 있는 게 보였다. 그의 눈은 아주 파랬다.
"당신 죽었소?" 올리브가 큰 소리로 물었다.
그의 눈이 움직이며 올리브의 눈과 마주쳤다. "안 죽은 거 같소." 그가 말했다.
올리브는 그의 가슴과 엘엘빈 상표 재킷 아래로 비어져 나온커다란 배를 내려다보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칼맞았소? 아니면 총?" 올리브가 그에게 더 가까이 몸을 숙였다.
"아니오." 그가 말하더니 덧붙였다. "내 기억으론 아니오."
"움직일 수 있어요?" - P453

집으로 돌아온 후, 올리브는 잭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 점심이나 하러 가시려우?"
"나는 저녁이 더 좋은데요." 잭이 말했다. "저녁 약속이 있으면 종일 고대하게 되잖아요. 점심은 헤어지고 나면 아직 하루가많이 남지만."
"그럽시다." 올리브는 해가 지면 바로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음식점에서 저녁을 먹는 것은 그녀에게는 사실 자정을 훨씬 넘기도록 깨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 P463

크리스토퍼도 전화하지 않았고, 비니도 전화하지 않았다. 재케니슨도 전화하지 않았다. 어느 밤, 올리브는 자정에 깼다.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전에 점심을 먹고 포틀랜드 음악회에 가던당시에 받았던 잭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했다.
"딸이 먹을 미워해요?" 올리브가 썼다.
아침에 온 답장은 한마디였다. "그래요."
올리브는 이틀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썼다. "내 아들도 날미워해요."
한 시간 후 답장이 왔다. "그래서 죽도록 괴롭소? 난 죽도록괴로워요, 딸이 날 미워해서. 하지만 나도 그게 내 잘못이라는건 알아요."
올리브는 당장 답장을 썼다. "나도 죽도록 괴로워요. 죽음보다더 분명 내잘못일텐데, 난 이해를 못하겠어요. 같은 일도 아이가 기억하는 것하고 내가 기억하는 게 달라요. 아들은 아서라는정신과 의사를 만나는데, 내생각엔 아서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아요." 그리고 오랫동안 가만히 있다가 ‘보내기를 누르곤 바로 다시 썼다. "추신. 하지만 분명 내잘못이기도할 거예요. 내가 절대로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헨리가 말한 적이있는데, 어쩌면 헨리 말이 맞을 거예요." 올리브는 ‘보내기‘를 눌렀다. 그러고는 또다시 썼다. "또 추신. 헨리 말이 맞아요." - P480

"후우, 난 무서워요." 그가 조용히 말했다.
올리브는 이렇게 말할 뻔했다. "아, 그만해요. 난 겁먹은 사람은 싫어요." 헨리에게,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렇게 말했을 터였다. 어쩌면 두려워하는 자신의 면모를 싫어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대기실에서 제인 홀턴을 만났던 기억이 떠올라, 그평범한 짧은 대화 때문에 올리브는 침대로 갔다. 병원에서 잭은올리브를 필요로 했고, 세상에는 올리브의 자리가 있었다. 이제 그의 푸른 눈이 올리브를 지켜보고 있었다. 조용히 그의 곁에 앉으면서, 잭의 눈빛에서 올리브는 두려움을, 손을 내미는 여린 마음을 보았다. 그리고 손을 펼쳐 그의 가슴에 대고 쿵쿵 뛰는 심장을 느껴보았다. - P483

젊은 사람들은 모르지, 이 남자의 곁에 누우며, 그의 손을 팔을 어깨에 느끼며 올리브는 생각했다. 오,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모른다. 그들은 이 커다랗고 늙고 주름진 몸뚱이들이 젊고 탱탱한 그들의 몸만큼이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내 차례가 돌아올 타르트 접시처럼 사랑을 경솔하게 내던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른다. 아니, 사랑이 눈앞에 있다면 당신은 선택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중 하나다. 그녀의 타르트 접시는 헨리의선량함으로 가득했고 그것이 부담스러워 올리브가 가끔 부스러기를 털어냈다면, 그건 그녀가 알아야 할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알지 못하는 새 하루하루를 낭비했다는 것을. - P483

그렇기에, 지금 그녀 곁에 앉은 이 남자가 예전 같으면 올리브가 택하지 않을 사람이
었다 한들, 무슨 상관이랴. 그도 필시 그녀를 택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지금 둘은 이렇게 만났다. 올리브는 꼭 눌러 붙여놓은 스위스치즈 두 조각을, 이 결합이 지닌 숭숭 난 구멍들을 그려보았다. 삶이 어떤 조각들을 가져갔는지를. .......
그러나 올리브는 아직 세상을 등지고 싶지 않았다. - 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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