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억은 재연되기를 거부한다. 기억 스스로 모종의 척력을발휘하기도 나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여 뒷걸음질치기도 하므로,비록 머릿속 사정에 불과할지라도 그 일은 좀체 성사되지 못한다.여린 불씨처럼 기미만 드러낼 뿐 언제나 맥없이 사그라지길 반복한다. 그때마다 생각했다.어쩌면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복기가 필요한 것 아닐까.그러한 예감이 소슬바람처럼 옷깃을 스치던 어느 가을. 나는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