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유일무이한 존재라고 믿었는데, 그만 1930년대 잡지 영인본을 들여다보다가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무수히 많았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나만의 것은 무엇일까? 그게, 문득궁금해졌다. 나만의 것. 진짜 나만의 것. - P140

그런 식으로 오후를 보낸 뒤, 도서관 유리문을 열고 나오던 어느 저녁이었다. 5월의 푸른 밤이 교정 위로 드리워졌다. 도시의붉은 불빛에 검게 기대선 저녁 산 이마 위로 별빛이 반짝였다.
유리문을 열자마자, 유리문을 열고 조금 걸어 나오자마자, 참으로 푸른 밤이구나는 생각을 하자마자, 내 귓전으로 노랫소리 크게 울려 퍼졌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텅 빈 방안에 가득한데 이런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였다.
저도 모르게 나는 그 노래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노래는 계속됐다.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 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무슨 일인지 학교 가운데 있던 금잔디 광장에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광장의 한가운데에는 키가 작은 사내 하나가 통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며 서 있었다. 그게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김광석이었다. 나는 김광석의 그 노래와 완벽하게 소통했다. 그 느낌은 죽어도 잊지못할 것이다.

*김광석이 살아보지 못한 나이를 살고 있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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