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형제 없이 홀로 남은 아기는 일가친척 집을 전전하며 자라다가 너댓 살 무렵 경기 도 용인의 외가로 보내져 그곳에서 자랐다. 당진에서 용인은 먼 길이었다. 아침에 배를 타고 뱃멀미로 깔딱 숨이 넘어갈 무렵, 묻에 내려주더라는 것이 희미하게 남은 그분의 기억이었다. 오늘날 용인시 양지면 평창리, 그 당시엔 ‘번말‘이라고 불렀던 외가 동네에서 사촌들과 어울려 자라며 나의할머니는 비로소 안정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외할아버지가 나를 예뻐하셔서 한 손으로 달랑 안고 다니셨지. 내가 몸집이 작아서 다 커서도 안고 다니셨지. 마당에 과일나무가 많았는데 그걸 따서 주셨지. 복숭아랑 감이랑 먹고."
~~당진도 반갑고... 평창리는 내가 수시로 산책 가는 동네! 우리집이 있는 제일리에서 바로 건너 보이는 마을이다. 지금은 우리 동네나 평창리나 전원주택단지들이 많이 있는데 여전히 농사짓고 사는 원주민들도 꽤 된다. 할머니 사시던 시절엔 어땠으려나 궁금하다.
부모없이 자랐으나 구박받지않은 어린시절을 보내셔서 그리도 맘이 포근하신건가 싶다. - P91
"네가 나한테도 저런, 그럴 때가 있는데, 그게 뭔지몰라도 별 소리 아닌데도 희한하게 기분이 괜찮더라고. 그래서 나도 놀이치료 할 때 아이들한테 한번 써봤어. 병뚜껑이 안 열려서 울고 있는 아이한테 ‘저런‘이라고말하고 가만 있어봤어. 그랬더니 아이가 눈물을 닦고금세 괜찮아져서 다른 놀이를 하는 거야. 난 너무 놀랐어.."
~~정말 그러네 난감한 상황일때 ‘저런‘이라는 말을 쓸법한데, 신기하게 자주 사용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네! 스스로 해결하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부모라면 누구나 알것인데 ‘저런‘이라 말하고 가만히 기다린다니... 가능한 일일지...ㅎ - P121
"아, 상담에서 ‘버틴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핵심적인 개념이야. 상담학 교과서에 보면 상담사가 내담자에게 해주어야 하는 일이 ‘정서적 지지가 되어주고 버틴다‘라고 되어 있어. 나는 그걸 글로 배우고 외웠지만사실은 버틴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랐거든. 그런데 그날 저런이라고 말하고 가만히 있는 동안 버틴다는 게 뭔지 알겠다 싶은 기분이었어. 아이가 해야할 일을 내거 대신하지않고 기다려주는거야. 그게 버티는 거였어.
~~그렇지 백퍼센트 공감! - P124
친구의 분석에 의하면 ‘저런‘은 바로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공감‘의 언어라고 했다. "보통 아이가 속상해서 울면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괜찮아‘라고 말하는데, 사실 아이는 괜찮지 않거든. 저런이라는 말 속에는 정확한 공감이 숨어 있는 거야. 아이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 놀라고 속상해하는 마음을 알아주는 말인 거지. 그렇게 아이가 정확하게 이해받고나면, 설명하는 다른 말이나 도움 행동을 주지 않아도스스로 괜찮아져. 그래서 뚜껑 열기를 다시 시도해보든지, 도와달라고 청하든지, 뚜껑 열기 말고 다른 놀이를하든지 하는 식으로 다르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끌어낼 수 있는 거야. 정말 놀랍지 않아? ‘저런‘은 정말이지 멋진 말이더라고!" 그는 ‘저런‘이 단순하고 흔해 보이지만 매우 맵시 있고 효과적인 공감의 언어이며, 아이의 마음속에 난 작은생채기에 발라주는 연고와 같은 것이고, 그 짧은 한 단어만으로도 아이는 지지와 공감을얻어 스스로 회복에 이를 수 있는 것이라고 ‘저런‘의 의미와 효과를 정리하며 흐뭇해했다.
~~~길지만.. 아무튼 너무 맞는말이라 남겨두고 싶어 친구의 말을 다 적어본다.
작가는 이 말이 당연히 할머니의 언어라고 했다. 참으로 미니멀리스트한 언어 사용자이시지만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말만 하신 현명하고 지혜로운 분이셨단 생각이 든다.
아... 나도 격하게 써먹고 싶어진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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