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로이스 부바가 내게 이 말을 했다.
"나는 아주 좋은 삶을 살았어요." 그녀가 둘째손가락을 들어나를 가리키며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나는 아주아주 좋은 삶을살았어요. 그러니 전남편에게 꼭 그렇게 말해줘요." 그녀는 말을멈추고 실내를 둘러보았고, 이어 나를 다시 보았다. 로이스의 얼굴은 약간 방어적으로 보였고, 심지어 - 아주 조금 지루한 듯보이기도 했다. 그녀 뒤쪽 벽에는 꽃무늬 벽지가 발려 있었고,
아래로 흘러내린 작은 물 자국이 있었다. - P220

로이스가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그녀는 잠시 천장을 올려다보고 말을 이었다. "내가 여덟 살 때 부모님이 두분이 같이 나를 앉혀놓고 이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내 어머니는....… 음, 그날 부모님은 나를 낳아준 다른 어머니가 있다고하셨어요. 하지만 그 여자는 내 어머니가 아니라는 걸 아주 분명히 해두셨죠. 내 어머니는 나를 한 살 때부터 키워준 그분이었어요. 그 사람이 내 어머니였고, 그분은 이 집에서 자랐어요"-로이스가 한 손을 살짝 움직여 거실 전체를 가리켰다-"그리고 훌륭한 분이셨죠. 어머니는 너무 선한 분이라서 그걸 알려 주신 거였고, 아버지도 그런 분이셨어요-아버지가 안아주셨던 게 기억나요. 우리는 카우치에 앉아 있었고, 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버지는 계속 한 팔로 나를 감싸안고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그 분들은 내가 그 사실을 알 만큼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고, 타운에 그 사실을 아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을 통해 알게 되는 것보다는 직접 말해주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신 거였어요. 나는 혼란스러웠고, 다른 아이들도 그런 경우라면 마찬가지였겠죠.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요. 내겐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셨고, 남동생이 셋 있었고, 그 애들도 모두 사랑을 받았어요. 그보다 더 좋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가지진 못했을 거예요. 정말로 그럴순 없었을 거예요." - P220

로이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거실 안쪽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하지만 내 경우에 후회되는 일은・・・・・・ 이게 심지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일 수도 있는데" - 그러고는 다시 나를 보았다- "그 여자가, 캐서린이, 나를 찾아왔을 때 그다지 다정하게대하지 않았는데, 그랬어야 했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어요."
"잠깐, "내가 말했다. "잠시만요." 내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당신을 찾아왔을 때, 라고 하셨나요? 캐서린이 당신을 찾아왔었다고요?"
로이스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 "네.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몰랐어요." 그리고 나는 뒤로 기대앉아 더 조용히 말했다.
"몰랐어요. 우리는 그녀가 당신을 찾아간 건 전혀 몰랐어요."
"오 그랬어요.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그리고 그녀는 어느 해였는지 말했고, 나는 곧바로 그때가 내가 구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던 여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 기간에 캐서린은 내게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 P228

"로이스,"내가 말했다. "내 남편은 몇 주 전까지 당신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이 말이 분명 그녀를 아주 놀라게 한 모양이었다. 로이스는 손을 얼굴에서 뗐다. "그게 사실인가요?" 그녀가 말했다.
"사실이에요." 내가 말했다. "그의 아내가 그를 떠나기 직전에, 온라인으로 조상을 찾을 수 있는 웹사이트의 구독권을 줬는데, 그걸 통해 당신에 대해 알게 된 거예요. 그의 어머니는 당신이야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어요-아버지도 그랬고요. 윌리어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 P233

공항 창가에서 나는 아주 넓은 주차장을 돌고 있는 윌리엄을보았다. 그는 내 시야에서 거의 벗어날 만큼 한쪽 끝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서서 반대쪽으로 걸었다. 나는 계속 지켜보았고그는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고 서서 고개를 자꾸 내저었다. 그러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 윌리엄, 나는 생각했다.
오윌리엄! - P254

나는 엄청난 감사의 마음이 물밀듯 밀려오는 것을 느끼고 그 말을 하려고 월리엄을 돌아보았는데, 그의 한쪽뺨을 타고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는게 보였다. 그가 마침내 나를 완전히 쳐다보았을 때
 또 한 방울이 반대쪽 눈에서 흘러내렸다. 나는 생각했다. 오윌리엄!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어 위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전했고ㅡ누가 위로를 원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내 위로를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탑승교에서 가방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말이 없었는데, 더이상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윌리엄은 우리가 뱅고어의 공항으로 차를 몰고 가는 길부터 점점 사라지다가,
그 순간엔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는 가방을 끌고 택시 승차장으로 갔고, 윌리엄은 나보다먼저 택시를 타며 말했다. "고마워, 루시. 곧 연락할게."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내게 곧 연락하지 않았다. - P255

내가 얼마나 끔찍한 행동을 했던가.
지금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남편에게 나를 위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오, 그건 말할 수 없이 끔찍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삶이 흘러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너무 늦을때까지 모른다는 것. - P257

다만 남편은 죽었고, 윌리엄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진실은 이것이다. 나는 매일 밤 식료품을 사러 가게에갔다 오는 길에, 혹은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집으로 가려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윌리엄이 내가 사는 건물 로비의 의자에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서며 "안녕, 루시" 하고 말하는 모습을상상했다. 나는 그 장면을 상상하고 또 상상하면서 그가 다시 나를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 P268

늦은 아침에 나는 아파트 안을 돌아다니면서 케이맨제도에가져갈 옷을 침대 위에 꺼내놓았다. 그러는 동안 중간중간 멈추고 침대에 앉아 생각했다. 나는 물론 윌리엄이 다른 곳이 아니라그곳에 같이 가자고 한 이유를 알았다. 나는 캐서린이 그랬던 것처럼 라운지체어에 윌리엄과 나란히 햇볕을 받으며 앉아 있는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내가 책을 읽는 동안 그 역시 제인 웰시칼라일에 대한 책을 읽는 장면을 그려보았다. 나는 우리가 틈틈이 책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책을 집어드는 모습을상상했다.

그러다 한번은 침대에 앉아 소리 내어 말했다. "오 캐서린."

그리고 생각했다. 오 윌리엄!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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