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로부터 몇 주 뒤 거의 8월 말이었다-그가 밤중에전화를 걸어 로이스 부바, 자신의 이부누이인 그 여자에 대해,
그리고 그녀에게 연락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서로 핏줄이니 연락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녀가 그를 미워할지 몰라서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분명 그의 어머니를 미워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루시." 그가 말했다. - P110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딸들은 찡얼거렸고, (내 기억에) 아이들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비행기에 타자나는 딸들 사이에 앉아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애썼지만, 종종 화가 났다. 한 아이라도 울면 승객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돌아보았고, 윌리엄과 그의 어머니는 비행기의 다른 어딘가에 앉아 있었다. - P117

그때 이후로 나는 내 일 때문에 세상을 돌아다녔고-책이 출간되자 외국 출판사들이 나를 초대했고 세상 곳곳에서 페스티벌이열렸다-그러니까 그때 이후 아주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비행기일등석에 탔는데, 그 자리에 앉으면 칫솔과 치약과 안대가 들어있는 작은 키트를 준다. 지금은 그 모든 것을 숱하게 경험했다.
삶이란 얼마나 신기한가. - P117

나는 익숙하지 않은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뉴욕은 내가 오래 살아온 곳이고, 익숙한 곳이다. 내 아파트, 내 친구들, 경비원,
정류장마다 한숨을 토하는 도시 버스들, 내 딸들……… 그 모든 것이 익숙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있는 곳은 익숙하지 않았고,
그래서 무서웠다.
나는 그게 몹시 무서웠다.
하지만 윌리엄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는데, 겁이 난다고말할 만큼 내가 그를 충분히 잘 아는 건 아니라고 문득 느꼈기때문이다. - P140

다시 돌아보았을 때도 윌리엄은 여전히 그 사진을 쳐다보고있었다. 그가 마침내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말했다. "그가 맞아,
루시." 그러고는 더 조용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내 아버지가 맞아." 나는 다시 사진을 보았고, 윌리엄의 아버지 얼굴에 떠오른표정은 다시 봐도 인상적이었다. 모든 남자가 야위어 보였지만, 윌리엄의 아버지는 눈썹이 짙고 눈동자도 색이 짙었으며,
경멸적인 태도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 P155

캐서린과 나 사이에 리듬이 생겼고, 딸들이 종일 캠프에 가 있는 동안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병이 깊어지면서 그녀는 침대에 더 많이 누워 있었고, 침대 근처에 큰 의자가 있어서 나는 거기 앉았다. 그건 내게 힘든 일이 아니었고, 힘들었다는 인상을주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 여인을 사랑했으며, 밤에 내 딸들이돌아와 함께 있으면 그곳이 정확히 내가 있어야 할 장소라고 느꼈다.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 마." 임종을 앞두고 의료장비를 방으로 들여올 때 캐서린이 내게 말했다. "아이들이 이걸 가지고 놀게 해." 그리고 (내 생각에) 아이들은 할머니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혹은 내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방에 들인 산소호흡기에 적응했고, 마지막이 다가와 간호사들이 찾아왔을 때에도 적응했다. - P181

그들이 모르핀을 주었지만-캐서린은 그것을 정말 마지매이 오기 전까지는
거부했다. 그날도 그녀는 여전히 아주 고통스럽고 불안한모습을 보였다. 내가 살피러 들어갔을 때 캐서린은 침대보를 잡아 뜯으며 거친 목소리로 무슨 말을 하고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말이 큰 의미가 없었다는 것 말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점점 불편해하는 것이 너무나 잘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캐서린을 지켜보다가, 내손을 그녀의 팔에 얹고 이렇게 말해버린 것이다. "오, 캐서린, 얼마안 남았어요. 약속할게요."
그러자 그 여인이 나를 쳐다보았고,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캐서린은
침을 뱉고-뱉으려고 했고- 말했다.
 "여기서 나가!" 그녀가 한쪽 팔을 들어올리자 원피스 잠옷의 소매통을 통해
맨팔이 드러났다. 그녀가 말했다.
"여기서 나가. 너 -이 몹쓸 계집애 같으니! 넌 쓰레기야!"
내가 입에 담으면 안 되는 말을 했다는 걸 대번에 깨달았다.
그녀의 죽음이 임박했다고 암시하는 말을 해버린 것이었다. 캐서린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나조차 (어느 정도는) 모르고있었다는 생각이 (그 당시에는) 결코 떠오르지 않았다.  - P182

시간이 좀 걸렸지만, 크리시는 회복되었다. 심리치료사를 찾아가 도움을 받았는데, 윌리엄과 내가 상담을 받았던 그 끔찍한치료사는 아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성공회 신부인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가 말했다. "네가 크리시를 위해 올린 기도가 왜 그애에게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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