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뜻한 바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거지에게 동전을 던지다가도 내일이면 그 거지의 자리를 지키고 앉아 구걸할지도 모르는 삶이다. 이건 내가 한 말이아니고 밥 딜런이 그 노래에서 한 말이다. 자신이 뭔가 잘못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Like A Rolling Stone>의 배음을 지켜가는 알 쿠퍼의 오르간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런 자신이 어설프게만 느껴진다면 밥 딜런의 말처럼 ‘소리를 키우도록.‘ 때로 단순히 소리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음반에 참여한 역사적인 키보디스트가 탄생하기도 하니 말이다. - P109
그러다가 집에 돌아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옛날 카세트테이프더미를 뒤졌더니 표지도 사라지고 케이스도 없는 2집 앨범이 나왔다. 처박아 두고도 잊어버렸던 카세트테이프였다. 조심스럽게데크에 집어넣고 플레이를 누르니 이제는 누구도 찾아듣지 않는노래들이 나왔다. <Stay>라든가 <Liberty> 같은 곡들. 춤추기에는느리고 발라드라고 하기에는 빠른 곡들. F. R. 데이비즈만의
‘Greatest Hits‘, 1980년대 초반 어두운 밤만의 ‘Greatest Hits.
그리고 I see the rising sun. This is the special day‘로 시작하는 F.R. 데이비즈식의 프로그레시브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 잊혀졌던 마을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오래된외투 주머니처럼 익숙한 골목길들,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무들, 푸르디푸른 밤하늘에 검은 그림자로 선 지붕들.
잊혀진다는 것은 물론 꽤나 슬픈 일이지만, 잊혀졌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 마을은 괴기할 정도로 아름다울 수 있었을 것이다. <Long Distance Flight>를 들으며 나는 잊혀지는 것도 그렇게 아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잊혀진 것들은 변하지 않고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잊혀지는 것도 그렇게 아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읽는데 왜 눈물나지? 난 아직 잊고 싶지않은 이름들이 있는데...
노래는 들어보았다. F.R.데이비즈의 노래니까...
I see the rising sun. This is a special day. Driving my car already on my way. You‘re travelling in the night glidin‘ over the earth.
Long distance flight I think of her You‘re flyng high, high in the sky over the clouds, bright shooting star. You‘re flying high, high in the sky, You‘re coming back. - P117
다음날, 이삿짐 트럭을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나는 그 언덕에서의 삶이 내겐 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꽃시절이 모두 지나고 나면 봄빛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천만 조각흩날리고 낙화도 바닥나면 우리가 살았던 곳이 과연 어디였는지깨닫게 된다. 청춘은 그렇게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면서 가버렸다. 이미 져버린 꽃을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소중한 것은 왜 지나고나서 깨닫게 되는 것일까??? - 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