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 여자가 나에게 침을 뱉고는 내 다리로 몸을 던져 물어뜯으려들었다. 나는 권총으로 너무 세지 않게 그녀의 머리를 내리친 다음 일어나려 했다. 여자가 내 다리에서 굴러떨어지더니 부리나케 두 팔로 나다리를 한꺼번에 얼싸안았다. 나는 소파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사랑에미쳤는지 두려움에 미쳤는지 둘 다인지, 그것도 아니면 원래 힘센 여자인지, 아무튼 힘이 대단했다. - P106

누군가가 말했다. "브로디?"
브로디가 대답했지만 무슨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 두 발의 총성이빠르게 이어졌는데 소리가 좀 답답했다. 총구를 브로디의 몸에 들이대고 쏴버린 모양이다. 그가 앞으로 쓰러지며 문짝에 부딪쳤고 그의 체중때문에 문이 쿵 닫혀버렸다. 그는 문짝 가장자리를 따라 스르르 미끄러졌다. 그의 두 발이 카펫을 뒤로 밀어냈다. 왼손이 손잡이를 놓치는 바람에 팔이 바닥에 털썩 떨어졌다. 머리는 여전히 문틈에 낀 상태였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른손은 아직도 콜트 권총을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단숨에 방을 가로질러 달려가서 브로디를 조금 당겨놓고 문틈으로 빠져나갔다. - P118

가이거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사라졌던 중국 태피스트리 두 점을 엑스자 모양으로 겹쳐 피투성이 중국풍 상의를 가려놓았다. 엑스자밑에는 검은색 파자마를 입은 두 다리가 가지런히 놓인 채 뻣뻣하게굳어 있었다. 두 발에는 두툼한 펠트 밑창이 달린 중국식 슬리퍼를 신겼다. 엑스자 위로는 두 팔을 올려 손목을 교차시킨 후 손바닥이 아래로 가도록 두 손을 어깨에 걸쳐두고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아두었다. 입은 다물었는데 콧수염이 가짜 수염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두 눈을 감겼지만 완전히 감기지는 않은 상태였다. 유리 의안이 불빛을받아 희미하게 반짝거리며 나에게 윙크를 던지는 듯했다.
자나는 시신을 건드리지 않았다. 아주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 보나마나얼음처럼 차갑고 널빤지처럼 뻣뻣하겠지. - P125

"그러니까 먹은 간밤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신고하지 않았고, 오늘도 빨빨거리며 돌아다니셨고, 그래서 저녁때 가이거의 애인 녀석이 두번째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는 얘기로군요."
"그렇습니다." 내가 말했다. "제 입장도좀난처했습니다. 잘못한 점은 있지만 의뢰인을 보호하려 했을 뿐이고 그 애송이가 브로디를 노릴줄은 전혀 몰랐으니까요." - P132

이튿날 아침, 달걀과 베이컨을 먹으며 조간신문 세 부를 모두 읽어보았다. 이번 사건에 대한 신문기사는 여느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진실에 접근했다. 화성과 토성 사이의 거리랄까. 셋중 어떤 신문도 ‘리도잔교 자동차 자살 사건‘의 운전자 오웬 테일러를 ‘로럴 캐니언 이국풍방갈로 살인사건‘에 결부시키지 않았다. 어떤 신문도 스턴우드 가족이나 버니 올즈나 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웬 테일러는 ‘어느 부잣집 운전사‘였다.  - P143

"지금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어." 그가 말했다. "수배 전단을 뿌려놨지만 성과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고 리건은 우리가 아는 액수만 쳐도만오천 달러나 갖고 있네. 여자 쏙도 얼마쯤 가져갔을 테고 장신구까지 따지면 목돈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언젠가는 돈이 바닥날 거야. 그때 가면 리건이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거나 차용증을 쓰거나 편지를 보내겠지. 둘이 낯선 도시에 가서 다른 이름으로 살겠지만 취향은 여전할테니까. 결국 경제제도권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네." - P151

이제 나만 남았다. 나는 살인 사건을 덮어두고 스물네 시간 동안 증거물을 은닉했지만 체포되지 않았고 머지않아 오백 달러짜리 수표지 받게 되었다. 이럴 때는 그저 술이나 한 잔 더 마시고 이 모든 난장판을 깨끗이 잊어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제일 현명한 행동이련만 뜬금없이 에디 마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녁때 라스올린다스에 들를 테니 얘기 좀 하자고 했다. 정말이지 내가 이렇게 현명한 놈이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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