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게 있다면, 세상의 모든 키친 테이블노블은 애잔하기 그지없다. 어떤 경우에도 그 소설은 전적으로자신을 위해 씌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스탠드를 밝히고 노트를 꺼내 뭔가를 한없이 긁적여 나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직장에서 돌아와 뭔가를 한없이 긁적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지만 긁적이는 동안자기 자신이 치유받는다. 그들의 작품에 열광한 수많은 독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키친테이블 노블이 실제로 하는 일은 그글을 쓰는 사람을 치유하는 일이다. - P60
‘벽‘이란 병이 될 정도로 어떤 대상에 빠져 사는 것. 그게 사람이 마땅히 할 일이라면 내가 문학을 하는 이유는 역시 사람답게살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 나는 가장 잘산다. 힘들고어렵고 지칠수록 마음은 점점 더 행복해진다. 새로운 소설을 시작할 때마다 ‘이번에는 과연 내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여러 모로 문제가 많은 인간이다.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고 싫은 마음을 얼굴에 표시내는종류의 인간이다. 하지만 글을 쓸 때, 나는 한없이 견딜 수 있다.
매번 더이상 할 수 없다고 두 손을 들 때까지 글을 쓰고 난 뒤에도 한 번 더 고쳐본다.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그때 내 존재는 가장 빛이 나기 때문이다. - P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