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한 살이 될 때까지 우리는 차고에서 살았다. 차고는 그바로 옆집에 살던 종조부 소유였는데, 그 차고에서는 임시로 만든 개수대에서 똑똑 떨어지는 찬물만 쓸 수 있었다. 벽에 못을박아 고정시킨 단열재는 분홍색 솜사탕 같은 재료로 만든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유리섬유라 손을 베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어리둥절했고, 종종 그걸 물끄러미 쳐다보며 이렇게 예쁜 분홍색에 손을 댈 수 없다니, 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걸 ‘유리‘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어리둥절했다. 우리가 매순간 그 수수께끼 같은예쁜 분홍색의 위험한 유리섬유를 바로 옆에 두고 살았다는 사실이 내 머릿속을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차지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다. - P31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아주 이상했고 말할 때의 목소리는너무 컸던 것 같다. 대중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내가 잘 모르는 평범한 유머에는 어색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나는 반어라는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고, 사람들은 그 사실에 어리둥절해했다. 내가 남편 윌리엄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가 정말로 내 안에 있는 뭔가를 이해한다고느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내가 2학년 때 수강한 생물학 수업의 실험조교였는데, 그에게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이 있었다. - P38
"제러미, 가끔 여기 서 있으면 내가 정말로 뉴욕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요. 내가 여기 서서 생각을 한다는 거, 누가 짐작이나 했겠어요? 내가! 바로 내가 뉴욕이라는도시에 살고 있다니요!" 그러자 그의 얼굴에 어떤 표정이 스쳤는데 너무 순식간에너무도 무심결에 정말로 혐오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도시 사람들이 완전한 지방 출신들에게 느끼는 혐오감의 깊이를 내가 아직 깨닫지 못했을 때였다. - P50
나는 분리되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를 사랑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의 방문을 우리 둘만의 개인적인 시간으로 만든다는 것. 엄마의 의자가 움직이는 소리에 나는 엄마가 병실에서 나간 것을 알았다. 의사는 맥박을 재려고 내 손목을 잡았고, 날마다 그러듯 흉터를 확인하기 위해 내환자복을 살며시 걷어올렸다. 그의 손가락은 굵고 아름다웠다. 나는 보석이 박히지 않은 결혼 금반지가 반짝거리는 그의 손이내 흉터 부위를 지그시 누르는 것을 지켜보았고, 그는 내가 통증을 느끼는지 보려고 내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가 눈썹을치키며 아픈지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흉터는 잘 아물고있었다. "잘 아물고 있네요." 그가 말했고, 내가 "네, 알아요" 하고 말했다. 그 말에 다른 의미-내가 계속 아픈 건 흉터 때문이아니라는 의미가 담긴 거 같아 우리는 가만히 웃었다. 그 웃음이 그 어떤 의미에 대한 우리의 인정이라는 사실, 내가 말하려는것은 그것이다. 나는 그뒤로도 늘 이남자를 기억했고, 여러 해 동안 그 병원에 그의 이름 앞으로 돈을 지불했다. - P70
헤일리 선생님에 관해 기억하는 또 한 가지는 선생님이 우리에게 인디언에 대해 가르쳤다는 사실이다. 그때까지 나는 우리가 속임수를 써서 그들의 땅을 빼앗았고, 그래서 블랙 호크가반란을 일으킨 사실을 몰랐었다. 백인이 인디언에게 위스키를준 사실도, 백인이 인디언의 옥수수밭에서 인디언 여자들을 죽인 사실도 몰랐었다. 나는 헤일리 선생님에게 그랬던 것처럼 블랙 호크에게도 사랑을 느꼈고, 이들이 용감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는 블랙 호크가 붙잡힌 뒤 이 도시 저 도시 끌려다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 P85
마침내 나는 그 안으로 다시 밀어넣어졌다. 이번에는 클릭 소리가 제대로 났고, 작고 빨간 불빛이 깜박였다. 그들이 목에서튜브를 빼내자 나는 복도로 내보내졌다. 나는 그 순간의 기억을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엄마가 거기, 병원의 깊은 지하 어두운 대기실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피곤한지 어깨가 살짝 처져 있었지만, 세상의 모든 인내심을 발휘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엄마." 내가 조그맣게 불렀고, 엄마가 손을 살짝 흔들었다. "여기있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쉽진 않았어." 엄마가 대답했다. "하지만 나한테도 혀가 달렸으니 그걸 썼지."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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