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는 좀 이상한 일이 있었어.
여객선이 막 지구를 떠나려는 참이었어. 창밖
으로 새하얀 눈밭이 눈에 들어왔어. 거기에 덩그러니 놓인 작고 초라한 낡은 돛단배도, 워낙 멀고눈보라가 짙어서 흐릿하게만 보였어. 배가 작은눈사람 같다고 생각했지. 그러다 나는 갑자기 격정에 휩싸여 계단을 뛰어올랐어. 그리고 문을 향해 달렸어. 사람들이 날 붙들지 않았다면 아마 그대로 문을 박차고 배에서 뛰어내렸을 거야.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저 그 이름도 모르는작은 배가 그리워서 죽을 것 같았어. - P73

왜 그런 말 있잖아.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한 그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말. 누군가를 기억하면 그 사람은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 말이야.
만약 정보가 인격일 수 있다면,
내 기억 속의 당신도 인격일 수 있는 거야.
그게 사실이라면,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지금 나와 함께 살고있는 거야. 내가 당신을 기억하니까.
나와 함께, 나라는 이 생체 컴퓨터 안의 정보데이터로서.
그러니까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살아 있는거야.
그래서 나는 계속 살고자 해. 당신을 살게 하기위해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당신을 살게 하기 위해서.
당신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명이자 흔적이 바로 나니까. 내가 당신의 유적이니까.

---오늘의 우리에게 알맞은 표현 같아서 마음에 와서 박힌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게 닿았으면 참 좋겠다 - P85

"작동을 중지해, 훈. 인류와 이 배의 승객들과나 한 사람을 위해. 네 기능을 정지하도록 해."
훈이 연산을 끝낸 것과 문이 열린 건 거의 동시였어. 훈이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지.
"받아들이지요." - P112

나는 일어났어.
젖어 달라붙는 옷을 추스르며 발자국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
그러다 달리기 시작했어.
모래를 박차고 뛰기 시작했어.
기다리고 있어.
내가 여기 있어.
내가 지금 가고 있어. - P122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이 사랑하고 결혼을 한 덕에제게도 좋은 일이 계속 생겨난 셈입니다. 사람이그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만으로도 우주는 변화합니다. 오늘도 이를 믿으며 펜을 내려놓습니다. - 작가후기 중에서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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