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록소를 가진 엽록체는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만드는 공장입니다.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꾼다는 것은 동물인 인간이 보면 정말 굉장한 일이죠. 빛을 사냥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쓴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 이유로 녹색은 생명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 P204
식물에서 가장 다채로운 색을 내는 부분은 꽃과 열매입니다. 꽃과 열매는 그저 눈에 띄기 위해 알록달록한 색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의 색은 흔히 유혹의 색이죠. 꽃의 수정이나 씨앗의이동을 도와줄 곤충이나 동물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색을 가집니다. 수레국화, 큰제비고깔 같은 푸른색과 벌노랑이, 유채꽃 같은 노란색은 벌이 좋아하는 색입니다. 석산이나 참나리처럼 붉은계열의 색은 나비가 좋아하는 색이지요. 벌과 달리 나비는 붉은색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새들도 붉은색을 좋아하는데요. 그래서동박새가 빨간 동백꽃의 수정을 돕는 것이죠. 가을 열매들이 붉은색을 많이 띠는 이유 중 하나는 붉은색이 잎의 초록색과 대비되는 색이기도 하지만, 눈이 오는 겨울에도 눈에 띄어 새들의 먹이가되어 씨앗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205
실제로 큰 참나무 한그루는 1년 동안 약 15만 리터, 하루에 약411리터의 물을 방출한다고 합니다. 411리터의 물이 잎을 통해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정말 장관일 겁니다. 이런 현상을 ‘증산작용‘이라고 합니다. 이 작용은 잎에 있는 작은 구멍인 기공에서 일어나는데, 기공을 통해서 물뿐만 아니라 산소와 이산화탄소도 이동합니다. - P213
햇빛이 너무 강해 온도가 높아지고 건조해지면 오히려 식물은 기공을 닫아버립니다. 과도한 수분 손실은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구온난화가 식물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의 온도가 몇도 상승하는 것이 인간이 느끼기엔 미미한 듯 보여도 식물의 기공개폐에 크게 관여할 수 있습니다. 식물의 증산작용이 억제되면 공기 중의 수분이 줄어들어 대기의 습도를 변화시키고 점진적으로는 지구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식물의 작은 구멍이 닫히는 것이 지구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죠. - P217
그런데 식물학자들이 www를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바로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입니다. 이는 식물과 식물 뿌리에 붙은 수많은 근균, 즉 곰팡이들이 연결되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땅속 곰팡이가 인터넷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죠. 일반적으로 식물과땅속 곰팡이는 공생하며 식물은 곰팡이에게 탄소를, 곰팡이는 식물에게 질소 같은 영양분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시에 이곰팡이들은 식물과 식물을 연결하는 연락책으로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환경 변화나 외부 침략자들에 대한 경고, 주변에 어떤 식물이 있는지 등의 정보를 전달합니다. - P231
우리가 쉽게 보는 식물 중에 마음을 짠하게 하는 식물은 또 있습니다. 월드컵공원, 남이섬, 담양 등에서 멋진 가로수길을 이루고 있는 메타세쿼이아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등지에서도 사랑받는 식물입니다. 원산지는 중국이고, 측백나무과, 메타세쿼이아속에 속하는 유일한 종입니다. 메타세쿼이아도은행나무나 소철처럼 겉씨식물로 속씨식물보다 오래된 원시적인 식물입니다. 메타세쿼이아속의 종들이 더 있었지만 이들도 진화의 수순을 밟아 모두 멸종하였고, 메타세쿼이아 한 종만 살아남았습니다. 야생 메타세쿼이아는 심각한 벌채로 개체 수가 줄어들어 현재 야생에서는 멸종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 P241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은행나무, 소철, 메타세쿼이아를 그토록 흔하고 쉽게 볼 수 있는데, 자연 속에서는 희소한 존재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늘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흔하다 여기고 소중함을 잊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 것들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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