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화기 내부 습도는 65~70퍼센트 사이다. 부화기는 전자동 기러기 엉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알들은 야생에서 엄마기러기가 엉덩이 아래에 품은 것과 똑같은 상태로 유지돼야하니까. 말이 쉽지 사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기러기 엉덩이는정교한 창조물이라서 적정한 온도와 습도로 이루어진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기계 안에서 부화가 성공하려면 전체적인 매개 변수를 온종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정확한 습도다. 습도가 너무 낮으면 알 내부의 막이 말라서조직이 가죽처럼 질겨진다. - P10
이프로젝트에는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아홉 마리 기러기의 목숨뿐 아니라, 비용이나 내 일의 성공 여부도 달려 있다. 기러기들은 이른바 ‘데이터 로거‘라는 것을 등에 지고 다닐 예정이다. 데이터 로거는 성냥갑만 한 측정 기구인데, 온갖 데이터를 기록한다. 이 측정 데이터의 도움을 받아 비행역학과 기체역학, 현재 대기 상황에 관해 정확하게 진술할수 있다. 이 일에 성공한다면, 몇 년 또는 몇 십 년 후에는 새와 기타 동물들이 있는 세계 여러 곳의 기류와 풍속 데이터를 얻는 일이 가능하다. 이 귀중한 정보들은 위성을 통해 자동으로 모이고, 평가를 위해 지상으로 보내질 것이다. 기상관측에서 이런 정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소중한데, 안 그러면 지상 관측소에서 측정한 데이터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 P12
왜 하필 내가 아빠 기러기가 되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행글라이더를 조종했고, 얼마 전에는 초경량비행기 면허를 땄다. 연구소에서 누가 이 프로젝트를 맡을 것인지 문제가 되었을때, 내가 기러기 양육을 담당한다는 결정이 일찌감치 내려졌다. 모든 게 예정대로 이루어진다면, 몇 주 후에 기러기들과 함께 날것이다! 책임감과 긴장감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 P13
물건이나 사람이 부화 전후에 기러기의 인식에 새겨지는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런 과정을 ‘각인‘이라고 한다. 각인에는 소리와 외관이 중요하지만 냄새도 한몫한다. 얼마 전에 입던 티셔츠를 부화기 안에 넣었다. 신던 양말도 괜찮았을 테지만, 태어나기 전부터 새끼 기러기들을 괴롭히고싶지는 않았다. - P16
사태가 심각해진다. 아침 일곱시에 전화기가 울린다. 전화를 건 연구소 사육사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가득하다.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는데, 그녀가 하는 말이 들린다. "알 하나가 부화하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제 모험을 시작할 수 있다. - P20
새장들 뒤편, 연구소 뒤쪽의 드넓은 풀밭에는 소박한 캠핑카가 외롭게 서있다. 숲과 바로 연결되는 곳이다. 다음 몇주 동안 나는 그곳에서 기러기들과 살 것이다. 자그마한 우리 기러기 가족을 위한 도시 근교의 단독주택, 새로 꾸민 아이들 방이다. 버킹엄 궁전이 아니라 더킹엄 궁전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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