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단발에 권태와 장난기가 동시에 읽히는 묘한 표정, 마구 휘갈겨 쓴 듯한 방정식이 적힌 낡은 티셔츠를 입은그녀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영화 포스터를 통해 한동안 자주 보았던 것이다. 그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다고 여겼던 그녀를 영상으로 접하자 비로소 직접 알고 지내던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 닥쳐!"라는 대사를 내뱉는 목소리를 듣고 나서는 의구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은하는 그녀의 이름을 단박에 떠올리지는 못했다. - P194
"영화 평론가가 올해 최고의 신스틸러라고 하던데? 그 영화에서 네가 입고 나온 티셔츠에 적혀 있는 방정식, 거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사람들이 되게 궁금해한다면서?" 은하가방금 전에 검색한 내용을 떠올리며 묻자 성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응. 그 안에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거든" 하고 말했다.
"와, 우주의 비밀이 씌어져 있는 줄은 몰랐네." 은하가 웃었다.
‘그것만 잘 풀면 언제든 다른 차원으로 점프할 수가 있거든 영화 보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짐작 갈 거야. 보고서 주변에도 홍보 좀 많이 해줘."
"그럼, 꼭 볼게." - P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