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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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의 단편 소설집 <19호실로 가다>가 출간되었다. 작년 말 방영했던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비중있게 언급된 책이었다. 드라마의 여운이 남아서 책을 검색했다. 오래 전에 절판돼 정가의 몇 배나 되는 호가로 팔리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다행히 따끈한 신간으로 나와주어 반갑기 그지 없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본방에 복습 정주행까지 총 2번 돌려봤다. 거기서 작가지망생 여주인공 윤지호는 <19호실로 가다>를 여러 번 되새김질한다. 윤지호는 살 집이 마땅치 않아서 졸지에 여기저기 숙식하는 신세가 된다. 그녀는 달팽이를 부러워한다. 달팽이는 자기가 살 집을 이고 다니기 때문이란다. 그러던 중 남자 주인공 집에 하우스 메이트로 들어가게 되고, 그와 계약 결혼을 하는 게 주된 줄거리였다.

 

<19호실로 가다>는 마땅히 거주할 곳 없는 지호의 심정을 대변하는 소설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녀에게 의아스러운 작품으로 나온다. 왜 소설 속 여주인공이 '19호실'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에 천착하며, 외도를 의심받기에 이르는데도 억울한 누명을 쓸지언정 19호실의 존재를 밝히지 않는 전개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지호는 점차 소설 속 여주인공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오롯이 자기 존재로 숨쉬고 생활하는 공간이 세간의 오해와 삿대질을 감내하는 것보다 더욱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래서 여성 소설 카테고리로 분류되었는지도. 여하튼 내 기억이 드라마 속 책 설명이나 진짜 소설 내용과 맞는지 모르겠다. 이번 참에 직접 읽으며 확인해 보고 싶다.

 

도리스 레싱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유명하지만, 나에겐 기이한 소설 설정으로 뇌리에 박힌 작가다. <다섯째 아이>나 <그랜드 마더스> 같은 작품 때문이다. 특히 <그랜드 마더스>는 영화 <투 마더스>의 원작으로, 친구인 두 여성이 서로 상대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었다. 이거 막장이네 하고 호기심에 읽는데, 점점 인물들의 갈등과 고뇌에 빠져들게 된달까. 도리스 레싱의 소설엔 묘한 매력이 있다.

 

작년에 빠졌던 드라마의 여운도 느낄 겸, 그것보다 도리스 레싱의 작품 세계를 더 알고 싶다. 기이한 설정,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삶의 진실 한 조각을 발견하고 싶다. 출간이 반가운 나머지 읽지도 않은 책을 소개하는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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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8-07-04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오 저도 이번생은 처음이라 보면서 이 소설 보고 싶었는데 ^^~ 보관함 저장!

캐모마일 2018-07-04 00:38   좋아요 1 | URL
저도 작년 말에 검색했었는데요. 절판된지 꽤 돼서 중고가가 만만치 않아서 아쉽게도 못 샀던 책이었습니다. 이번에 정식 출간되니 기분이 좋네요. 이번 생은 처음이라 기억도 나구요. ㅎㅎㅎ

공쟝쟝 2018-07-04 00:44   좋아요 1 | URL
드라마 정주행 일년에 한두편 정도 하는데 오랜만에 정주행 했던 드라마였어요. 참 좋았던 기억 ..저도 거기서 나왔던 생각나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구매했습니다 ㅋ
 
19주년 기념 럭키백 (중고매장 할인멤버십용) - 네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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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멤버십용 할인 한도가 1천원 언저리 남았네요. 알뜰하게 썼네요. 도서정가제 이후로 중고서점을 더 많이 찾고 있어서 올해도 멤버십 찬스를 씁니다. 19주년 럭키백 컨셉이 심플하고 상큼하네요. 특히 정렬적인 레드 색상에 19자가 대문짝만하게 박힌 럭키백...충동을 억제할 수 없네요.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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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주년 기념 럭키백 (중고매장 할인멤버십용) - 네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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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멤버십용 할인 한도가 1천원 언저리 남았네요. 알뜰하게 썼네요. 도서정가제 이후로 중고서점을 더 많이 찾고 있어서 올해도 멤버십 찬스를 씁니다. 19주년 럭키백 컨셉이 심플하고 상큼하네요. 특히 정렬적인 레드 색상에 19자가 대문짝만하게 박힌 럭키백... 충동을 억제할 수 없네요.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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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5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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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을까?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1980년대 중반 무렵이었던 것 같다. 필립 로스의 멋진 일본 야구라는 번역본을 읽고,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발단이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의 원제목은 '위대한 미국 문학(The Great American novel)'이었다. 제목만으론 도대체 어떤 소설인지 짐작이 가지 않겠지만, 상상 속 세계의 야구 이야기를 통해 미국 문학을 다루는 곡예적인 내용이었다. …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나도 일본 야구를 통해 일본인들의 마음속 비밀에 다가가 궁극적으로 일본 문학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저자 후기,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에서 발췌)

 

 

책을 소개하기 전에 저자 후기를 길게 인용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쓴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는 단편소설집으로 야구를 주제로 한 작품 7편을 실었다. <라이프니츠를 흉내 내어>에서 야구공이 에드벌룬처럼 보이는 탓에 아이러니하게도 공을 칠 수 없었던 4번 타자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대체로 작품 속 인물은 야구가 사라진 시대에 그것을 추억하는 야구광들이다. 각 단편 간엔 일견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읽다보면 배경과 설정이 유기적이다.

 

 

작중 인물들에게 야구는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옛 유물이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소설 형식의 부조리극을 읽는 듯했다. 몇몇 작가를 제외하면, 일본 소설이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확한 주제 의식, 가독성 좋은 다이제스트한 스토리텔링과 문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는 눈에 띄는 주제를 찾기 어렵고, 인물 간의 관계나 행동 또한 기괴하다. 야구를 추억한다지만 야구를 아는 독자라면 그것이 과연 야구냐 할 만큼 기억은 일그러져 있다. 오히려 기괴한 인간상과 언어 유희의 향연을 만난다.

 

 

"야구(사어(死語)……아주 옛날에 사라졌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긴 것으로 둥근 것을 치는 게임이라고도 전해진다. 지면에 네모난 것을 놓고 악귀를 쫒았다." (p.102, <센티멘탈 베이스볼 저니>) 이러한 시대에 야구광이었던 큰아버지는 초등생 조카에게 야구를 잘하기 위해선 시 900편과 포르노 100편을 주구장창 보라고 이르기까지 한다.

 

 

"이렇게 해서, 나는 한신 팬인 극작가에게 한신 타이거스가 우승하지 않았던 1985년의 시즌에 대해 배우게 되었어.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들은 '한신 타이거스가 우승을 했다'라는 이데올로기의 지배하에 있었다는 거야."(p.226, <일본 야구의 행방>)

 

 

 

실제 다카하시 겐이치로 작가는 <우하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로 제 1회 미시마 유키오 상을 받았고, 자국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의 기수로 여겨진다고 한다. 기존 일본 문학의 서사 구조를 해체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창조했다는 평이다. 작가는 1960년대 말 전공투 세대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구금된 이후, 한동안 실어증을 앓았다. 그 경험 덕분인지 언어와 문학 연구에 천착했고, 뻔한 글쓰기에서 벗어나 일본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대표작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는 그 산물이다.

 

 

물론 기성 일본 문학과 이를 해체한 포스트 모더니즘의 서사 구조 방식에 낯선 독자에겐 작품이 어렵다. 앞서 밝혔듯, 해독하기 어려운 부조리극을 읽는 듯해서 불편한 감도 있다. 하지만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가 절판되자, 소설 마니아들이 헌책방 순례에 나섰을 만큼,(책 띠지 인용)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문학 애호가나 일본 문학 연구가들에겐 입소문으로 인정 받고 한번쯤 독파해야 할 작가로 유명하다.

 

 

여전히 이 소설집은 나에게 아리송하다. 언뜻 야구광들의 기괴한 군상과 언어 유희에서 일그러진 우리네 삶의 단상이 엿보이고, 기성 문학을 비판하고 해체하는 시도가 언뜻 보이기는 한다. 문학과 언어에 조예가 깊어지면 다시 읽어보고 싶다. 그때는 소설의 진의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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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22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모마일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2017-12-23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캐모마일 2017-12-23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발표가 났나보네요. 축하 감사드립니다.

서니데이 2018-01-01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모마일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오늘부터 새해입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연화 2018-03-25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달인님이 놀러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달인님 다운 문장력이시네요 많이 배워야 겠습니다.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

가치있는삶 2018-06-09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 입니다^^
 
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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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를 동양인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만든 <기탄잘리>. 시집을 생각하면 이 말이 떠오른다.  "고전이란 아는 사람은 많지만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 작품". 우리니라 독자에게도 타고르는 대문호이자 유명한 시인이다.  동양인 최초로 노벨상을 탄 수상자이자 직접적인 인연도 있다. 언론인 이태로에게 남긴 짧은 시 덕분이다. 주요한 작가가 번역하였다.

 

 

 아시아의 황금기에

 그 등불지기 중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기를 기다리고 있네.

 동방의 밝은 빛을 위해

 (p. 241)

 

 

마침 류시화 시인의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언젠가 TVN <비밀독서단>이란 프로그램에서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편을 시청한 후에 시인을 다시 봤다. 패널로 나온 조승연 씨가 인도 신화를 근거로 시집을 해석했는데 그 관점이 신선하고 깊이 있게 다가왔다. 시집을 다시 읽었다. 류시화 시인은 단순한 서정시인을 넘어 구도의 시인으로 뇌리에 남았다. 

 

 

 

류시화 시인은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어떻게 한글로 옮겼을까. 궁금했다. 구도자적 관점에서 영성이 깃든 시집을 제대로 이해하고 번역했으리란 기대감이 들었다. 류시화 시인의 손을 거쳐서일까. <기탄잘리>는 평이한 언어로 쉽게 읽힌다. 반면에 두세 번 읽고 곱씹을만큼 울림이 있다.

 

 

<기탄잘리>. '기트'는 노래고, '안잘리'는 두 손에 담아 바친다는 뜻이다. "노래의 바침'이다. 안타깝지만 벵골어 원전이 아닌 영문 번역판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영문판은 뱅골어판 <기탄잘리>에서 53편, 그 외의 시집에서 50편을 선별해 타고르가 직접 편집하고 번역하였다.총 103편의 시들은 대체로 'thou'를 예찬한 내용이 많은데,  'thou' 는 영문 구어로 'you'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김억이 '주님', 오천석이 '님'으로 번역하였고, 정지용은 김억이 남긴 기독교적 분위기를 빼고 한층 문학적으로 옮겼다는 평이다. 류시화 시인은 '당신'으로 번역한다.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 <기탄잘리>에서 광범위하게 인용)

 

 

시에서 '당신'은 궁극적 자아이자 무한한 존재, 절대자로 볼 수 있다. 물론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이러한 시상은 우리나라 저항 시인 한용운에게 영향을 미쳤다. 짐작하였으리라 예상된다. 바로 <님의 침묵>에서 "님"이다. 시집은 이러한 "당신"에 대한 동경과 찬미, 그와 대조적인 인간 삶의 유한성과 굴곡에 대한 관조로 이루어져 있다. 한용운 시인의 시집 <님의 침묵>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라겐 특히 추천해 본다. 반면에 이같은 주제 의식은 인도 전통 사상을 답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단순히 <우파니샤드>에 브라만(궁극적 실체)과 아트만(개별적 참 자아) 개념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당신은 나를 끝없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기뿜입니다. 이 부서지기 쉬운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워, 언제나 새로운 생명으로 채웁니다.

이 작은 갈대 피리를 언덕과 골짜기로 가지고 다니며 당신은 그것에 끝없이 새로운 곡조를 불어넣습니다."(p.11)

 

 

타고르는 조국 인도가 영국에 점령돼 직할식민지로 전락한 시대를 살았다. 서구권과 일본에 유명세를 얻어서 하버드 대학교 등 각종 강연과 문예 활동을 하였지만, 명성만큼 만만찮은 비난을 겪었다. 일본에서 각광을 받았지만 일본의 제국주의와 국가주의를 비판했다. 1915년 영국에서 수여한 작위를 거부하여 영국인에게 비난을 받았다. 인도에선 '시인'을 '카비'라고 부른다고 한다. '카비'는 '신과 인간 사이에 위치하는 선지자'를 뜻하는데, 카비의 영혼을 가진 타고르에게 제국주의와 국가주의, 편협한 민족주의는 좌시할 수 없는 병폐였을 것이다. 쏟아지는 찬사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을지언정 거부해야 할 광기였을 것이다.

 

 

누구에겐 잊혀진 고전, 동양인 최초의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으로 기념비화되었지만, 여전히 뱅골 지방에선 그의 시가 노래로 불리며 역동적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국가(國歌) 가사로 쓰이고 있다. 이번에 류시화 시인의 번역을 통해 생동하는 <기탄잘리>를 만날 수 있었다.

 

 

시집은 타고르가 엮은 103편의 산문시와 예이츠의 서문, - 예이츠는 타고르를 서방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 이해를 돕기 위해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 주한 인도대사의 추천사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노벨상 수상작인 영문판 시도 수록했다. 시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면 먼저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을 먼저 읽어보면 좋다. 타고르의 인생 궤적을 알고 작품을 읽으면 이해가 쉽다. 타고르의 생애 사진과 직접 그린 그림 삽화와 함께. 기존의 번역본도 있지만, 이번 류시화 번역본은 특히 독자에 대한 작가와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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