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탭업 3D(step up 3D) DVD 일반판, 3 + 4 시리즈 합본판, ost 음반





출처 : 왓차플레이 유투브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x5dR0UclXuA)



<스탭 업 3D>는 2010년에 개봉된 비보잉을 소재로 한 영화다. 스탭 업은 2006년 처음 개봉된 이래로 시리즈화되었는데, 그중에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세 번째 작품인 <스탭 업 3D>가 가장 호평을 받았다. 개봉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비보잉뿐 아니라 댄스 영화 중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상은 결승 배틀과 함께 영화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른바 '물 배틀'로 회자되나 보다. 제목처럼 3D 기술로 비보잉 동작에 맞춰 물이 튀는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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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작가가 쓴 무협소설들은 중국 문화 입문서로도 쓰인다. 실제로 중화권이나 화교계에선 김용 소설로 중국 문화를 가르치기도 한다.....



아마 올해 5월 김영사에서 출간된 <천룡팔부> 정식완역본 부록에서 읽은 내용이다. MSG를 조금 치자면 내가 중국과 중국 문화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거의 팔 할은 바람이 아니라 김용 작가가 쓴 무협지 덕분이다, 중국어는 교양 수업으로 잠깐 들어서 셰셰, 워아이니, 니취팔러마 급이고, 한문학이래봤자 한자검정시험 2급 따고 동아리에서 <논어>,<맹자> 강독 정도만 들었으니 입문자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김용 작가의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했다. 일단 <소오강호>만 말해보자. '소오강호'는 강호를 비웃다, 혹은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즐겁게 강호에 사는 것"이라는 뜻이다. 소설 주제를 함축한다. 작중에선 줄거리 초반에 정파 거물 유정풍과 사파 장로 곡양이 정사 간의 무림 정쟁을 떠나 지음(知音)지기를 맺은 후 만든 합주곡으로 나온다. '광릉산'이란 중국 고전 거문고 연주곡을 편곡했다는 설정이다.



이 광릉산은 실존하는 곡으로 혜강과 관련된 일화가 유명하다. 혜강은 윤리 시간에 배운 중국 죽림칠현 중 리더격인 인물이다. 사마 씨가 세운 진나라(삼국지연의에서 사마의 후손들이 세운 그 나라.) 시대를 살았고 당시 사마 씨와 종회를 비롯한 권력층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사형을 당했다. 형장에서 거문고(중국에선 고금, 칠현금) 연주를 했으니, 바로 그 곡이 광릉산이다. 일설에는 당시 혜광이 곡이 실전될 것을 걱정한 나머지 죽기 전에 연주했다고 한다. 



광릉산은 어떤 곡일까. 사마천이 쓴 <사기> '자객열전'에 나오는 섭정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연주곡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원본을 참고 바란다. 여하튼 무협 소설 제목이자 그 작품 속에 나오는 합주곡 하나를 이해하려면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적 여정을 떠나야 한다. '소오강호'를 제대로 알려면 '광릉산'을 알아야 하고, '광릉산'을 제대로 알려면 혜강과 섭정을 알아야 한다. 혜강을 알려면 죽림칠현과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진나라 를 알아야 하고, 섭정을 알려면 사마천의 <사기>로 넘어가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게 끝일까.



그렇다면 작가가 굳이 <소오강호>에 광릉산을 집어넣은 의도가 궁금해진다. 섭정은 차치하고 죽림칠현 혜강만 풀어보자. 그가 살았던 사마 씨의 진나라는 이른바 정치 막장 시기로 유명하다. 초대 황제 사마염은 어머니인 문명왕후 왕원희가 서거하자 사치와 향략에 빠졌다. 황실은 권위를 잃었다. 귀족과 유지들이 방관할 리 없다. 일설엔 권세가들이 토지 주인인 백성을 길거리에서 그냥 후려치고 땅을 강탈했을 정도라고 한다. 



혜강은 죽림칠현의 리더이자 명망가였다. 그러나 사마 씨의 중용을 거절하고 권세가인 종회를 냉대하여 미움을 샀다. 참소를 당해 종회에 의해 사형당한다. 윤리시간에 죽림칠현은 이른바 청담 사상의 대표격으로 속세에서 벗어나 유가, 도가에 기반한 철학적 담론을 발전시켰다고 배웠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칠현은 신선처럼 살지 못했다. 더러는 관직에 나갔고 더러는 치부도 했고 서로 의절도 했다. 혜강은 초심을 지키고자 했으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김용 작가가 <소오강호>를 집필할 시절, 홍콩도 사마 씨의 치세처럼 평안하지 못했다. 본토는 문화대혁명을 겪고 있었고 홍콩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그래서일까. 김용 작가는 유독 <소오강호>를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비록 작가는 당시 정치 상황을 빗댄 것이 아니라고 답하였지만, 평론가를 비롯한 독자는 소설에서 정치적 은유를 읽었다. 비록 무협지이나 작품이 그리는 인간 군상과 주제에서 당시 정치적 혼란기의 상황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작품엔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위선자에 대한 묘사가 많다. 그들은 대의 명분을 앞세우나 정작 권력욕에 눈이 멀어 정치 공작과 권모술수를 일삼는다. 사리사욕을 위해 위군자 행세를 한다. 명망을 쌓고 정의를 부르짖으며 무림인들을 선동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대립과 혼란, 전쟁과 숙청, 살육이다. 반면에 혜강처럼 강호를 떠나 유유자적하며 살고자 했지만 비참한 죽음을 맞거나, 강호의 생리를 벗어나지 못해 변절하고 비극적 최후를 맞는 인물도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소설 <소오강호> 리뷰를 참고 바란다.



이쯤에서 '소오강호'를 광릉산과 엮은 이유가 짐작된다. 비록 혜강과 섭정이 살았던 시대가 문화대혁명 시기와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인물 중 누구는 문화대혁명 사인방과 같고, 어떤 집단은 홍위병과 비슷하다는 등의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자가 관과할 수 없는 점은 냉혹한 혼란기에 여실히 드러나는 인간의 천태만상과 그 본질적 접점이다. 



혜강은 나름 초심을 지켰고 죽림칠현 중 정신적 지주였다. 하지만 그는 청담을 논하며 신선이 될 수 없었다. 철저한 속세의 논리로 사형당했다. 위군자들이 판치고 편을 가르고 숙청과 살상이 벌어지는 시대적 참극 속에서, 시대를 조롱하며 유유자적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이 점에서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즐겁게 강호에 사는 것"이라는 <소오강호>의 주제와 상통한다. 



소설에선 '소오강호'를 작곡한 정파 유정풍과 사파 곡양이 혜강 이후 소실된 줄 알았던 광릉산을 한나라 말 정치가, 문장가, 학자인 채옹의 묘에서 도굴하였다고 밝힌다. 혜강을 넘어 채옹까지 나오는데, 그가 살았던 한나라 말 시기 또한 정치적 혼란기였고 백성들은 죽어났었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군웅할거만 기억할 게 아니라, 현대인이라면 백성의 시각에서 그 시대를 바라봐야지 않을까.



이처럼 <소오강호>를 이해하기 위한 입문 과정으로 광릉산 코드 하나만 풀려고해도 긴 여정길을 나서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중국 역사, 문화 탐방기가 따로 없다. 춘추전국시대 섭정의 고사부터 중국 문화대혁명까지 거치는 장정이다. <소오강호>를 넘어 작가 김용에 대한 담론을 꺼내자면 80년대 말 90년대 초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홍콩 무협 장르에 대한 이해와 대한민국 출판사까지 다다른다. 



게다가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소오강호> 최신판이 2018년에 방영되었고, 다른 작품도 근 3년 간 몇 작품이나 방영되었다. 지금도 방영 대기중인 작품이 기다리고 있지만, 공산당 당국의 검열 때문에 방영이 지연된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관심을 가지면 최신 중국 미디어 환경과 역사 공정까지 알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무협 장르가 대중적이라한들, 작품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왜 독자들은 그 힘든 일을 사서 하는 것일까. 가장 빠른 이해를 위해서 <소오강호>를 잠시 뒤로 하고, 작가의 다른 작품인 대하무협소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를 이야기하고 싶다. 이 세 작품은 내용이 이어져 사조삼부곡으로 통칭하는데, 우리나라 독자에겐 <영웅문>으로 유명하다. <영웅문>은  대한민국 출판 역사상 베스트셀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도서로 약 칠백만 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실 이 <영웅문>은 지금은 없어진 고려원 출판사에서 저작권 동의 없이 해적판으로 출간된 판본이다. 당시 우리나라가 국제 저작권과 관련하여 베른 협약에 가입하기 전이었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론 대한민국 출판사에 남은 작품이 해적판인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김영사 정식완역본이 나올 때마다 나는 내돈내산했다.)



또 <소오강호>로 넘어오면, 우리나라에서 <동방불패>, <아! 만리성>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어 <영웅문>만큼은 아니나 큰 인기를 끌었다. <동방불패>하면 임청하, 이연걸 주연의 동명 영화가 떠오르는데, 이 작품 또한 김용 작가가 쓴 <소오강호>가 원작이다. 영화 <동방불패> 뿐인가. 이쯤되면 사골 우려먹기다 싶을 정도로 김용 작품은 지금도 끊임없이 영상 미디어로 제작, 방영된다. 에둘러 말했지만 결국 우리나라 출판사에 길이 남을 해적판을 남기고 50여 년이 넘는 사골 우려먹기식 드라마, 영화 제작이 이뤄지는 이유는 한마디로 소설이 재밌기 때문이다. 모르고 봐도 그냥 재밌다. 



하지만 대중성만으로 사람들은 신필(神筆)이라 말하지 않는다. 김용 작가가 2018년 타계한 이후에도 신필로 인정받는 이유는 미친 대중성과 함께 작품성까지 인정받는 덕분이다. 소설 내적인 작품성은 물론이고 작품 속에 중국 역사, 문화가 녹아들어 있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 못하다는 <논어> 구절처럼, 독자는 재미로 입문했다가 은연중에 중국 역사,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나는 화교권에서 김용 작가가 남긴 무협지로 중국 문화를 가르치는지 아닌지 진위를 모른다. 다만 설득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작가가 <소오강호>에서 언급한 광릉산이 무엇이고 어떤 의도로 설정했는지 그 코드 하나만 풀려고해도 중국 역사, 철학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중국을 공부한대서 나한테 금전적 이득과 명예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발적인 내돈내산 지식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재밌어서다. 그외에 달리 어떤 이유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고(故) 김용 작가를 애정하고 기리면서 김영사에서 나오는 정식완역본을 기다리고 모으는 것이 낙이다. 여전히 대륙에선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들이 만들어진다. 보고 또 볼 것이다. 그리고 모르고 의문가는 점이 생기면 중국 역사서나 고전을 펼쳐볼 생각이다.



덧붙이자면 이런 게 문화 컨텐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김용 월드를 통해 자발적으로 중국 문화에 입문했다. 최근에 출간된 웨이보 대상을 받은 소설 <당나라 퇴마사>나 좀 지났지만 드라마 <삼생삼세 십리도화>, 최근에 나온 <절대쌍교> 등 다른 중화권 컨텐츠를 자주 찾아본다.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그랬듯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문화 컨텐츠로 한국 문화에 입문하는 외국인도 많지 싶다. 요즘 외국 여러 나라에서 집계된 넷플릭스 시청순위 탑 10을 보면,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태원 클라쓰> 등 한국드라마들이 너덧 개 씩이나 포진해 있다. BTS......까진 넘어가지 말아야겠다. 결국 그들도 내돈내산하며 재미로 한국 문화를 알아가고 있을 것이니 나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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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0-15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용 작가의 사조영웅전이 다시 출간되는군요. 전에 고려원에서 출간된 3부작과 이전 김영사 출간판을 보았는데, 이번 번역본은 표지가 달라져서 새로운 책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캐모마일님, 좋은 밤 되세요.^^

캐모마일 2020-10-15 23:29   좋아요 1 | URL
표지가 다른 김영사판 사조영웅전은 이전 김영사판의 개정판이라고 합니다. 줄거리가 바뀌진 않았지만 번역과 윤문에 더 신경을 썼다고 알고 있습니다.

캐모마일 2020-10-15 23:35   좋아요 1 | URL
의천도룡기도 내년에 개정판이 출간된다고 하네요. 아마 가격은 오르겠지만 구판 사실 분들께선 이 점 유념하고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실 고려원 3부작은 못 읽어봐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서니데이님처럼 두 판본 다 읽어보신 독자님들이 많이 부럽습니다. 해적판이긴 하지만 나름 가치가 있어서요. 김용 작가님이 생전에 개정을 여러 번 하셨고 김영사판이 최근 개정한 내용을 정식 판권을 주고 번역해서 저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만, 고려원판은 최종 개전 이전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김영사판과 내용이 다른 점이 있다고 들어서요. 기회가 된다면 소장까진 아니라도 고려원판과 김영사판을 비교하면서 어느 부분이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부럽네요....

서니데이 2020-10-15 23:43   좋아요 1 | URL
사조삼부곡의 내용은 계속 개정이 되면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고 개정판에 따라 제작되는 드라마의 설정도 달라지는 것 같긴 해요. 번역도서의 문체가 역자와 판본에 따라 달라지는 점도 있고요. 이전 고려원 도서를 보관하지 않아서 지금은 조금 아쉽습니다.
 
신을 받으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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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받으라>는 <살(煞):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를 쓴 박해로 작가의 오컬트 호러 소설이다. 작가는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를 한국 역사에 접목한 시리즈 <귀경잡록>을 집필하는 등, 우리나라 색깔을 가진 토속적 공포물로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소설은 백여 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1876년 장일손은 섭주 관아에서 현령 김광신에 의해 천주쟁이로 몰려 급하게 참수당한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천주학 서적이나 증거들은 석연치 않았고, 장일손은 김광신의 일족과 망나니 석발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죽어갔다. 그후 섭주에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망나니 석발은 장일손의 망령에 시달리다 선녀보살을 찾아가지만, 둘은 참혹한 죽음을 맞는다.



백 년이 지나 1976년, 목사 정균은 섭주에 시골 개척 교회를 설립한다. 동네 주민들은 정균을 따르고 신앙을 받아들이며 순조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무당의 딸이란 이유로 동네에서 배척받던 묘화에게 이적이 일어난다. 동네 주민들은 정균에게 묘화가 벌이는 기적을 판별해주길 원하지만, 정균은 묘화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는 어릴 적 신병(神病)에 시달린 후 신기에 다가가면 몸살이 났고 이를 견디기 위해 오히려 목회자가 되는 길을 택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정균은 결국 용기를 내어 기이한 일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섭주에 일어난 이적은 주님의 은총일까, 아니면 악마의 저주일까. 참 믿음과 거짓 믿음을 어떻게 판별하고 옳은 신앙과 그릇된 신앙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백년 전 사교(邪敎)로 몰려 사형당한 장일손이 내린 저주와 그의 비밀은 무엇일까. 장일손의 종교는 무엇이었고 그는 어떤 나라를 꿈꿨을까. 그 함의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신을 받으라>는 마치 한국 오컬트 영화계의 명작으로 꼽히는 <곡성>과 <사이비>를 연상케 한다. 작가의 전작 <살(煞)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보다 스케일은 커지고 긴장감은 정교해졌다. 특히 일제 강점기 시절 백백교나 여타 사이비, 이단 종교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도 엿볼 수 있겠다. 그리고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작가의 차기작, <독생자>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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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죽음 1~2 세트 - 전2권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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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신작 <심판>이 출간되었다. <인간> 이후로 작가가 쓴 두 번째 희곡이라고 한다. 올 초여름 <기억>이 나온 것을 생각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는 한국 독자에게 다작형 작가로 자리잡은 듯하다. 신간이 꾸준히 출간되는 데다 일단 나오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또 그 틈새에 기존 소설의 리커버 판까지 계속 나온다. 마치 휴식기가 없는 작가로 인식이 박혀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죽음>은 2019년 5월에 출간된 소설로 신간 <심판>, 올해 나온 <기억> 이전 작품이다. 내가 처음 읽고 작가의 팬이 된 작품이 <타나토노트>여서인지 <죽음>에 유달리 관심이 갔다. <타나토노트>란 제목 자체가 그리스어 타나토스(죽음)과 나우테스(항해자)의 조합이다. 내용은 모르지만 타나토노트의 한 축인 타나토스를 직접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옛 추억을 떠올리지 않고 못 베기게 만들었다.



사족이나 잠시 <타나토노트>를 설명하자면, 소설은 사후세계를 밝히는 영계탐사단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인위적인 실험으로 임사 체험을 유도하여 영혼을 영계로 보내는 과정이 호러, 스릴러,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넘나드는 것 같았고, 사후 세계 묘사 또한 기발했다. 윤회를 하면서 마일리지를 쌓아간다는, 지금은 조금 유치해보일 수 있는 설정까지도 신기했을 정도였다. 베르베르 월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상의 인물, 에드몽 웰즈가 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에서 인용한 내용은 작품에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색체를 더했다. 나는 자부한다. <개미>파가 성골이라면 <타나토노트>파도 진골쯤은 될 것이라고. 비록 <천사들의 제국>이나 <신>처럼 직접적인 시리즈는 아니지만, <죽음> 또한 <타나토노트>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본다. 



<죽음>은 대중적인 인기 작가 가브리엘 웰즈의 돌연사로 시작한다. 이후는 스포일러 포함이다. 죽음을 소재로 한 장편 소설 출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본인이 현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가 영혼이 되어 자신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밝혀 나간다는 스토리다.



내용 자체가 베르베르 작가 팬에게 어필하기 충분하다. 여기에 베르베르 월드의 매력적인 설정을 시즈닝처럼 곳곳에 아주 엄청나게 뿌려놓았다. 연금술과 영매술, 드루이드를 포함한 신화적 설정들을 배치해 놓았고, 주인공 자체가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저작자인 에드몽 웰즈와 작은 손자뻘 관계다.



게다가 주인공은 이미 영혼이 된 대작가들과 만나고 얽히기까지 한다. 주인공이 <셜록 홈즈>의 작가 코난 도일에게 추리를 직접 부탁하고, 이미 영혼이 된 대작가들이 편을 나누어 펼치는 토론과 전쟁에 참여한다. 도스도예프스키나 괴테처럼 기성 평론가들에게 불멸의 고전으로 인정받은 작가들에 맞서서, 코난 도일과 러브 크래프트를 비롯한 이른바 상상력 작가 진영이 편을 짜서 대항한다. 셜록 홈즈가 버스커빌가의 개를 불러오고 러브 크래프트가 크툴루를 소환한다.



그래서 결국 가브리엘 웰즈는 왜 돌연사를 했고 범인은 누구인가? <죽음>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타나토노트>보다 친절하고 성실하게 설명해 준다. 더러는 고차원의 세계에 도달한 가브리엘 웰즈에 경탄할 것이고, 더러는 황당하고 어이없게 느껴질 것이다. 내 입장에선 후자라고 해서 꼭 틀에 박힌 기존 문단 권력형 독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른바 상상력 문학을 좋아하고 고전 문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도 좀 황당하고 어이없었다. 



짐작했듯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가 본인을 투영시킨 인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우리나라에선 누구보다 사랑받지만, 다른 나라에선 우리나라만큼 대우가 영 좋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장르 작가라는 이미지 때문에 기성 비평가에게 그닥 호평을 못 받는 것으로 안다. 그러니 기성 비평가들이 찬양해 마지않는 고전 작가들, 기존 문단 권력들을 한 축에 놓고, 대중성을 가진 장르 작가들을 다른 축에 상상력 작가 집단으로 놓아서 서로 전쟁을 벌인다는 설정을 쓰지 않았을까. 아마 작가의 팬이라면 이 부분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캐치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죽음>을 읽으면서 <타나토노트>만큼의 충격과 영감을 받지 못했다. 열혈팬들에겐 작가가 직접 자신을 투영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본인의 작품 세계를 한껏 버무려 만들어준 축복같은 소설이겠지만, 베르베르 월드에 가입하지 않은 독자에겐 작가의 욕심으로 읽히기 십상이다.



이제는 베르베르 작가에게 큰 기대를 걷을 때가 온 거 같다. 아이디어와 상상력은 괜찮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 세계에 어느정도 익숙하고, 팬인듯 팬이 아닌듯한 나같은 독자에겐 기존 세계관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예전처럼 정교하지 않고 헐겁다. 마치 작가가 받은 영감을 스케치해서 다듬거나 채색이 덜 된 채 독자에게 전달한 느낌이다. 기대가 커서 실망을 했을까. 별 생각 없이, 부담 없이 읽었다면 소설 <죽음>에 담긴 상상력이나 아이디어를 더 멋지고 재밌게 만났을텐데. 독자로서 스스로 아쉬움도 든다. 이제는 작가에게 큰 기대를 걷을 때가 온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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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1-08-24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부턴가 베르베르 작가에게 큰 기대를 걷었습니다ㅎ 어렸을 때 초기작(개미, 뇌, 아버지들의 아버지, 타나토노스 등)들을 감탄하며 재밌게 봤었는데 지금은 그냥 부담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가로 변했습니다ㅎ
 

 <막스 리히터가 편곡한 비발디 사계(Max Richter - Recomposed: Vivaldi, The Four Seasons)>를 처음 알게 된 것은 DG(도이치 그라모폰, 독일 축음기) 음반사에서 나온 컴필레이션 앨범 <100 바이올린 걸작> (100 VIOLIN MASTERWORKS)중 첫 CD에 수록된 12번째 곡 <봄 1악장>(Recomposed by Max Richter : Vivaldi, The Four Seasons : spring 1)을 듣고서였다.




<100 바이올린 걸작>(100 VIOLIN MASTERWORKS)는 바이올린 연주곡, 협주곡 중 유명한 100곡을 선정해서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이름값이 있어서인지 발매 후 클래식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나도 홀린듯이 샀다. 음반 북클릿에 기재된 수록곡 목록에는 쟁쟁한 클래식 음악가들, 비발디, 모차르트, 베토벤, 그리고 바이올린의 대가 파가니니 등이 있었다. 당시 막스 리히터는 모르는 음악가라 그냥 그런가보다 했고 비발디 <사계> 편곡이나 변주곡 또한 파헬벨의 <캐논>처럼 다양해서 크게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무심결에 음반을 청취하다가 순간 멍해졌다. 생소하지만 익숙한 느낌. 굉장히 활기차고 사람을 설레게하지만 한편으론 신비한 느낌을 주는 바이올린 선율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바로 북클릿을 확인했다. 음악가 막스 리히터와 그의 <사계> 변주곡을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사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 중 한 명인 안토니오 비발디의 곡이다.엄밀히 말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각각 3악장의 독립된 협주곡으로 비발디 협주곡  No.1, No.2, No.3, No.4번을 일컫는다. 특히 <봄> 1악장은 알레그로(빠르게)속도로 빠르고 경쾌하게 봄의 생기를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래 영상은 클라라 주미 강의 바이올린 연주. 탐고로 클라라 주미 강은 우리나라 유명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로 <놀면 뭐하니?>에 나온 손열음 피아니스트와 협연도 자주 한다.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처 : 유투브 채널 달빛소나타, 

주소 : https://www.youtube.com/watch?v=c51yiex2ie8


아래 영상은 막스 리히터의 편곡 버전 중 <봄> 1악장이다. 바이올리니스트는 다니엘 호프일 것이다. 비발디의 원곡 1악장을 들으면 빠르고 경쾌한 분위기의 설레는 봄이 떠오른다.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한, 겨울잠에서 깨어나 만물이 약동하는 듯한 상쾌함을 준다. 막스 리히터의 편곡엔 거기에 생명의 신비를 더한 느낌이다. 경쾌하고 무겁지 않은 경외감, 장엄함을 느끼게 한다. 아마 난 거기에 반한 거 같다.  



실제로 <사계>를 검색하면 비발디가 먼저 나오지만, 관련검색어로 막스 리히터, <막스 리히터가 편곡한 사계>가 많이 뜬다. 그만큼 유명했는데 왜 난 몰랐지. 늦게나마 알게 돼서 다행이었다. 




출처 : Deutsche Grammophon, Recomposed by Max Richter - Vivaldi - The Four Seasons, 1. Spring (Official Video), 

주소 : https://www.youtube.com/watch?v=DLDvbnK_Sqk



아래는 전곡 연주 영상.



출처 : MaxRichterMusic, Max Richter - The Four Seasons: Recomposed Live at Le Poisson Rouge, NYC. 

주소 : https://www.youtube.com/watch?v=CJqRsuLbcL0&t=191s



ps. 솔직히 난 음악 전공자가 아니고 학창시절 음악 시간을 달가워하지도 않았다. 한창 일본 드라마가 인기를 끌던 시절 우에노 주리의 팬이었고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 클래식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그후로 그냥저냥 OST 위주로 찾아듣는 정도였는데, 삶에서 뜻하지 않게 힘든 일을 겪고 나서 클래식에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수백 년을 거쳐서 지금껏 연주되는 음악적 생명력과 불멸성을 생각하니 내 삶의 자잘한 문제들은 그 속에서 희석되는 느낌이었다. 



꼭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음악 리뷰를 쓸 수 있을까. 주관적이고 허술하고 깊은 소양은 없지만 나름대로 느낀 감상이나 추천 음반을 소개해도 되지 않을까. 아마 나같은 클래식 입문자나 즐기는 위주로 듣는 독자가 존재한다면 조금이나마 공감하지 않을까. 정말 음악에 소양이 있는 독자분이라면 이런 입문자를 무시하지 않고 음악의 기쁨을 더 맛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여러 생각이 들면서 그냥 나는 나대로 음반 리뷰, 음악 리뷰를 시작하기로 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힘 빼고 써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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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8-29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리히터라 해서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인 줄 알았네요...

캐모마일 2020-08-29 17:12   좋아요 1 | URL
정말 역사적인 피아니스트라 먼저 그분을 떠올리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거 같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