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 순간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중심이 없으면 칭찬과 환호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오늘의 칭찬과 환호는 내일 뒤집어질 수 있다. 한순간에 비난과 경멸, 야유와 조롱으로 바뀔 수 있다. 그만큼 달콤하지만 영원하지 못한 것이 바로 주변의 시선이다. 중심을 유지하며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오늘도 공부한다. 내 삶의 두 축은 ‘학문‘과 ‘참여‘다. - P15

공부란자신을 아는 길이다. 자신의 속을 깊이 들여다보며 자신이 무엇에 들뜨고 무엇에 끌리는지 무엇에 분노하는지, 아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다. 공부란 이렇게 자신의 꿈과 갈등을 직시하는 주체적인 인간이 세상과 만나는 문이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점에서 공부에는 끝이 없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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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타자애와 자기애는 동전의 양면이다. 나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이고, 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데 성공한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 선순환이 실패할 경우 상황은 반대가 된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타자를 미워할 것이고, 그타자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나를 또한 사랑할 수 없게 된다. 선순환과 악순환 모두 그 영향이 심대하지만, 후자의 영향이 훗날에 더크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전언이다. 프로이트에 서정주를 섞어 말한다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팔할이 실패한 사랑의 역사‘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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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한번 놓친 길은 다시 걸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 시는 말하지만, 작품은 길과 달라서, 우리는 시의 맨 처음으로 계속 되돌아가 작품이 품고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남김없이 다 걸어도 된다. 다행이지 않은가. 인생은 다시 살 수 없지만, 책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 P246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머리말에서 글쓰기의 단계별 준칙을 이렇게 정리해본 적이 있다. (물론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설정한기준에 언제나 미달한다.) 첫째, 가치 있는 인식을 생산할 것. 좋은 글이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취향이나 입장이 아니라 인식이기 때문이다. 둘째,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뜻한 바를 백 퍼센트 담아낼 수 있는 문장이 써질 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공학적으로 배치할 것. 모든 문장이 제자리에 놓이도록 만들어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요건은 내가 윤상의 음악에서 경탄하며 발견하곤 하는 것들이다 - P253

히라노 게이치로는 우리가 자신의 전부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보들레르의 시나 모리 오가이의 소설을 읽을 때의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었고, 그것이 자기라는 존재를 긍정하는 입구였다고 고백한다. "사랑이란 상대의 존재가 당신 자신을 사랑하게 해주는 것이다."(「나란 무엇인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 덕질은 우리에게 그런 덕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자꾸만 나를 혐오하게 만드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이 세계와 맞서고 있다. - P254

그러니까 사랑은 누구도 완전히 절망할 수는 없게 만드는 이상한 노래를 함께 부르는 일같은 것이리라. 죽을 때까진, 살아가는 것이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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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주의하는 게 오만함, 겉멋 같은 것들이다. 항상 ‘난 별것 아니다‘란 생각으로 사는 편이 제일 안전한 길이라고 믿는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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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란 책에 의하면 인간이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가 그저 유전자를 이어가기 위함이라는 삭막한 결론을 내릴 수가 있다. 그렇게 정의 내리고 싶지 않다면, 결국 인간은 정체성이다. 단지 유전자를 옮기기 위한 그릇에 불과한 게 아닌, 하나의 고유한 객체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삶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사소하더라도 내가 어떤 존재인지 하나하나 정체성을 채워갈 때 본능적으로 행복한 거다.  - P183

자존감이라는 게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내 경우에는 내가 잘하는 무언가를 내가 뿌듯해할 때 형성됐다. 혹 잘하지 못하더라도 남들보다 더 잘 ‘아는‘ 것에서도 난 뿌듯함을 느꼈다. 그게 게임이든 예체능이든 당장은 무익해 보이는 어떤 ‘덕질‘이든 남들보다 더 좋아하고 잘하고 잘 알게 되는 일이 아마도 한 사람의 인생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자존감의 기틀이 되는게 아닐까.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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