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 - "5년 뒤 당신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선대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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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가 커서인지 매번 읽을 때마다 매번 실망을 함에도 불구하고, 선대인의 책은 꼭 사보게 된다. <선대인의 빅픽처>를 읽고 실망한지 몇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책을 사고 말았다. '일의 미래'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해보지만, 이번에도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꽤 크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일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동시에 고려해야 할 4가지 요소로 저성장 시대, 인구 마이너스, 기술 빅뱅, 로봇화와 인공지능이라는 흐름을 강조한다. 2부에서는 어떤 일이 전망이 있을지를 기업, 개인, 사회의 관점에서 각각 예측한다. 최근 화두라 할 수 있는 4차산업혁명의 유행과 맥을 같이 하며, 이 책은 경제학의 관점에서 다가올 미래, 그리고 미래의 변화에 대한 예측을 담고 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충분한 근거와 통계자료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이 억지스럽거나 틀린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반대로 특별히 새로운 부분도 보이지 않는다. 한계기업의 증가라는 문제점, 한국형 패스트 팔로워 전략의 한계, 세계적인 보호무역의 강화, 인구절벽과 소비절벽의 연결, 가구형태의 변화와 그에 따른 기업의 변화, 기술발전에 따른 제조업과 같은 일자리의 수명 단축. 어찌보면 이미 추측해볼 수 있는 것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을 겨냥한 화장품 산업, 1인가구를 겨냥한 편의점이나 온라인 쇼핑, 고령화에 따른 바이오, 제약, 건강식품, 전기자동차와 그 인프라, 전기차 배터리, 사물인터넷과 3D프린팅, 산업용 로봇 등이 앞으로 부상할 미래형 일자리라고 한다. 그런데 이 목록들에는 일반 독자로서도 전혀 예측하지 못하거나 달리할 부분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내 입장에서는 굳이 시간을 들여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를 한다고 저자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막연한 예측에 확신을 가진 것만으로도 경우에 따라서는 큰 소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2부에는 뭔가 내가 생각할 수 없는 전망이 담겨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가 후반부에 개인에게 하는 조언들, 예를 들면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아라", "창업 DNA를 가져라", "여러 번의 생애전환기에 대비하라", 창의적 작업 영역, 사회적 상호작용 영역, 신체적 능숙성 영역에서 "오로지 '나'이기에 가능한 능력을 키워라", "자산구조와 소득구조를 바꾸고, 금융지능을 키우라" 같은 조언들은 자기계발서의 내용을 각색한 느낌마저 든다. (아니,, 이러한 주장들은 누구라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진리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에게 경제학적 분석을 할 수 있는 점쟁이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신문이나 뉴스에서 접하는 이야기들이 아닌 뭔가 색 다르고 특별한 제안을 기대한 독자의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기술적인 문제나 자율주행차의 가격, 사용자 수용성 문제보다는 사회적, 법적, 윤리적인 문제들이 해결해야 할 더 큰 숙제다. 예를 들어 어느 쪽으로 가도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에서 어떤 피해를 선택하도록 설계할 것인가. 또 그에 따른 윤리적, 법적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물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돼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원래 달리던 길로 가면 어른 네 명을 치게 되고, 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길로 가면 아이 한 명을 치게 된다고 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할 것인가. 또는 좁은 길에서 갑자기 넘어진 어린 아이를 피하기 위해 가던 방향을 바꾸면 탑승자가 다치거나 죽게 될 때 자율주행차가 어떤 선택을 하게 할 것인가. 이처럼 자율주행차의 선택을 프로그래밍하는 과정은 딜레마의 연속이다. 또한 특정한 선택을 내리도록 프로그래밍한 뒤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그 책임을 제조사에게 물을지, 탑승자에게 물을지도 고민거리다. - 104쪽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보았다. 즉, 총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예측한 것이다. 여기에서 얻은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관리직과 단순 화이트칼라 사무직은 사라질 위험이 큰 반면 컴퓨터나 수학 등과 관련 있는 직업은 대체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이런 일자리 변화는 심각한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가져올 것인데, 새로운 일자리에 적합한 새로운 기술을 갖추도록(reskilling)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세계 인구는 증가해 실업률 또한 더욱 높아질 것이므로, 일자리 변화에 맞춰 적절한 기술을 갖추지 못하면 2019년에는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아질 것이다. 또한 인구 증가 및 여성의 경제활동 등 사회적 요인에 따라서도 일자리 수요가 변화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들도 눈여겨봐야 한다. - 138, 139쪽

미래의 파괴적인 변화는 일자리의 수(Quantities)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Qualities)과 그에 따라 요구되는 기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요구는 에너지, 금융서비스, 헬스케어, ICT 등의 분야에서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사회기반시설, 소비자, 미디어 등의 분야에서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기술이 요구되는 직업의 대부분은 컴퓨터, IT, 엔지니어링 등 수학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인데 이러한 분야에 일하는 노동자 중에는 남자가 많기 때문에 여성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 139쪽

기업은 아니지만 도시 중에 샌프란시스코와 디트로이트의 대비되는 사례를 예로 들어 생각해볼 수도 있다. 디트로이트는 1950년대부터 세계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본고장이자 미국 최고의 부자 도시 중 하나였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석유파동과 일본 자동차 업계의 거센 도전, 안이한 경영진과 과도한 요구조건을 내건 노동조합의 대립 등이 겹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결국 2013년에 18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파산하고 말았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지역들은 초기의 수산 및 해운물류 산업에서 벗어나 전문 서비스와 금융 산업을 키웠고, 이후에는 첨단기술 기업들의 모태가 된 실리콘밸리를 형성해 나갔다. 이런 식으로 도시의 자원과 역량이 남아 있을 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에 나서 계속 번창하는 도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 176쪽

가진 자원이 많은 강자는 기본적으로 동질화 전략과 물량전, 전면전을 펼칠 수 있다. 기업 사례로 질레트의 면도기를 들 수 있다. 면도기 시장에 일회용 제품들이 등장해 시장을 조금씩 늘려가자 질레트는 자신들도 일회용 면도기를 더 싸게 시장에 내놓았다. 같은 제품을 내놓는 동질화 전략을 써서 일회용 면도기 업체들이 성장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 면도기 시장의 강자였던 질레트가 많은 자금력과 생산설비를 바탕으로 물량전을 펼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방법이다. 이는 기업의 세계뿐 아니라 정치,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도 똑같이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만면 약자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차별화하는 것이다. 이는 자원이 많지 않은 약자가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해 화력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당연히 강자들처럼 전면전을 펼칠 수 없고, 국지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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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걸 2017-07-22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후반부는 내공이 딸린다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