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정.
그 거룩한 가정은 실은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와, 미혼모였던 그 엄마, 그리고 그 아이의 의붓아버지가 이룬 가정이었다. 몹시 모던하지 않은가 말이다.
나중에 생각한 것이지만 모든 진리 혹은 진실한 것들은 모던하다. 죄 많은 인간들은 보통 그것에 아직 도달하지 못하기에 그것은 늘 미래의 것이기 때문이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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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다는 것. 그것도 올바로 사고를 업데이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실은 피곤하고 힘겨운 일이다.
그저 어제처럼 사는 것, 내게 젊은이들보다 알량한 권력이 약간있어, 어제처럼 살아도 나는 불편하지 않고 나만 불편하지 않은 것, 이것이 늙음이다. 죽음보다 못한 늙음을 우리는 흔하게도 본다.  - P73

아마도 나는 나 자신의 망상을 사랑했었다.  - P75

"젊은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 현명해지고 너무나 너그러워지고 너무나 침착해졌다고 너희가 칭찬해 주니 그게 참 기뻐. 그런데 이렇게 된 건 나이가 내게 준 것이 결코 아니야. 나이를 먹고 가만히 있으면 그저 퇴보할 뿐이야. 더 딱딱해지고 더 완고해지고 더 편협해지지. 자기가 바보가 된 줄도 모르는 바보가 되지.
만일 내게 예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면이 있다면 그건 성숙해지고자, 더 나아지고자 흘린 피눈물이 내게 준 거야. 쪽팔리고 속상했지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때 피눈물이 흐르는 거 같았거든. 그런데 육십이 된 오늘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제일 잘한 게 그거 같아. 칭찬해, 내 피눈물!"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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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예루살렘이야?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도 정확히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천천히 깨닫게 되겠지. 이건 나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것. 답이 언제나 그 순간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답은 없어도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 - P51

언제나 선택은 포기를 동반한다. 가장 큰 원칙이 떠남이라고 정해졌으면 나머지 것들은 포기하거나 저절로 큰 원칙에 맞춰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것이 내가 예순 해를 살면서 깨달은 것들이었다. 어떤 선택이든 반드시 버림이 동반된다는 것.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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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알았다. 새것이 오기 전에 옛것을 반드시 버려야 하는 때가 있는데 이 버리는 데도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만두고 포기하는 것, 멀리 보내고 이별을 해내는 것도 힘이 있어서라는 것을 그것이 사람이든 사랑이든 물건이든 제가 이루어낸 과거의 꽃 같은 영화로움이든. - P34

그렇구나. 그래서 가끔 하느님이 답답했구나. 전지전능하다면서 저 나쁜 놈들에게 벼락도 내리지 않기에 나는 무력한 신이 답답했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삼갈 일이 많다는 거구나 아기를 재운 엄마가 아무리 나쁜 놈이 와도 큰 소리로 싸우기를 주저하듯이, 함부로 움직이지도 소리 내지도 못하는 거구나. 그래서 악은 일견 시원해 보이고 사이다 같고 힘이 세 보이는 거였다. 거칠게 없지 않나. 누가 다치든 상처 입든 상관이 없을 테니. 그래서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삼가야 할 일이 많고 헤아려줄 일이 많고 그래서 많이 약해 보이는 것이었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동백이를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나는 동백이와 함께 꼬박 하룻밤을 앓았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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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뷰티풀
앤 나폴리타노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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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작은 아씨들>을 읽는 느낌이었다. 하나의 덩어리었던 네 자매가 성장하여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지만 결국 가족이라는 굴레로 다시 모여드는 이야기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이의 삶은 내 삶과도 겹쳐 보이기 마련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후회를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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