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에게 고맙다 : 가장 흔한 말, 정작 나에게 하지 못한 인사
전승환 지음 / 허밍버드 / 2016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분명 내가 산 책은 아닌데 책장에 이런 제목의 책이 꽂여 있는 것이 의아했다. 모르긴 몰라도 혜민 같은 이들을 좋아하는 집의 누군가가 사 놓고 구석에 박아둔 것이리라. 책장 자리도 확보할 겸 책을 빼서 한번 훑어보았다.

 

사소함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게으르게 살아도 괜찮다, 빈틈이 필요하다, 누구나 외롭다, 힘들 땐 힘들다고 해라, 진심이 통한다고 믿는다 따위의 말에 살을 붙이고 줄바꾸기를 많이 해서 서너 페이지로 편집하였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패러디 한 것 같은 "내가 만일 삶을 다시 살수 있다면 (...) 삶의 매 순간순간 집중하리라" 같은 구절을 시처럼 써 놓은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뿜고 말았다. 자기 블로그에나 게시할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펴내다니... 게다가 누구의 사진인지도 모를 예쁜 사진들을 군데군데 배치해서 페이지 수를 늘리고 (이런 사진들을 무료로 공개하는 경우가 많으니 저작권 문제는 해결을 한 건가?), 어디서 들었을 법한 말들을 몇 줄씩 써 놓는 그런 류의 책이었다.

 

일단 책을 폈으면 끝까지 읽는다, 아무리 안 좋은 책이라도 한 대목 정도는 내게 도움이 될만한 것을 남긴다는 스스로의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킨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재빨리 읽고 덮어버렸다. 요즘은 어째 이런 말랑말랑한 글이 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모두 "힘내"라고 말을 건네지만
어떻게 힘을 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위로라고 건네는 한마디일지 몰라도
최선을 다해 힘을 낸 나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나는 단지,
‘힘‘을 낼 수 있는 힘이 없어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건데... - 84쪽

책도 비슷하다. 낯설게 느껴지는 책도 막상 읽다 보면, 단 한 줄이라도 배울 수 있는 구절이 있고 영감을 주는 단어가 있다. 이처럼 나와 다른 사람에게도 ‘당신이라는 사람, 한번 읽어 내려가 보자‘라는 마음만 갖는다면, 적어도 알게 모르게 품고 있던 상대에 대한 선입견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 171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3-03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장 수집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좋아하겠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본 문장들이 제법 많을 것 같아요. 요즘 짧은 문장이 SNS 글쓰기의 대세라고 하지만, 출처 없이 문장만 달랑 올리는 모습이 탐탁치 않습니다.

lemonakt 2017-09-18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느낀 바를 그대로 적어주셨네요. 정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