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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입소문이 자자한 책이어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자는 통계라는 도끼로 독자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편견을 여지 없이 깨버린다. 이런 저자의 노력은 주로 서양인들의 사고에 박혀 있는 서양과 비서양(아시아, 아프리카)의 이분적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 간격 차이에 무수히 많은 중간층을 직시하도록 하는데 할애되었지만, 아시아에 사는 나도 서양인들과 유사한 관점의 편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자가 서두에 제시한 13가지 문제들을 풀다보면, 우리 스스로도 얼마나 많은 편견과 편향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편견을 일종의 '본능'으로 치부하고,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한 본능의 10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논리학에 포함되어 있는 오류의 유형을 현실적으로 변환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이분법적 사고의 틀인 간극 본능 외에도, 숫자와 통계를 보고도 믿으려 하지 않은 부정 본능, 이대로 가면 다 망한다라며 겁을 주는 공포 본능, 그 나라는 어차피 안돼라고 인식하는 운명 본능, 사고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비난할 대상을 찾는 비난 본능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해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세계는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라는 장미빛 환상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다. 오히려 너무 부정적인 편향성을 없애고 미래에 대한 정확한 대비를 하기 위해서라도 항상 현상 이면의 것을 보도록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자원의 배분, 정책의 수립, 역량의 집중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핵심적 내용은 갈등, 반목,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던지는 시사점이 있다. 현상의 이면을 추적하지 않고 현상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전부인 줄 알고 이를 전분야에 적용하는 이들, 뉴스와 기사를 읽는 그대로 지식으로 저장하는 많은 이들이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그 지식을 재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름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한다. 그래서 세계관이 잘못되면 체계적으로 잘못된 추측을 내놓는다. 한때 나는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 낡은 지식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조차 세계를 오해하는 걸 보면 그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악마 같은 언론이나 선전 선동, 가짜 뉴스, 엉터리 사실 탓도 아니라고 확신한다. 수십 년의 강연과 테스트 경험 그리고 사람들이 사실을 눈앞에 두고도 그걸 잘못 해석하는 방식을 관찰한 경험을 토대로, 나는 마침내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은 우리 뇌의 작동 방식에서 나오는 탓에 바꾸기가 너무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 27, 28
우리에겐 모든 것을 서로 다른 두 집단, 나아가 상충하는 두 집단으로 나누고 둘 사이에 거대한 불평등의 틈을 상상하는 거부하기 힘든 본능이 있다. - 38
한마디로, 세상은 더 이상 예전처럼 둘로 나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다수가 중간에 속한다. 서양과 그 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부자와 빈자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간극을 암시하는 이쪽 또는 저쪽이라는 단순한 분류는 쓰지 않는 게 옳다. - 46
사람들은 세계가 점점 나빠진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보기에는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생각이 아닌 느낌을 말할 뿐이다. - 99
언론과 활동가들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려고 극적 상황에 의존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부정적 이야기는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더 극적이다. 장기적으로는 개선되고 있지만, 그중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상황을 골라 위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얼마나 쉬운가. 우리는 서로 연결된 투명한 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런 세계에서는 고통을 보도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쉽다. - 104
공포는 유용할 수 있다. 단, 실제로 위험한 것에 공포를 느낄 때라야 그렇다. 공포 본능은 세계를 이해하는 형편없는 지침이다. 공포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것에 주목하게 하고,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은 외면하도록 한다. - 172, 173
수치보다 눈에 보이는 피해자 개개인에게 지나치게 주목하면 우리 자원을 문제의 일부에만 모두 쏟아부을 수 있고, 따라서 훨씬 적은 목숨을 구할 뿐이다. 이런 원칙은 부족한 자원을 어디에 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 목숨을 구하는 문제나 삶을 연장 또는 개선하는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자원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매정한 사람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자원이 무한하지 않은 한(자원은 절대 무한하지 않다) 머리를 써서 지금 있는 것으로 가장 좋은 일을 하는 게 오히려 가장 인간적이다. - 181, 182
율을 왜곡하기는 매우 쉽지만, 다행히 그것을 막을 쉬운 해결책이 있다. 나는 많은 수를 비교해야 할 때,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을 골라야 할 때 가장 쉬운 생각 도구를 이용한다. 가장 큰 수를 찾는 방법이다. 이것이 ‘80/20 법칙’의 전부다. 우리는 나열된 모든 문제를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그중 더 중요한 문제가 몇 개 있다. 사망 원인에 관한 문제든, 예산에 관한 문제든 나는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문제에 먼저 주목한다. 더 작은 문제에 시간을 쓸 때는 먼저 이렇게 자문한다. 80%는 어디에 있지? 왜 이 문제가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할까? 그것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 191
나는 국가별 ‘총’배출량을 기초로 중국과 인도를 기후변화의 주범이라고 조직적으로 비난할 때면 더러 오싹하다. 그것은 중국 전체 인구의 몸무게 합이 미국보다 크다고 해서 미국보다 중국에서 비만이 더 심각하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국가별 총배출량을 문제 삼는 주장은 나라마다 인구가 크게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된다. 이 논리대로라면 전체 인구가 500만 명인 노르웨이는 1인당 이산화탄소를 아무리 많이 배출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국가별 총배출량이라는 큰 수치를 해당 국가의 인구로 나눠야 의미가 있고, 비교 가능한 수치가 된다. - 199
우리는 비교 불가능한 여러 집단을 일반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우리 논리에 숨은 광범위한 일반화를 찾아내려고 또 노력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지 예전의 단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재평가해 우리가 틀렸다는 사실을 기꺼이 시인해야 한다. - 231
"아이한테 망치를 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가치 있는 전문성을 지닌 사람은 그 전문성을 활용할 곳을 찾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전문가는 더러 어렵게 얻은 지식과 기술을 본래의 활용 영역을 넘어선 곳에도 적용할 방법을 고민한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수에 집착하고, 기후 활동가는 틈만 나면 태양에너지를 강조한다. 의사는 예방이 더 나을 법한 경우에도 치료를 장려한다. 훌륭한 지식을 해결책은 찾는 전문가의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 여러 해법이 모두 그 나름대로 특정 문제를 훌륭히 해결할 수 있겠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은 없다. 따라서 세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 273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또 면상을 갈겨주겠다고 한번 마음먹으면 다른 해명을 찾으려 하지 않는 탓에 배울 것을 배우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는 능력도 줄어든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지극히 단순한 해법에 갇히면 좀 더 복잡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우리 힘을 적절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295
우리 언론은 자유롭고 전문적이며 진실을 추구하겠지만, 언론의 독립성과 그들이 보도하는 사건의 대표성은 다르다. 모든 보도가 그 자체로는 전적으로 진실이라도 기자가 세상에 알리기로 선택한 진실 이야기를 여럿 모으면 오해할 만한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언론은 중립적이지도 않고, 중립적일 수도 없으며, 그걸 기대해서도 안 된다. - 301
데이터는 진실을 말하는 데 사용해야지,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행동을 촉구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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