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당연하게 미래를 기약하는 이야기. 너무나도 당연하게 서로의 미래에 서로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 나는 영원을 믿지 않았다. 모든 건 사라지기 마련이고, 영원할 거라는 개념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나는 사랑에 빠졌다. 우리가 사랑해라고 말한 모든 순간들을 후회해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랑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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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은 조금 위험하다고 들었다. 밤새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게 만든다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때 나는 바다와 밤새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듯했고, 그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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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 환영은 더욱 절실히 기도했다. 하지만 언제나 한 점이 부족했다. 과녁판이 없는 벌판에 화살을 쏘는 것처럼 휘청휘청했다. 기도는 늘 멀리 날아가 추락할 뿐이었다. 환영의 염원은 날이 갈수록 강렬해졌으나 돌아오는 응답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었다. 기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니 당연한 결과였다. 환영은 늘 길을 알고 싶었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랐다. 그런 환영의 눈앞에 나타난 외계의 녹색 빛은, 어두운 밤길에 등불을 든 길잡이와 같았다.
3거의 검진이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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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사랑이란 없다. 사랑이 단순하다고 느껴진다면 아마 그건 욕망에 더 가까운 감정일 것이다. - P197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이란 그 대상에 대해 조금 더 장황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는 사랑의 가장 사소한 답을 찾아내는 일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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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로 사는 것은 IQ를 30퍼센트쯤 디스카운트해서 사는 일이다. 이 30퍼센트는 한국어가 영어로 바뀌는 사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한국어로 축적한 지식들은 생각처럼 바로바로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다. 모국어로 쌓아놓은 사회, 문화, 경제, 역사 지식들이 빈약한 내 영어 어휘와 1대 1로 잘 연결되지 않았다.  - P74

그러니까 실제로 어려운 것은 외국어를 못해서 오는 답답함이라기보다는 ‘모국어와 외국어 사이의 거리‘일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내 입으로 나오는 것들의 격차, 영원히모국어를 다루듯 세심하게 이 언어를 다룰 수 없을거라는 체념,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의 넘쳐남과 꺼내쓸 수 있는 말의 빈곤함.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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