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통해 생명을 탄생시키는 작업에 불의 신의 생기가 필요했다. 창작에는 영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영감의 시간은 보르헤스의 이 소설에 의지해서 유추하자면, 광범위하게 유포된 상식적인 인식과는 달리 처음이 아니라 나중이다. 보르헤스의 이 소설은 초월자인 신의, 외부로부터의 도움이 창작자의 부단하고 필사적인 노력과 시도 다음에 왔다고 말한다. 작품을시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하게 하는 것이 영감이라는 뜻이 아닌가. 영감은 창작의 실마리가 아니라 매듭이다. 고민하고 애쓰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창작자의 작업실로 찾아와 한 세계를 완성하게 하는 것이 영감이다. 용 그림의 눈동자는 마지막에 찍힌다. 신은 흙으로 만들어진 형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 역은 아니다. 창작자의 고민과 수고의 산물인 흙의 형상이 있어야 신은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영감에 의지해서 자동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작가의 지난한 수고의 과정 속으로 영감이, 은총처럼 임한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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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작품이란 "그 책이 없다면 스스로 보지 못했을 것을 볼 수 있도록 작가가 독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기구"라고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 유명한 문장을 인용하면서 밀란 쿤데라는 친절하게도 "독자는 독서하는 순간 자기 자신에 대한 고유한 독자가 된다" (『커튼』)라고 덧붙였습니다. 책을 읽을 때 독자가 실제로 읽는 것은 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뜻입니다.  - P6

사람은 자기 앞에 가는 사람을 미워하고, 미워하면서 따라가고, 자기 뒷사람은 부정한다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볼프강 보르헤르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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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에서 내 뒷사람이 되어 걸어보아야 한다. 그러면 네가 얼마나 빨리 나를 미워하게 되는지 보게 될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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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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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고 내 안에 번져나간 게 낭패감만은 아니었음을, 안도를 닮은 무언가도 없지 않았음을 나는 부인하지 않아. 사람은 그게, 그렇게 선뜻 되지 않아. 자기가 그토록 기다려온거라도, 막상 가시화되면 그게 정말로 바라던 것이었는지 의심하게 돼.  - P278

"신이라는 건 있잖아. 그냥 하나의 오래된 질문이라고 생각해."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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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는 아마도 그런 기억에 대한 보상심리로 건드려봤던 것 같아. 온전히 내 것으로 뭔가 투자해보고 싶다는. 그런데 막상 손에 넣었더니 없는 재능에 금세 시들해져서 오래는 못 갔어."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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