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요리책>을 리뷰해주세요.
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연금술, 불멸의 약, 사랑의 물약을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는 책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세상은 아주 큰 혼란에 빠졌겠지만 나도 이것에 손을 뻗지 않을 수 있을까. 페레로 주방장에 의해 거리에 살던 루치아노가 이제는 굶지 않고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선택을 받았음에도 거리에서 함께 지냈던 마르코에 대한 의리, 프란체스카에 대한 사랑으로 이 책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을 계속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유일하게 이 책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책 중반을 넘어서고부터는 루치아노가 의심하는 페레로 주방장이 갖고 있는 책이 단순히 요리에 대한 비법이 적혀 있는 책일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관심을 가지는 책, 현상금이 걸려 있는 이 책에 대한 궁금증 보다는 사실 나는 페레로 주방장과 루치아노의 관계에 대해 더 관심이 갔다. 거리에서 먹을 것을 훔치며 사는 루치아노가 단지 석류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후계자로 삼는 페레로 주방장을 전혀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간이 언급되는 페레로가 사랑한 여인에 대해, 그리고 그녀가 낳은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루치아노가 혹 그 아들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어 시시각각 페레로에게 다가가는 루치아노의 행동에 더 긴장감을 느끼게 만든다.

 

루치아노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마르코, 그를 미워한 마음이 마지막에 가서야 풀어졌다면 선과 악, 사필귀정이란 단어에 대해 나는 책을 읽을때마다 이 조건에 맞추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립해 나가고 있었다는 말인데 그래도 작가가 마르코의 삶의 끝에 마련한 이야기에 동정심마저 느낄 수 없었으니 어쩌란 말인가. 루치아노를 위해 존재했던 마르코의 삶에 정녕 슬퍼해야 하는 것인가. 세속적인 것에 관심이 더 많았던 프란체스카, 언제고 루치아노의 곁을 떠났을 그녀였다. 수녀원에 있음에도 언제나 바깥을 동경해 왔던 그녀는 마르코와 같이 루치아노에게 늘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라 오히려 함께 하지 못한 것에 안도한 나는 너무도 이기적인 사람인가. 

 

아주 위험한 상황속에서 루치아노가 맞은 새로운 삶은 페레로에 의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고 그는 크게 성장한다. 아마 이 시대에 이 책에 의해 수많은 이들이 희생당하고 죽어갔겠지만 단순한 재료들이 예술적인 경지를 넘어선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 그 요리 비법도 연금술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페레로가 루치아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었으니까. 비록 모든 것을 다 가르쳐줄 순 없었지만 루치아노는 자신의 스승인 페레로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페레로를 기억하며 이렇게 추억속에 빠져 살고 있는 루치아노를 보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러간 모양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과거가 되어 아련해지고 있는 것이 슬프게 다가오는 것을 보니 세상이 찾던 책을 볼 수 없는 아쉬움도 큰 모양이다.  

1. 서평도서의 좋은 점: '음식'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2.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베네치아", 15세기 금서에 대해 궁금하거나 이 시대를 제대로 알아가고 싶은 분 

3.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시간의 진자가 흔들리는 동안, 스승은 언제나 횃불을 밝혀든 선구자이다. 스승 덕분에 나는 미신을 거부하고 지식을 자유로이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지금도 나는 새로운 발견에 마음을 열어놓은 채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어제만 해도 한 독일인 여행자에게서 천체 물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페레로 주방장이 내 이름을 부르기라도 한 것처럼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6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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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의 수수께끼 -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18인의 특별 추리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90
나루미 쇼 외 지음, 유찬희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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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적부터 누군가 나에게 "수수께끼 한번 맞춰볼래?"라고 물을 때면 솔깃하여 눈을 빛내며 들었던 기억이 많다. 물론 순간적인 재치를 요하는 문제들이 대부분인지라 정답을 맞춘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수수께끼는 놀이문화가 다양하지 않았던 어린시절 늘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흑색의 수수께끼"란 책 제목을 보면서 수수께끼에도 색깔이 있을까, 란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적색의 수수께끼"는 '죽음, 피'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이 책은 그저 암울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만 같지만 어느새 그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다.

 

네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흑색의 수수께끼"는 지극히 단조로운 일상을 표현하고 있지만 늘 그렇듯 현실만큼 무서운 것이 없는지라 단편 "화남"을 읽으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단조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렌지'라는 한 남성의 삶에 대해 처음부터 힘이 빠지면서도 뒤이어 나올 단편들은 좀 더 색다른 내용을 담고 있길 바라게 된다. 내 마음속에서 그 어떤 암울한 존재가 나를 흔들어대기 시작하는 것일까. 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머릿속의 천사와 악마, 단편 "저벅저벅"부터 긴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저벅저벅"이란 제목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꼭 내 귓가에도 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학창시절 시험문제에 나왔던 "구두소리"란 짧은 글이 함께 떠오른다. 한 짧은 글의 제목을 맞추는 것이었는데 어두운 밤길 여자를 뒤따르는 소리에 점점 빨리 걷게 되는 여자의 하이힐 소리가 청각적인 효과를 극대화 시켜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꼭 그 때의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유일하게 네 편의 단편중 이 "저벅저벅"은 어린 시절, 낯선 사내아이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끊임없이 정신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이 소년을 찾아나서게 되는 소녀의 상처와 아픔에 감정이입이 되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예측할 수 있는 결말임에도 그래서 더 이 결말에 놀라게 되기도 한다.

 

단편 "목소리"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담고 있어 아련한 느낌을 받는다면 단편 "가을날 바이올린의 한숨"은 아마도 이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이기에 아인슈타인 박사가 등장하고 그가 잃어버린 바이올린을 어떻게 찾게 되는지 그 과정을 그려봄으로써 또 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추리, 스릴러 장르의 소설에서는 늘 누군가가 죽어야 하고 그것을 파헤치는 사람이 있음으로써 긴장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 "흑색의 수수께끼"는 마지막 단편을 제외하고는 현실에서 내가 맞이할 수 있는 일상을 담고 있어 더 두렵기도 하다.

 

짧은 단편속에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요소를 모두 담아 비록 결말이 명확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지만 살아가는 의미가 어떤 것이든 삶이 끝나지 않는한 그 결말을 알 수 없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짧은 단편이 아쉬워 더 남은게 없는지 마지막 책장을 뒤적거려 보지만 "흑색의 수수께끼"에서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것이 전부인 모양이다. 많이 아쉽냐고? 물론. 하지만 또 다른 책들이 있어 새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책 표지에 등장하는 모자속의 문을 닫아도 크게 슬플 것 같지 않으니 다행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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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를 리뷰해주세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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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이 책을 판타지 소설로 보아야 할까, 성장소설로 보아야 할까. 이 책속에 언급된 동화 "백설공주", "헨델과 그레텔" 등의 이야기들은 사실 현실만큼이나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아름다운 동화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한 소년이 처한 상황을 보면서 그의 암울한 삶이 그저 한 편의 동화나 판타지 소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 아버지의 재혼, 배 선생과 그녀가 데려온 딸 무희와 함께 하는 새로운 삶의 생소함. 그저 새엄마에게 구박 받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면 이렇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기분이 우울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가정에서 보이는 아버지의 무관심, 철저하게 아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에 이 책의 장르를 어디에 넣으면 좋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새엄마 배 선생을 피해 달아난 곳, "위저드 베이커리". 정말 수상한 곳이다. 하지만 소년이 몸을 숨기고 보호를 요청할 곳은 이곳뿐. 다행히 점장이 그를 받아준다. 온갖 주술이 행해지는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지만 소년에게는 지금까지 살아온 집보다 더 아늑하게 느껴진다. 점장보다는 마법사로 불러야 되지 않을까. 분명히 사람들을 위해 맛있는 빵을 만드는 그의 손길에 주술적인 의미를 지니는 빵들도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점장이 만드는 빵들은 초상화에 화살을 쏘거나 짚으로 만든 인형에 바늘을 꽂아 죽게 만드는 그런 행위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는데 장남삼아 사가거나, 실제 악한 마음을 품고 이 빵들을 사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더 놀라게 된다. 하지만 짝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가지고 싶거나 경쟁하는 상대에게 위해를 가해 이기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들여다보면 나 또한 이들과 다르지 않기에 이 주술에 호기심을 가지는 나도 별 수 없다는 생각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소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론 과거로, 때론 현재로 왔다갔다 해서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점장과 낮에는 인간으로 밤에는 파랭새로 살아가는 이들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한 것 같아 이야기의 흐름이 툭툭 끊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단지 소년에게 현실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용기를 주는 역할을 하는 '위저드 베이커리'이기 때문에 그 자세한 설명을 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더 이 '위저드 베이커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들려주었다면 판타지 같은 일들이 조금은 아름답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소년이 이 '위저드 베이커리'의 간판을 보고 뛰어가는 모습을 통해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로 다가오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존재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기에 이 성장소설이 암울하게 느껴진다.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사건들이, 환상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위저드 베이커리'와 함께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도 그 이면에 있는 현실적인 모든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어 소년이 처한 모든 상황이 그저 꿈이었기를, 판타지 세계에서 겪은 일이었기를 간절히 원했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해도 이전의 기억이 없다면 또 똑같이 반복적인 삶을 살아갈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기회를 선택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소년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배 선생을 처음 만났던 그 때로 시간을 돌렸다면? 물론 또 하나의 결말의 가능성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안겨주긴 했지만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을 위해 주술적으로 행해지는 것들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닫게 해준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똑바로 마주할 수 밖에 없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오로지 그 몫은 자신이 짊어져야 할 것이지만 그 유혹에 한번쯤 손을 뻗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어느날 문득 내 앞에 '위저드 베이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고 지나쳐버릴 자신이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볼 문제다. 

 

1. 서평도서의 좋은점:  

회피하고 싶은 현실이라 어쩌면 꿈이 아닐까 생각하고 싶었는데, 판타지 장르의 영역도 다루고 있어 조금은 마음이 가볍고 좋았습니다. 

2.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성장소설에 관심이 많으신분.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3. 마음속에 남는 책속 구절: 

무형의 의지라는 것이 자신의 삶의 자리를 결정할 수만 있다면. 그럼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 들어올 일이 없었을 터다. 늘 강조했듯이 나는 거기 있었을 뿐인데. 단지 거기 있었을 따름인 내게, 배 선생은 왜,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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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류기>를 리뷰해주세요.
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 수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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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제목에 끌리는 이유가 30대이지만 아직 내 삶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아서인가 보다. '대한민국 표류기'는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저자가 대한민국에서 보통의 사람으로 버텨낸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데 저자의 이력을 보면 비록 고시원에서 시작했지만 그 싹이 보였다고 할까. 지금은 이렇게 떡하니 책을 내기도 했으니 분명 평범하지 않은 인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힘들었지만 유쾌했던 고시원 생활과 군대에서 걸린 치질로 생리대까지 차야 했던 저자의 발랄한 글이 이 글 뒤부터는 조금씩 우리네와 같은 현실의 모습을 드러낸다.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자살시도(근데 정말 자살시도 맞아?)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 지고지순한 사랑에 가슴이 뭉클해야 하나, 조금 어이없게 느껴지는 것이 냉정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저자가 그 사랑이 끝난 후에야 이 글을 씀으로써 크게 감정이입이 안되는 이유도 있겠다.

 

짧게 이어지는 글들을 읽으면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일들도 언급되어 있어 저자의 생각이 정리가 되어 있는 글들을 보면서 책 제목 '대한민국 표류기'에 맞는 글들인가 자문하게 되는 것이 조금은 저자의 글에 공감이 되지 않는가 보다. 이정도 현실을 겪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나, 대한민국에서 20대로 살아가며 버텨낸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두서없이 써 놓아 무얼 어쩌겠다는 건지 30대인 나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벌써 마음까지 늙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때 그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놓은 글을 보면서 나는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는지, 진실할 수 있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일기같기도 하지만 내가 이만큼 살아내기까지 있었던 일을 들려주는 저자의 글에는 어느정도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 바, 나의 삶은 어디까지 타인에게 이해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30대까지 버텨낸 기록은 이제는 표류하고 싶지 않은, 어디든 정착하고 싶은 나의 강렬한 마음과 더불어 지금까지 살아낸 삶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면 부끄러워질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20대, 30대로 살아가기. 아니 40대, 50대 그 후에까지 살아간다는 것이 어찌 쉬울 것인가. 툭툭 던지듯 써 내려간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참으로 치열하게 살다간 자신의 삶을 기록하며 앞으로 살아갈 자신의 삶의 목표를 정하는 저자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아마도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었을 것이다. 죽는 날까지 표류하며 살아갈 우리네 인생을 돌아보면서 저자처럼 이렇게 솔직하게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게 아쉽다. 땀흘리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을 응원하는 책 '대한민국 표류기', 이 책을 읽으면 힘들겠지만 삶이 또 살아질 것이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면 이렇게 힘을 얻게 되기도 하니까. 

1)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유쾌하게 그려내는 일상이지만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시선을 던지게 만든다. 

2)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삶이 힘들어 하늘을 볼 여유도 없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3)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진보란 신나고 멋있고 재미있고 부러 따라 하고 싶은, 그런 것이어야만 한다. 다시 써내려가야만 한다. 요컨대 진보는 멋있는 것이어야 한다. 신나는 것이어야 한다. 간지났으면 좋겠다. 확성기 틀고 물대포 맞아도 헤헤 좋을 정도로, 열사가 아닌 사람들이 스스로 좇고 싶은 이미지이길 바란다. 당위론을 박차고 나서야 한다. 패션이라도 좋다. 전략이 필요하다.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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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리뷰해주세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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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러모로 예전에 읽었던 '막스 티볼리의 고백'을 생각나게 하는데, '막스 티볼리의 고백'에서도 노인에서 아이의 모습으로 바뀌는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없는 고뇌, 자신을 떠나 버린 그녀를 다시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 삶이 얼마나 끔찍하고, 암울한지를 그려냈다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 놓았다. 칠십이 넘은 노인이 신생아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간호사들이 깜짝 놀랄만도 하지 않는가. 엄마의 자궁안에서 노인이 태어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긴 하지만 일면 풍자소설 같은 것이 독자들의 기분을 전혀 불쾌하게 만들지 않고 즐겁게 만든다. 반면 '막스 티볼리의 고백'은 아기의 신체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분명 그 모습이 노인이었기에 분위기가 끝까지 암울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며 깜짝 놀라게 만들고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까, 유전자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지지가 않는다.

 

내가 젊어질수록 내가 사랑한 그녀가 늙어간다. 참으로 슬픈일이 아닐 수 없는데, 힐더가드는 벤자민의 나이든 모습조차 사랑했건만 벤자민은 늙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불편하다. 이들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냐를 놓고 따질 것은 아니지만 함께 하며 같이 늙어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면 분명 힐더가드는 벤자민을 바라 볼 때마다 괴로웠을 것이다. 점점 젊어지는 것을 벤자민이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이긴 하지만, 이 말 밖에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은가. 벤자민이 더 어려져서 타인의 손에 맡겨져 세상을 떠나지 않음에 감사해야 할까. 아직 그의 삶의 마지막을 보지 못해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을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의 과거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에 대해 그도 분명 슬펐을 것이다.

 

20대, 30대, 40대를 거치며 점점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다. 늘 좀 더 젊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데 정말 젊어진다면 삶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늙어가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영화가 개봉해서 그 원작소설의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이 책에 수록된 11편의 단편들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후광에 가려져 있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각 단편들을 오롯이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맛깔스럽게 표현한 피츠제럴드의 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진짜 낙타 엉덩이가 등장하는 단편 [낙타 엉덩이], 진짜 결혼식을 하게 된 남녀의 상황을 익살스럽게 그려내고 있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는데, 단편 [젤라빈], [도자기와 분홍], [오, 적갈색 머리카락 마녀], [행복의 잔해] 등을 통해 피츠제럴드다운 소설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때로는 오해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바뀌기도 하고, 때로는 돈 때문에 사랑을 잡지 못하고 자살을 하기도 하지만 각 단편들속에는 아름다운 '사랑'을 전제로 이야기 한다. 서로 속고 속이는 사랑때문에 힘들어 하는 드라마속의 이야기들이 아닌 진정한 삶과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유쾌하게 풀어냈지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같은 상황이 내게도 벌어진다면 인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가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되어 슬퍼했을 것이다. 만약 시간이 지날 수록 늙어지고, 젊어지는 인생의 두 갈래 길이 있다면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웃으며 넘겨버리기엔 너무나 무거운 주제를 던져주고 있으므로 쉽게 책장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   

1)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을 유쾌하게 그려냈다는 점과 다른 단편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2)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피츠제럴드의 소설에 대해 알고 싶으신분 

3)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는 기억하지 않았다. 마지막 식사 때 우유가 따뜻했는지 차가웠는지,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선명하게 기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요람과 나나의 익숙한 모습뿐이었다. 그러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배고프면 울었고, 그게 다였다. (4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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