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리뷰해주세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여러모로 예전에 읽었던 '막스 티볼리의 고백'을 생각나게 하는데, '막스 티볼리의 고백'에서도 노인에서 아이의 모습으로 바뀌는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없는 고뇌, 자신을 떠나 버린 그녀를 다시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 삶이 얼마나 끔찍하고, 암울한지를 그려냈다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 놓았다. 칠십이 넘은 노인이 신생아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간호사들이 깜짝 놀랄만도 하지 않는가. 엄마의 자궁안에서 노인이 태어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긴 하지만 일면 풍자소설 같은 것이 독자들의 기분을 전혀 불쾌하게 만들지 않고 즐겁게 만든다. 반면 '막스 티볼리의 고백'은 아기의 신체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분명 그 모습이 노인이었기에 분위기가 끝까지 암울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며 깜짝 놀라게 만들고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까, 유전자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지지가 않는다.

 

내가 젊어질수록 내가 사랑한 그녀가 늙어간다. 참으로 슬픈일이 아닐 수 없는데, 힐더가드는 벤자민의 나이든 모습조차 사랑했건만 벤자민은 늙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불편하다. 이들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냐를 놓고 따질 것은 아니지만 함께 하며 같이 늙어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면 분명 힐더가드는 벤자민을 바라 볼 때마다 괴로웠을 것이다. 점점 젊어지는 것을 벤자민이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이긴 하지만, 이 말 밖에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은가. 벤자민이 더 어려져서 타인의 손에 맡겨져 세상을 떠나지 않음에 감사해야 할까. 아직 그의 삶의 마지막을 보지 못해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을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의 과거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에 대해 그도 분명 슬펐을 것이다.

 

20대, 30대, 40대를 거치며 점점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다. 늘 좀 더 젊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데 정말 젊어진다면 삶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늙어가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영화가 개봉해서 그 원작소설의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이 책에 수록된 11편의 단편들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후광에 가려져 있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각 단편들을 오롯이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맛깔스럽게 표현한 피츠제럴드의 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진짜 낙타 엉덩이가 등장하는 단편 [낙타 엉덩이], 진짜 결혼식을 하게 된 남녀의 상황을 익살스럽게 그려내고 있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는데, 단편 [젤라빈], [도자기와 분홍], [오, 적갈색 머리카락 마녀], [행복의 잔해] 등을 통해 피츠제럴드다운 소설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때로는 오해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바뀌기도 하고, 때로는 돈 때문에 사랑을 잡지 못하고 자살을 하기도 하지만 각 단편들속에는 아름다운 '사랑'을 전제로 이야기 한다. 서로 속고 속이는 사랑때문에 힘들어 하는 드라마속의 이야기들이 아닌 진정한 삶과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유쾌하게 풀어냈지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같은 상황이 내게도 벌어진다면 인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가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되어 슬퍼했을 것이다. 만약 시간이 지날 수록 늙어지고, 젊어지는 인생의 두 갈래 길이 있다면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웃으며 넘겨버리기엔 너무나 무거운 주제를 던져주고 있으므로 쉽게 책장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   

1)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을 유쾌하게 그려냈다는 점과 다른 단편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2)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피츠제럴드의 소설에 대해 알고 싶으신분 

3)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는 기억하지 않았다. 마지막 식사 때 우유가 따뜻했는지 차가웠는지,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선명하게 기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요람과 나나의 익숙한 모습뿐이었다. 그러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배고프면 울었고, 그게 다였다. (43-4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