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특강에는 <연어>의 저자 안도현이 초청되었다. 경북예천이 고향이고, 대구 대건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때 시인 자신만큼 상을 많이 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한다. 온갖 백일장이며 문예공모에 당선되었다고 하니 이른바 소년 문사로 일찍부터 문명을 휘날렸으며 수많은 여학생 팬들을 몰고 다녔다고 한다. 문학을 하게된 데에 대하여 뭐 이렇다할 특별한 계기나 동기는 없었던 듯 하다. 몇 년간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전교조활동으로 해직되었다가 복직했다. 그후 교직을 떠나 전업작가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우석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북쪽에 나무를 보내는 일을 하고 있으며, 지난주에 평양에 다녀왔다고 한다. 대구만큼 사과로 유명하다는 황주(처음 들어본다)의 3만평의 부지에 사과나무를 심는 일이란다. 시인의 근황이다.


연어는 일명하여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한다. 본인의 입장을 말하자면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 임금은 임금다워야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어쩌고 저쩌고....(내가 뭐 고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맹자나 공자같은 것을 읽다가 보면 옛경전의 한구절에는 너무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어 일면으로는 대단한 진리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일면으로는 바람타고 구름잡는 허황한 소리같기도 하니 연하여 또 해석상에 온갖 구구한 억측을 낳기도 하는 것이니 뜻글자인 한문의 매력이 여기 있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멍멍 개 짖는 개소리냐 하면 이런 이야기다. 동화는 마땅히 아이들이 읽어야 하고 어른들은 어른들에게 어울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본인 생각이니, 단도직입적으로다가 그러니까 단도로 배때기를 곧바로 찌르듯이 말하자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니 뭐니 하는 것들에 본인은 반대한다는 그런 말이다. 특강중에 시인은 <연어>의 모델은 <어린왕자> 인데, 어린왕자 서문에 “이 책을 어린이가 아닌 어른에게 바치는 점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는 말이 나온다고 하면서 쥐빼리도 그런 걸 썼잖아~ 뭐~ 하면서 변명 비슷한 소리를 하고, 또 전업작가 시절에 이 책 한권 때문에 그래도 그럭저럭 배채우며 버텼다고 하니 어린아이도 아닌 어른인 본인이 양해를 안해줄 수도 없는 입장이 되었다. 그건 그렇고..


특강중에 몇 번 시인이 언급하였지만 인터넷에 한창 떠돌아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안다는 연탄재 시(제목은 너에게 묻는다.이고 내용은 이렇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내 생각에 시가 아니고 일종의 아포리즘이다. 그 내용에야 십분천백분 공감동감하지만, 그건 일종의 금언이나 경구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마땅히 감흥이나 감동을 일으켜야 할 것이니, 부끄러움이나 참담함을 느끼게 한데서야 그게 성경, 불경, 사서삼경의 경전이 아닌가 이 말이다.


시인의 시 중에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시는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다. (시인으로 태어나 자신의 시가 그나라 국어 교과서에 실린다는 것은 과연 얼마만한 영광인가 잠시 생각해 보았는데.......역시 잘 모르겠더라) 중학교 다니는 시인의 아들이 어느날 아빠에게 이 시를 언급하면서 이 시중에 대비를 이루는 단어 몇 개 찾아보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시인이 조금은 황당한 마음에 대충 다섯 개를 찾았는데 그중 하나는 틀렸다고 한다. 허 참!! 시를 소개해 본다.(시인은 이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마 중학생의 나이에 어울리는 시라서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단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우리 공장의 직원 중 한분이 특강 말미에 시인의 시 중에서 시인이  암송하고 있거나 아니면 마음에 들어하는 시가 있다면 한 편 멋지게 낭송해 줄 수 없느냐고 하자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시를 낭송해 보였다. 시낭송에 뭐 특별한 것은 없었다. 고은처럼 흐느껴 울며 쌩똥폼 잡고 쑈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시를 소개해 본다.(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 같은 시를 썻던 시인이 왜 이런 시를 쓰는 시인으로 변했는지 - 이런 종류의 시가 나쁘다거나 시인이 뭐 변절했다는 둥둥의 그런 의미가 아니다 -  궁금했지만 손들고 물어보기가 부끄러워 그냥 어쩌다 살다보니 그리 되었겠지 내 멋대로 혼자 짐작하고는 그냥 참았다. 나는 떵이 매려워도 대충 잘 참는 편이다...꿍)


사랑한다는 것 -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 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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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달 2008-08-1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디를 '四宜齋'라는 한자로 표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자교육 不在로 한문학 전적을 제대로 번역해 읽을 수 있는 분도 점점 사라져 가는데 한문과 우리 古代史를 공부하는 이로서 모처럼 한자로 표기해 주신 분을 만나니 참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