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창해ABC북 1
티에리 베니터 지음, 한정석 옮김 / 창해 / 2004년 1월
절판


수많은 술 중에서 위스키는 시음이라는 단어가 모든 의미를 갖는 술이다. 다양한 특성, 복잡한 맛, 향 등 위스키의 격을 갖추기에 어느 것도 결여되어 있지 않다. 시음의 첫 과정은 병의 라벨에 쓰인 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라벨에는 산지, 숙성연도, 알코올 도수, 때로는 사용된 통의 종류까지 명시되어 있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필립 말로 역을 맡은 험프리 보가트는 위스키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로버트 번스, 제임스 조이스, 존 키츠를 비롯한 영국의 모든 작가와 시인들보다 분명 더 큰 역할을 했다. 미국문학과 할리우드는 서구의 상상세계에 위스키를 소개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인간의 실존적인 고뇌를 해결해 준 것은 챈들러, 포크너, 피츠제럴드나 헤밍웨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존 포드와 하워드 호크스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선술집에서 고약한 싸구려 술 한 잔을 마시면서 인간의 본질과 남성다움을 드러냈다.

수입업자의 이름이 바뀌었거나 라벨의 색이 바뀌었다거나 하는 것만으로도 수집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포장 역시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위스키 병은 물론이고 라벨, 금속상자, 브랜드가 찍혀 있는 잔 미니어처 위스키 등 모든 것이 수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빛이 차단된 곳에 나무통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저장 창고에 적어도 한번은 들어가 보아야 한다. 위스키는 오크통에서 숙성시킬 때 1년에 약 2%씩 증발로 사라지는데 이를 ‘천사의 몫’이라고 표현한다. 명료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천사들의 몫이라는 시구는 나무술통을 통해 증발하는 알코올에 어울리는 멋진 표현이다. 숙성이란 인간의 통제 영역을 벗어난 부분이기 때문에 이 시구가 위스키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외국에서도 대단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인들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증류소인 하이랜드 북부의 토마틴과 아일레이섬의 보우모어를 매입함으로써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큰 증류소는 일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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