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루와 초이튿날을 아내와 혜림씨와 셋이서 글램핑이란걸 하면서 보냈다. 불초한 소생이라 글램핑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전혀 알지를 못하였으나 아내의 가르침을 받아 드디어 알게 되었다. 다음사전에는 ‘글램핑’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화려하다, 매혹적이다(glamorous)'와 ‘야영(camping)'의 합성어.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고급화된 야영을 가리킴. 물론 소생이 방문한 광역시의 변두리 글램핑 캠핑장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고급화된 야영장은 아니다. 시설은 그냥 그렇다.  

 

 

마음으로는 겨울 캠핑을 한번 호기롭게 떠나보고 싶으나 추운데 텐트치고 걷고 음식하고 설거지하고 어쩌고 해야하는 이런저런 것들이 귀찮아 마음만 떠나고 몸은 집구석에서 뒹구는 불초 소생같은 게으른 족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설날 캠핑가는 편한 백성이 점점 더 게을러진다. 몸만 가면 된다. 물론 돈은 든다. 몽골의 게르처럼 생긴 침실용 텐트가 있고 그 앞에 붙어서 바비큐 해 먹는 천막텐트가 또 설치되어 있고 천막안에는 커다란 안락 접의자에 탁자에 화목난로도 비치되어 있고, 침실용 텐트에는 전기장판, 가스버너도 설치되어 있다.

 

 

저녁으로 삼겹살, 목살, 갈비살, 돼지갈비, 조개, 소시지, 옥수수가 든 커다란 쟁반이 나오고(우리는 다 못 먹고 남겼다.) 채소, 김치, 고추, 마늘은 무한 리필 가능하고 설거지도 필요없고 다 먹고 매점앞에 빈 그릇을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된다. 아침으로 라면2개, 햇반2개, 계란도 나오고 냄비하고 그릇은 취사장에 비치되어 있고 역시 설거지 할 필요없다. 1박 119,000원이고(평일요금은 더 싸다) 옵션으로 숫불 10,000원, 게르안에 비치된 가스버너의 가스사용료 20,000원, 화목 1박스 10,000원은 도합 159,000원이다.

 

 

소생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화목난로이다. 어두운 밤에 난로 속의 장작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기분이 요상해진다. 배화교가 생긴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소생은 화목을 한 박스 더 주문했다. 글하는 선비가 책이 없을 수 없다. 난로 안에서 화목이 타고 있는 동안 가져간 <침묵을 위한 시간>을 읽었다. 무릎이 뜨거워 책에 집중이 안되고 술이 알딸해서 초점 흐린 시선이 글자를 따라가지 못했다. 조금 읽다가 포기하고 열심히 화목을 태웠다. 화목을 타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두어 시간만에 그 많던 화목이 한 줌 재가 되었다. 아참참참...화목난로에 구운 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먹는 그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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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2-2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멋집니다♥ 말로만 듣던 글램핑@_@; 혜림씨^^ 행복한 표정으로 옥수수 앙^^ 핑크공주님이시네요♥ 유교집안이라-_-; 명절에 어디 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데 부럽습니다. 조카아이들이랑 저도 한 번 가고 싶네요. ^^

붉은돼지 2015-02-21 22:32   좋아요 0 | URL
사실 저희 집도 유교집안, 고향은 안동, 이예요. 여차저차하다보니 요즘은 편한백성이 되었습니다^^

해피북 2015-02-2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글램핑 몰랐었는데 무척 부럽습니다 ㅎ 설거지도 걱정없다니 한번쯤 이용해보고 싶은 공간이네요 쵝오~!

붉은돼지 2015-02-21 22:37   좋아요 1 | URL
아내도 설거지 걱정없는 걸 제일 마음에 들어합니다. 거의 몸만 가면되니 정말 편해요..삼사월경에 한번 더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2-22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정말 좋은데요. 저는 대학 때 학생회 retreat을 근처에 있었던 라마교 수도원으로 갔을때 게르에 들어가봤지요. 은근히 좋더라구요.ㅎㅎ 뭔가 다 던져버리고 싶을때 가면 좋을 듯...

붉은돼지 2015-02-22 20:31   좋아요 0 | URL
침실용 텐트는 정말 게르 비슷합니다...물론 진짜 게르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죠 ㅎㅎ 글램핑 괜찮은 거 같아요..다음에 또 한 번 가볼 계획입니다. 특히 화목난로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