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에 결혼식에 갔다가(요즘은 토요일 저녁에도 가끔 결혼식이 있다) 시간이 남아서 오랜만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 도서정가제 시행이후 우리 같은 도서 수집가에게는 중고서점의 활용이 더욱 중요해졌다. 도서정가제 이전에는 가끔씩 반값 할인이니 특별이벤트니 뭐니 해서 싸게 사기도 했는데 이제는 도리없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걱정은 없어졌다. 큰 맘 먹고 정가에 산 책이 반값으로 나와서 땅을 치며 통탄하던 그런 일 말이다.

 

일반적으로 책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자가 오랜기간 자신의 피와 땀을 쥐어짜서 만들어낸 노작을 단돈 1~2만에 구입해서 그 액기스만 빨아 먹을 수 있다는 건 그렇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다. 간혹 가다가 그 액기스가 똥구정물로 밝혀져 꾸엑꾸엑 토악질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결국 본인의 안목을 탓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원효같은 대덕은 해골바가지 속 구정물에서도 깨달음을 이끌어내었으니 참고해야한다.

 

단국대에서 나온 한한대사전이 있다. 색인 포함 총 16권인데 2008년도에 완간되었다. 사업이 78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자그만치 30년이다. 한 세대가 가고 한 세대가 올 그런 세월이다. 권당 가격은 10만원이다. 색인도 한권인데 5만원이다. 본 사전은 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연인원 20만명의 전문가가 동원되어 면수가 총 21,580쪽, 한자 55,000자, 25만 단어가 수록된 세계 최대의 한한사전이다. 300억원 상당의 보물을 단돈 16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300억원이 아니라 삼천억원이라도 활용도가 없다면 굳이 구입할 필요는 없다. 사전 완간이후 작금에 이르기까지 소생은 색인 포함해서 4권을 구입했다. 활용도는 제로다. 관상용이다. 그렇지만 무던히도 완비하고 싶다. 짐작이나 할는지. 컬렉터의 심정이란 이런 것이거니,

 

각설하고, 중고서점에 갔다가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를 발견하고 바로 구입했다. 며칠전에 북플에서 꼼쥐님의 서평을 읽고 관심이 갔던 책인데 눈에 띈 것이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3권(본인의 시리즈 수집물 중 하나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2권, 험프리 보거트 등장하는 디비디 <카사블랑카>. 아~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를! 그리고 <몰타의 매>. 가격은 정가의 45% 정도. 상태는 거의 새책 수준.

 

걸어서 쏘다니면 발바닥도 아프고 하니까 말등에 올라앉아 편하게 나다니고 싶고, 말을 타게 되면 또 처음에는 ‘와’ 하던 것이 조금만 지나면 견마 잡히고 싶어 진다.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것이다. 책 좀 보고 책 좀 모은 사람은 궁극에서는 자기 책을 한번 써보고 싶은 것이다.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온갖 글쓰기 책과 갖은 책쓰기 책이 나와있다. 소생도 관련 도서 여러 권을 읽은 기억이 난다.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이태준의 <문장강화>. 읽은 지 한 오백년은 된 것 같다. 당연히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난다. 안타깝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역시 내용은 기억이 안난다. 스티븐 킹!이니까 왕은 뭘 써 갈겨도 신민들은 어명을 거역할 수 없다. 우리같은 사람이야 양말에 빤스만 입고 봉이 다 구부러지게 신들린 봉춤을 춘다고 한들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 않는다. 혹 모른다. 마누라가 한 마디 거들지. ‘쓸데없는 짓도 되우 하네...흥’

 

또 누군가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유명한 책도 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뼛다귀에다 글을 쓰라는 이야기인지 역시 기억이 안난다. 각골이면 난망이라 했는데, 안타깝다. 읽은 활자들이 눈으로 들어와 콧구멍으로 샜는지 귀구멍으로 빠져나갔는지 어데로 날았는지 알 수가 없다. 뼈에 새겨야 하는 것을. 가장 최근에 읽은 <작가수업>이라는 책도 있다. 표지에 헤밍웨이 사진이 커다랗게 나와있다. 역시 어니 아저씨는 멋져. 멀리서 보면 숀 코네리를 좀 닮은 것 같다. 내용은? 묻지마라.

 

책쓰기와 관련해서는 역시 옛날옛적 한옛날에 읽은 명로진의 <인디라이터>가 있다. 여기서 산 좋아하고 와인 좋아하는 심산을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덕분에 이른바 산악문학에 대해서도 조금 주워 들었다. 나름의 소득이다. 송숙희의 <당신의 책을 가져라>는 책도 있었다. 이 책은 저자 특강도 들었다. 한 10년은 된 것 같다. 뭐 소생이 열일 제쳐 놓고 찾아가서 들은 것은 아니고 우리공장에서 주관하는 저자특강으로 직원들 다 와서 들어라고 해서 그냥 들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의 고무되었던 그 느낌은 남아있다. ‘그렇다면, 음...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지 몰라’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의 저자인 임승수는 초면 아니 초문이다. 금시에. 물론 소생의 견문이 일천한 까닭이다. 토요일 저녁에 구입해서 일요일날 우리 금지옥엽 혜림씨와 놀아주는 틈틈이 다 읽었다. 매우 유익했다. 기존의 글쓰기 책쓰기 책과 차별성이 있다. 일단, 저자의 솔직함이 돋 보인다. 이단, 중간 중간 나오는 책쓰기 선배들의 인터뷰가 많은 도움이 된다. 삼단, 글에 유머가 있다. 그래서 재미있다. 이 삼단 정도면 추천의 변으로 충분하지 않나. 관심있는 강호제현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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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19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예술편 위주로 많이 모으고, 그 다음에 관심 있는 주제의 책을 고릅니다. 중고서점에 가면 디스커버리 총서가 꽂힌 서가를 항상 둘러봅니다. ^^

글쓰기 책이 너무 많아서 몇 권 읽어보고 싶어도 잘 안 읽게 됩니다. 읽어봤자 고작 한 두 권 정도입니다. 사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한 두 권도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겁니다. 요즘은허핑턴포스트, 인사이트 같은 곳에 글쓰기 책을 요약해서 정리한 글이 심심찮게 나옵니다. 그 정리된 내용을 참고합니다.

붉은돼지 2015-01-20 13:13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에는 시공디스커버리중에서 화가들만 샀었는데 요즘은 무조건 다 삽니다...수집 ㅎㅎ 책은 작고 예쁜데 내용은 좀 거시기 산만한 것 같더라고요..

고양이라디오 2015-01-28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었던 좋은 책 많네요ㅎ

yureka01 2015-04-13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개 감사합니다..땡기는 책이 많아요.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