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의 재발견 - 문화와 예술로 읽는 엉덩이의 역사
장 뤽 엔니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엉덩이', 경상도에서는 사투리로 흔히 ‘궁디’라고 하며, 궁뎅이, 엉뎅이, 방탱이 등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직 내가 한참 어렸을 때, 그러니까 5~6세 정도때 엄마 엉덩이를 베개삼아 베고 누워 놀던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 엄마의 엉덩이는 정말 폭신폭신하고 몰랑몰랑해서 그야말로 물침대는 저리 멀리 가라였던 것 같다. 물론 그때는 물침대라는 것이 있지도 않았을 테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 후로 커서 보게되는 젊은 여성의 엉덩이는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 하기사 이글을 읽는 분들 중에 본인을 알아보시는 분은 없겠지만 - 본인은 동성애자가 아닌 관계로 남성의 엉덩이에는 당근하게도 관심이 없다.) 자연 관능적인 상상으로 끈적하게 흘러넘치기 마련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엉덩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 통통한 엉덩이 속에서 숨겨진 구멍에 대한 호기심과 그 구멍을 채워야겠다는 자연적이고 본능적 의무감에 실행 가능성이 전무한 온갖 공상으로 허기진 욕구를 달래기도 했던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도 나오듯이 샤르트르에 의하면 모든 구멍들은 채워지기를 은밀히 갈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겨레의 늘름한 아들로 태어난 남성 독자제위 여러분들께옵서는 이 말을 유명한 서양 철학자의 말이라고 글자 그대로 찰떡같이 믿고 아무 구멍이나 채울려고 달려들다가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들이밀기전에는 반드시 깊이 숙고심사하시길 바라는 바이다. 물론 무모한 용기가 큰 성과를 이루어낼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그 한심한 몸뚱이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떨어져 나려 끝내는 닭똥같은 눈물을 철철흘리게 되는 것이다. )

이 책은 엉덩이의 A~Z까지를 다루고 있다고 할 만하고 부제에 명시된 대로 문화와 예술로 읽는 엉덩이의 역사라고도 할 만하다. 제목에서 당연하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책의 내용은 대부분 성과 에로티시즘에 대한 것이다. 엉덩이에 대하여 이렇게 관심이 많고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참 할일도 억수로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책 쓴 작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실로 무식하고 한심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그러한 생각도 든다. 인류의 역사을 돌이켜보건대, 경제적으로 삐까번쩍할 때 문화도 아름답게 꽃펴서 창달했던 것이니, 우리도 이제는 먹고 살만 해져 방귀도 제법 뀌고 하니 남의 엉덩이에 관심을 조금 가진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시답잖은 소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눈 밝으신 장정일 선생께옵서는 우리가 아직 먹고 싸고 살기에 바쁜 90년대 초에 이미 엉덩이가 예쁜 여자에 관심을 집중하였고, 그에 부응하여 돼지코의 모모한 변태 감독이 엉덩이보다는 얼굴이 예뻤던 여우 정선경을 발탁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포르노 영화를 찍기도 했던 것이니 선생의 그 선경지명에 감탄식을 금할 길이 없기는 하나, 목하 작금에 이르러 선생께옵서 모방송의 독서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고 본인은 깜짝 놀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독야청청하신던 선생께서 와저카시지?....

각설하고, 엉덩이의 재발견이라고 하니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어떤 귀중한 물건이 엉덩이에 숨겨져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엉덩이는 냄새나는 똥구멍을 숨기고 있고 성기와 연결되어 있을 뿐 뭐 별나라에서나 나는 무슨 보물을 갈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거시기와 머시기를 보물로 여긴다면 그건 별문제이지만 말이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이 동성애(특히 남성들간의 항문성교)라든지, 엉덩이가 어떻게 욕망을 자극하는지, 터부시 되고 금기시 되는 것들에 대한 은밀하고도 관능적인 이야기들, 가학적이고 피학적이고 엽기적이기도 한 이야기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 봤고 또 뒤에서 수군수군 거리기도 했던 그런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다. 조르주 바타이유나 또 이런 문제에서는 결코 빠지지 않은 프로이트가 중간중간에 등장하고 또 유명한 그림들이 상호협조하여 형이하학적인 주제를 형이상학적으로 변환시키기도 하고 그렇다.

프로이트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프로이트가 모나리자의 미소에서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발현을 볼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대목을 읽다가 문득 프로이트라는 사람은 참 기발하고도 기괴해괴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모든 아들들이 아버지를 연적으로 생각하여 아버지를 찔러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하고자하는 욕망을 무의식속에 갈무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린지 무슨 자기 눈알을 찔러 파먹는 소린지 모르겠다. 서양 코쟁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털 수북실한 짐승 비슷한 넘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마음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서양 코쟁이들은 코가 커서 그런지 성에 있어서도 참 관대하구나(코 큰거 하고 그거하고 무슨 상관인고?)....이 책의 작가가 법국넘이어서 역시나 틀리구나...똘레랑스하구나 하는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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