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꿈의 도시 파리 기행 - 세계 인문 기행 3 세계인문기행 3
기무라 쇼우사브로 지음, 김수진 옮김 / 예담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2002년 겨울에 4박5일로 빠리를 다녀왔다. 신혼여행이자 나의 첫 해외여행 되겠다. 본인으로 말하자면 보수국수내지는 열혈애국애족주의 뭐 그런 주의주장을 신봉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위기상으로 어느정도는 그쪽으로 경도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과거에 본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문화수준이 서양에 못지않고 나아가서는 더 뛰어나다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어느정도 견지하고 있지만(우리문화가 서양에 못지않다는 점에서 말이다.), 빠리여행후 흰둥이 코쟁이들이 이룩한 서양 기독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우리문화가 서양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 점 말이다). 서양문명을 예찬하는 사람들을 얼마간 문화적 허영에 들뜬 문화사대주의자내지는 탱탱골빈족으로 치부하던 생각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거이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고인 물이 썩듯이 변화가운데 발전이 있는 것 아닌가? 꼴리는대로 해석해본다.

유홍준이 감포의 감은사 삼층석탑을 일러 '돌이 말을 한다'고, '아! 감은사 석탑이여!! 아! 감은사 석탑이여!!' 운운하며 '느낌표없이는 표현할 수 없다', '감탄사로만 한페이지를 채우겠다'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약간은 감동적인 톤으로, 조금은 격정적인 표정으로 주절거렸던 것을 기억한다.(지금 생각해도 그 부분은 약간의 오바가 아닌가 생각되지만, 누구나 느낀대로 표현할 권리가 있으니 나로서도 별 이의는 없다.) 사연없는 인생이 없듯이 돌이 속삭이는 건 감은사 석탑만이 아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안과 밖을 장식하고 있는 그 수많은 조각상들, 그 이끼낀 돌조각들이 모두 수군수군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컴컴한 성당안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은은하게 뿌려지는 색색의 광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는 어쩔수 없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민족의 오천년 역사와 정신이 감은사 석탑에, 불국사 석굴암에 모두 녹아 스며있는 것이 아닐진댄, 노트르담 대성당 그 고색창연하고 아름다운 석조물 앞에서 내가 위축될 필요도 없었고, 터져나오는 감탄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 일러 문화적 충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만고 진리라는 것을 새삼재삼 느낀다. 책으로 읽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것과의 사이에는 천지지간만큼은 아니라도 상당한 여백이 존재하는 것 같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추녀 끝 풍경소리를 들으며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찬히 음미해 볼 수 있듯이,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돌기둥에 기대어 이름모를 코쟁이 석공의 땀과 눈물을 생각하며 감상에 젖어 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해질녘 몽마르뜨의 샤크레퀘르에서 내려다본 파리시가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으다. 아! 빠리여! 노트르담이여!! 어찌 감탄사와 느낌표가 빠질 수 있으리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