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시집 1990-1999
정혜정 외 지음 / 태학사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알알이 주옥같은 명편들 중에 특히 이 한편이 마음에 들고 또 혼자만 감상하기에 아까운 점이 있는 것 같아 여기 옮겨본다. 작가 임영봉은 신춘문예 당선후 시작활동을 하지 않는 듯하다. 아직까지 작가이름의 시집을 구경하지 못한 까닭이다.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百年묵은문어가밤마다사람으로변신하여그고을單하나착한처녀를꼬셨드
란다온갖날多島海해떨어지는저녁마다진주를물어다주고진주를물어다주
고장인장모몰래서방노릇석달열흘진주알이서말하고도한되

처녀는달밤이좋아라달밤을기달리고그러던中무서워라냉수사발을떨어뜨
려깨어진날먹구름이끼고달지는어둠새끼손가락약속은무너지고사랑이보
이지않는칠흑같은어둠속아주까리불심지는뱀처럼흔들거려타는구나

이승에서의信標거울은몸안에돋는가시만보이다갈라지고모든주문들의효
력도별처럼흘러가고돌아오지않는사람을몸달아흘리는신음으로손에땀적
시며문빗장풀어놓고동백기름먹인알몸뚱이꼬며全身으로기다리는구나

돌연門빗살에엄지손톱만한구멍이뚫리고새가슴으로놀라는어머니한숨줄
기눈물줄기앞서거니뒤서거니줄을잇고아이고폭폭해서나는못살겠네보름
달대신배가불러오는理由끝끝내는쫓겨났드란다

그날以後로빛나는눈빛을생각하며바다를바라보며하루이틀사흘헤어보는
손가락접고진주알진주알문고리휘어지는아히를낳았고아히가자라면서바
라보이는바다는부활이다부활이다

깊고넓은바다어둠파도따라하얀치마말기적시며죽음속으로떠난어매의유
언을만나면턱고이는아히는오늘도등대불을밝히기위해섬을올라가는구나
'깊은바다홀로외눈뜨신이여어메데불고길잘돌아오시라'
[갯바위섬 등대] 임영봉 1990년 중앙일보 당선작

아새끼의 애비가 진짜로 백년묵은 문어냐? 하는 문제는 후백제왕 견훤이 정말로 지렁이 새끼냐? 하는 이야기와 별로 다를바 없는 것으로 그 진위를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어디 쓸데도 없는 그런 일일것일레라. 이 이바구는 나이가 백살이나 처먹은 문어대가리가 요사한 요술을 부려 사람으로 변신한 즉 다도해 어느 섬에 단 하나 남아있던 아조 착한 처녀를 진주를 주고 꼬셔다가 사고쳐놓고는 나몰라라하고 토껴버린 요즘도 흔히 있는 거시기 한심한 이야기인디

이 불쌍한 처녀는 늙은 애미한테 죽도록 뚜디맞고 종국에는 집구석에서도 쫓겨난 고단한 처지가 되어서 겨우 아새끼 하나 싸질러놓고 진짜로 뒈져버렸으니, 처자 버리고 토낀 이 치사야비한 문어대가리가 그 착한 처녀를 기억이나 할란가 몰라, 낫살도 적잖이 쳐먹어서 말이지, 정말 불쌍코 애닯구나 처녀야!!

그런데, 등대지기가 된 아새끼가 바라다본 바다가 왜 부활이냐? 일단 뒈지지 않고서는 부활이란 용어가 성립할 수 없을뿐 아니라 행여 어쩌다 부활한 것들도 필경에는 그 육신의 죽음을 극복할 수 없음이니, 이는 죽음이 부활보다 먼저 있는 것이고 또 부활보다 나중 있는 것이 되는 까닭이라. 할배에서 애비로, 애비에게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내 새끼에게로, 그렇게 근근끈끈 찐덕하니 이어져 내려오는 피의 흐름이 있을 뿐이야. 부활이라니!!! 얼토당토않은 어리멍청한 소리지. 내 새끼가 나의 부활이냐? 개 풀 뜯어먹는 소리란 말이지. 암만, 아새끼는 헛꿈 개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야. 음!

그리고, 문어대가리가 처녀에게 준 서말하고도 한되나 되는 진주알은 누가 다 꿀꺽한 것이냐? 결국 아새끼가 자라 어른이 되면 이 잃어버린 진주알을 찾느라 눈알이 벌거니 해가지고 싸돌아댕기게 될 것은 당근한 이치라 이 말인데, 언젠가 지 에미 제삿날에 젯상에 문어대가리를 올리 놓고 큰절하며, 니미, 진주알겉은 눈물을 뿌릴란지도 모릴 일이란 말입지. 진주알, 진주알의 비밀은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아하~

사족 : 언어의 취사선택사용에 있어서 다소간 결례와 후안무치한 점이 있는 줄 아오나 널리 양해 관용 있으시기를. 하지만 시는 너무 재미있다는 말씀. '언어를 다루는 남다른 감수성이 있다'는 심사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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