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온 소포 민음의 시 97
고두현 지음 / 민음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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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휴가를 남해로 다녔왔다. 남해대교를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한 30여분 내려가다 보면 서포 김만중 유허라는 표지를 만나게 된다....기대에 차서 이정표를 쫓아가보면 아무것도 없고 그냥 바다만 만나게 되는데(아래 시에 나오는 앵강되겠다)....... 그 바다 건너편에 한 잎 꽃같은 자그만 섬이 하나 있으니....노도다.

서포는 그 섬에서 유배생활을 했다한다....김만중은 광산 김씨로.....당쟁이 극심하던 장희빈시절 숙종조에 생존했으니...그 벼슬살이에 파란이 없을 수 없겠다......효성 지극망극한 김만중이 적소에서 홀로 된 어머님을 위로하고 재미있게 해드리기 위해 지은 책이 바로 구운몽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내친구 김성진이 말끝마다 주절거리며 나불대던 '.....성진이 팔선녀를 거느리고...어쩌고 저쩌고......'하던 부분만은 아직 기억에 뚜렷하다(그 팔선녀 운운하며 헛꿈을 꾸던 김성진군은 한 여인에게 장가가서 지금은 울산에서 잘먹고 잘산다고 한다...그러나 그넘의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까지도 팔선녀의 꿈이 고이 갈무리되어 있을란지는 내가 모를 일이다) ......배편이 없어 노도에 상륙하여 유허를 둘러보지는 못했다....

물살 센 노량해협이 발목을 잡는다
宣川서 돌아온지 오늘로 몇 날인가
윤삼월 젖은 흙길을
수레로 천리 뱃길로 시오리
나루는 아직 닿지 않고
석양에 비친 일몰이 눈부신데
망운산 기슭 아래 눈발만 차갑구나
내 이제 바다 건너 한 잎
꽃 같은 저 섬으로 가고 나면
따뜻하리라 돌아올 흙이나 뼈
땅에서 나온 모든 숨쉬는 것들 모아
화전을 만들고 밤에는
어머님을 위해 九雲夢을 엮으며
꿈결에 듣던 남해 바다
삿갓처럼 엎드린 앵강에 묻혀
다시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으리

고두현 '유배시첩1 - 남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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