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 전6권 세트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며칠전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이 있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아주 재미있게 관람한 나로서는 13개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이 멋진 영화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릴 것인지, 과연 역대 최다수상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는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지면에 소개된 대다수 평론가들의 의견은 아카데미가 판타지물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비관적이었고 결과 역시 촬영상등 기술분야 4개부분에 그쳐 나를 안타깝게 했다.

나는 영화를 보고나서야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물론 전부터 판타지 소설의 효시라 할만할 이 책에 대하여 조금은 알고 있었고, 아이들이나 읽는 그렇고 그런 조금은 한심하고 허황한 내용의 소설일 것이라고 내 멋대로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짐작이 과녁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이 책의 재미와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마치 반지의 소유자들이 반지의 마력에 꼼짝없이 사로잡혔듯이.

이 소설은 워낙 방대한 스케일의 복잡한 소설이라 그 대략을 설명하기는 대단히 어렵지만 그래도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면, 프로도라는 한 호빗이 갖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우여곡절 끝에 세상을 지배할 마력을 지닌 절대반지를 '운명의 산' 불구덩이에 던져넣어 파괴함으로써 암흑의 제왕에 맞서 세상의 평화를 지켜낸다는 줄거리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덩치가 인간의 반밖에 되지 않는 작은 체구의 '호빗'이라는 종족이다.. 이 호빗이라는 종족은 왜소한 외모와는 달리 조금 수다스럽기는 하지만 유쾌하고, 게으르면서도 낙천적이며, 연약한 듯 하지만 고난과 절망속에서도 결코 희망과 용기를 버리지 않는, 그런 기질의 종족으로 묘사되어 있다....작가 톨킨이 호빗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반지는 고리이기도 하고, 고리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걸어매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바로 그런 이유로 반지는 구속이나 속박의 상징으로 충분이 유효할 것이며 따라서 이 소설에서 절대반지란 권력욕과 소유욕의 현현에 다름아닐 것이다.....우리를 못살게 괴롭히고 억압하는 것들이 바로 이 세상과 물질에 대한 권력욕과 소유욕이며, 이를 극복하고 평화와 안정을 누리기 위해서는 호빗과도 같은 낙천적이고 결코 희망과 용기를 버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 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내가 말한다면,

이것은 책 속에서 무엇인가 교훈을 이끌어내어야만 속이 시원한, 내 마음속에 내재되어있는 오지랖넓은 늙은이다운 노파심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교과서적인 교훈을 떠나 무엇보다도 우선 재미있다.. 감히 말하건데 서유기나 삼국지, 서양의 그 어떤 신화나 전설에 못지않다 할것이다. 담배연기 자욱한 어두운 피시방에 앉아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이제 계절은 바야흐로 봄이니 햇살 따스한 어느 한가한 날 하얀 꽃잎이나 노오란 은행잎이라도 간간히 떨어지는 공원같은 곳, 풀밭에 비스듬히 누워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학원이다 뭐다 공부로 바쁜 와중에 그럴 여유가 있다면 말이다...책속에도 게임못지않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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