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세계문학 도장깨기 사업이 대단히 느리게 소걸음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한 달 넘는 동안에 겨우 다섯 권 읽었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잊지 않고 하고 있다는 사실 아닌가 이 말이다.
27. <다섯째 아이>
레싱이 한 인터뷰에서 밝힌 이 소설을 착안하게 된 사건 두 가지. 하나는 방하시대의 유전자가 현재의 우리에게도 내려온다는 어느 인류학자의 글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상적인 세 아이를 낳은 뒤에 태어난 네 번째 딸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망쳤다는 어느 주부의 잡지 기고를 읽은 일이라고. 후속편인 <세상 속의 벤>도 2000년에 나왔다고 한다. 아직 번역은 안된 듯.
28. <삶의 한가운데>
아주 오래전에 윤이상과의 대담집 <상처입은 용>, 북한 여행기인 <또 하나의 조국>을 읽은 기억이 난다. 독일에서 녹색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던 린저는 거의 김일성 찬가를 부르면서 북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과도하게 찬양 미화했던 분이다. 이 소설 안의 액자소설은 나치에 저항한 루이제 린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고 린저가 무슨 반나치 저항작가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히틀러 찬양시를 쓰는 등 나치 부역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였다고 하지만 소설은 지루하다. 나나를 한평생 사랑한 남자 주인공에게 공감하기 어렵다.
29. <농담>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기 만세!” 여자 친구에게 보내는 엽서에 적은 악의 없는 이 농담 한마디로 주인공 인생이 정말 막장으로 내려간 이야기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만약에 박정희 정권 시절에 누가 ‘김일성 만세!’라고 외쳤다면 그것이 과연 농담이 될 수 있나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그 사람이 평소에도 정권에 회의적인 소리나 하고 다니면서 행적이 조금 의심스러웠다면 아마 바로 간첩으로 몰려 감방에 들어갔을 지도 모른다. 농담도 분위기 봐 가면서 적당하게 해야하지 않을까? 선을 넘으면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30. <롤리타>
변태 소아성애자의 넋두리. 건장한 어른 남자가 열두 살 미만의 어린 소녀가 좋아서 미치겠다면 정말 미칠 일이다. 그것이 분명 죄인 줄 알지만 성인(聖人)이 아닌 다음에야 본능을 통제하긴 어렵다. *을 붙잡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거나 눈물을 철철흘리며 죄를 범하는 것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어쩌면 이건 질병이므로 치료가 가능할 지도 모르니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하나?
단테는 아홉 살의 베아트리체와 사랑에 빠졌고, 페트라르카가 라우라와 미친 듯한 사랑에 빠졌을 때 그녀는 열 두 살이었다고 하며, 27세의 에드가 알렌 포는 13살인 사촌동생인 버지니아 클램과 결혼하는데, 결혼 문서에는 21세라고 허위신고 했다고 한다. 53세의 선지자 무하마드는 그의 가장 가까운 동지이자 조력자인 아부 바크르의 6살난 딸 아이샤와 혼인했다. 실제 성교는 9살에 이루어졌다고도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어쨋든 이 사건은 두고두고 이슬람의 조혼 풍속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었다.)
30. <야성의 부름>
민음사 전집에 30번이 두 권이다. 무슨 까닭인지 롤리타는 절판되었고 야성의 부름이 30번에 이름을 올렸다. <야성의 부름>은 주인공이 개인 이야기. 개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시튼 동물기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고,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데 시베리아 호랑이가 주인공인 소설도 있었다. 분량도 적당하고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다. 깔끔한 소설이다.
또 다른 소설 <불을 지피다>도 너무 유명한 이야기다. 예전에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죽음의 미학>편에 실렸있던 단편이다. 알레스카의 유콘강 근처에서 영하 50도인지 70도인지 하여튼 엄청나게 추운 곳에서 불 지피기에 실패해서 얼어죽는 이야기다. 두 번째로 읽는데 내용을 알고 읽으니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해서 겨우겨우 간신히 읽었다.
사생아로 태어난 잭 런던은 40년의 길지 않은 삶이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특이한 것은 1904년 러일전쟁 취재하는 종군기자로 일본을 거쳐 구한말 조선에 왔고 부산에서 평양을 거쳐 만주 단동까지 말을 타고 취재 여행을 했다고 한다. <1904년 러일전쟁 종군기, 조선사람 엿보기>라는 책도 나와있다. 읽어보진 못햇지만 일본은 강한 무사의 나라로 조선은 무기력한 나라로 묘사하고 있다고.
해리포터 시리즈는 한 권도 읽은 것이 없지만 책이 예뻐서 충동 구매했다. 앞으로 이런 멋진 양장본이나 특별판, 무슨 기념판 등등은 웬만하면 구입하는 걸로 나 자신과 몰래 약속해버리고 말았다. 해리포터 마법 지팡이는 수년 전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갔을 때 우리 혜림씨가 사달라고 졸라서 구입했던 것이다. 짝대기 하나에 거의 5만원 넘었던 것 같다. 상자 뒤에 보니 메이드인차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