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귀환

4박5일의 휴가를 마치고 무사히 삶의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짐 풀어헤쳐서 제자리에 놓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저녁밥 해먹기, 사진 대충보고 저장해놓기,......등등의 일을 마치고 뜨거운 커피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아니 한 가지 더, 여행기간 동안 쓴 돈 몇 개의 항목으로 나눠 계산해 다이어리에 메모해 두기.

안톤 슈낙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중에 ‘휴가의 마지막 날’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을 설파했지만 사실은 그것을 뒤집어보면 휴가는 ‘열심히 일함’을, <밥벌이의 지겨움>은 밥벌이를 할 힘과 능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겠지요.

점심을 휴게소에서 대충 먹은 터라 저녁엔 남편이 좋아하는 ‘멍멍탕’을 끓여 상에 올렸더니 -전 안 먹습니다- 반가운 얼굴로 “웬 거야?”
“낼부터 다시 열심히 돈 벌라고 땀 뻘뻘 흘리면서 끓였지.”

 부여 박물관에서 바리에 담긴   불탄 쌀을 보고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숭고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먹고 사는 것이 이렇게 시대를 초월하는 것일진대 ‘밥하기 싫어서 징징대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착한 생각도 했습니다.

 

가지고 간 ‘김만중’은 겨우 삼분의 일 정도만 읽고 왔습니다.
<유배문학>에 대해 목을 축이려했는데 발만 적시고 왔습니다.
증거를 남기려고 남편에게 부탁을 했더니 사진을 이렇게 찍어주었습니다.
세로로 세워서 책 읽는 아줌마가 저 위쪽에 있어야 제대로 된 구도로 나왔을텐데...하기 싫은 일 시키니 이렇게 대충하고 맙니다.  


 

                                              무료한 틈을 타서                    
                                              발에 내려앉은
                                              두 마리의 잠자리와
                                              한참을 놀았습니다


 

 

이렇게 지내도 둘째 날 부여국립박물관에서의 충격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리가 되면 언젠가 페이퍼로 한 번 써볼 생각입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0-08-20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만 담그고 책읽는 중전마마~~~~ 삶으로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잠자리가 빨간 발톱에 유혹됐을까요?^^

gimssim 2010-08-21 19:53   좋아요 0 | URL
휴가 갔다오니 가기 전보다 더 더운 것 같아요.
폭염 주의보라니.
만지던 일이 있어서 땀 뻘뻘 흘리며 하고 있어요~~~
제가 발톱에 메니큐어를 칠한 건 저를 위한 게 아니고,
팬 서비스 차원에서이죠.
스타킹도 안 신고 다니는데 그냥 맨발은 좀 예의가 아니어서...

라로 2010-08-21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여행갔다 왔는데 "짐 풀어헤쳐서 제자리에 놓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저녁밥 해먹기, 사진 대충보고 저장해놓기,......등등"은 제 옆지기가 했어요,,,^^;;
저도 사진정리해서 몇개 올려보려구요,,,
그런데 부여라면 제가 사는 곳과 아주 가까왔어요,,,저희는 이번 여행에서 제일 멀게는 평창까지 갔었어요.
암튼 발톱에 바르신건 요즘 유행을 따르시느라 프렌치로 하신거?????^^

gimssim 2010-08-21 15:10   좋아요 0 | URL
부여 여행은 제게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준 가슴뭉클한 여행이었어요.
하던 일이 마무리 되면 페이퍼로 한 번 써볼 생각입니다.
메니큐어는 제 발을 보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나 할까요? ㅎㅎ

마녀고양이 2010-08-2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발 담그고 책 읽으시는 모습, 너무 여유로와염.
가을이 가까운 듯한 푸근한 페이퍼 감사드려여~

중전 언니, 휴가 편안하게 다녀오셨네요. ^^

gimssim 2010-08-21 15:12   좋아요 0 | URL
마고님, 휴가는 잘 다녀오셨나요?
얼음처럼 찬 계곡 물이 벌써 그립습니다.
망중한을 보냈지요.
돌아오니 매미 소리 아직 귀를 지르는데...그래도 가을은 올 겁니다.
다음에 가을 풍경 페이퍼 올리지요.

꿈꾸는섬 2010-08-2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다녀오셨군요.^^ 부여 참 좋지요.^^
계곡물에 발담그고 책을 읽는 모습 너무 아름다우세요.^^
예쁘게 단장한 발도 참 보기 좋네요.
여행다녀온뒤 정리할게 많죠.^^

gimssim 2010-08-22 23:36   좋아요 0 | URL
서울, 원주에 몇년 산 걸 제외하곤 경상도에서 나서 경상도에서만 살아왔어요.
그래서 부여엔 처음 갔었어요.
겨울 쯤, 백제문화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sslmo 2010-08-2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 두번째 사진이 제일 좋은걸요~
사진을 찍으신 분은 독서하는 중전님에 눈이 부셔,
구도 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덕분에 부여 구경도 하고...좋은걸요~^^

gimssim 2010-08-22 23:39   좋아요 0 | URL
우린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 왔더니만 나중에 우리 주위에 가족끼리 연인끼리 와서는 숯불피워 삽겹살 구워서...
옆에서 침만 삼켰어요.
'육신의 배가 고프면 영혼은 더 맑아진다' 메모하며 최면을 걸었다는 전설!

pjy 2010-08-23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때일수록 잘 드셔야되는데 약오르게 숯불삼겹살이라니욧!
정신수양만으로 극복하기 힘듭니다ㅋ

집에서 다시 삼겹살을 그 기분이 안나는데..그래도 집에서라도 드셔야죠^^

gimssim 2010-08-25 00:32   좋아요 0 | URL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한 휴가 때 옆에서 솥 가지고 와서 삼계탕을 끓여먹는데 얼마나 군침이 돌던지요.
그 다음해 휴가 가면서 압력밥솥에 삼계탕거리까지 사서 갔다는 거 아닙니까.
근데 요즘은 짐싸기도 싫고 가지고 다니는 건 더 싫어서...

집에 와서는 열심히 삼시 세끼 꼬박꼬박 잘 먹고 있음다.
오늘 저녁엔 우럭 매운탕을 끓였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