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남편
두 주일 쯤 전에 남편의 동문회를 우리 주관으로 치렀다.
부부동반 모임이라 오십 명은 족히 되었다.
멍멍 두 마리에 삼계탕 열 다섯 마리를 먹어치웠다.
수은주가 최고로 올라간 날이었다.
그저께는 시누이가 계원들을 이끌고 입성했다.
우리가 사는 곳은 물 좋고 산 좋은 곳이다.
그래서 휴가철이면 나도 덩달아 바쁘다.
남편이 한 번 오라고 했더니 작년에는 네 명이 와서 하루 밤을 묵어가더니
이번에는 여덟 명이 와서 이틀을 묵고 갔다.
물론 펜션을 얻어줬다. 저녁 밥도 한끼 해줬다.
아는 사람의 집이기는 하지만 이 휴가의 피크에 공짜일리는 만무할 터.
흉을 좀 보자면 일 년 가도 전화 한 통 없다.
묵고 가고 잘 지내고 간다던가, 집에 가서라도 잘 지내고 왔다라던가 전화 한 통 없다.
남편은 예의 없는 것은 질색인 사람인데 자기 피붙이니까 별말 없다
한다는 말이 “누나가 사회생활을 안해봐서 몰라서 그래. 심성은 착하지.”
그전 같으면 “착한 사람 다 더위 먹어서 죽었나?” 했을 텐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대꾸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넘어갔다.
카드를 가지고 가서 3개월 할부로 방값을 결재하고 오니
남편이 냉동실을 열어보라고 했다.
마트에서 이것 하나 사들고 걸어오다가 아는 사람을 열 명도 더 만났단다.
나름, 귀여운 남편이다.
그리고 이건
43만원짜리 아이스크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