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세상살이의 장막 터를 옮깁니다.
예수쟁이라 이 땅에서의 삶은 나그네의 삶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나그네의 짐이 너무 많습니다.
그동안 남편의 직장을 따라 숱하게 이사를 다녔고 다른 사람이 해 주는 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모든 일을 제 혼자서 하곤 했습니다.
씩씩하고 용감하게요,
그런데 이번에는 많이 심난해 하다가 기어이 왼손 엄지손가락을 다쳤습니다.
살점 뜯기고 피를 많이 흘렸어요.
이사는 제가 하는데 주위에서 너무 신이나 해서 포장이사 하겠다는 말도 못했지요.
비용을 제가 내는 것이 아니어서요.
저도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아이들한테 숱하게 써먹었지만 제 자신에게는 별로 쓰지 않은 말입니다.
피를 보고서야 얻은 교훈입니다.     

이사도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들 중의 하나인데 빨리빨리 숙제 해치우듯이  하려다가 손가락까지 다친 거지요. 좀 천천히...그래요, 좀 천천히 해야겠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짐을 싸다가 스텐 머그잔 가득 커피를 끓여 소파에 앉았습니다.
텔레비전을 트니 마침 사진가 김중만의 ‘아프리가 기행’을 하는군요.
‘찍사’가 되고 싶은 아줌마도 기념으로 서너 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일부러 흑백으로 찍었습니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이것도 훗날 한 장의 추억이 되겠지요 (아래 사진 왼쪽 귀퉁이에 붕대로 동여맨 상처받은 손가락이 보이는군요. 이 글은 사실 그 녀석을 위로하기 위한 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이 쓰리고 아팠거든요.).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꿈꾸는섬 2010-04-2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까지 다쳤는데 이삿짐을 혼자서 계속 싸시는 건 아니겠죠?
결혼하고 이사 두번해봤는데 포장이사 돈 들인 만큼 기분 좋진 않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다 한다는 건 정말 무리인 것 같아요. 중전님 슬슬 하셔요.

gimssim 2010-04-27 06:31   좋아요 0 | URL
제가 성질이 좀 못된가봐요.
다친 손가락으로 혼자 쌌답니다.
작은 트럭으로 여덟대 분을 옮기면서 사실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욕심을 버리자며 끊임없이 자기최면을 걸면서 사는데
이렇게 많이 끌어안고 살아왔나 싶어서요.
주로 책이지요. 남편과 싸워서 겨우 한트럭 분을 처리하고 왔는데
남편은 책장을 하나 더 사자고 해서 새벽부터 좀 언쟁을 했네요.
"내 사전에 이제 '책장 산다'는 말은 없다"고 말이지요.

. 2010-04-26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이삿짐을 직접 싸시네요? 왜 그러시는 거예요? 너무 힘들잖아요? ^^
돈 좀 쓰세요. 그래야 경제가 살고 이삿짐 센터도 먹고 살고 거기 직원들도 월급받죠? ^^

gimssim 2010-04-27 06: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남편의 직업상 우리가 이래저래 쓰는 비용을 사무실에서 대주시거든요.
사실 이사비용보다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우딱 해치우고
그 많은 사람들이 회 떠서 밥을 먹었으니 밥값이 훨씬 많이 들었을 거에요.
그래도 이삿짐 직원월급을 책임 못져도 횟집 직원 월급은 어떻게 되었겠지요?
그렇게 위로 하고 넘어가도 될까요?
아, 노무현, 노무현...
일주기가 다 되어가는군요.

비로그인 2010-04-2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직장때문에 여러번 이사를 다녔답니다.
이사 참 힘들지요..


gimssim 2010-04-27 06:40   좋아요 0 | URL
저희들도 여러번 이사를 다녔어요. 남편의 직장땜에.
우리 아들은 초등학교를 네곳, 중학교를 세곳이나 거쳐서 졸업을 했지요.
그게 어미로서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어요.
다행히 잘 적응해서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을 했지요.

세실 2010-04-2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백 사진의 여운이 참 좋아요.
살점 뜯길 정도면 많이 아프셨을 텐데요...무리하지 마세요.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gimssim 2010-04-27 06:42   좋아요 0 | URL
예수쟁이라 피를 철철 흘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드랬습니다.
하나님은 참 절묘하게 포장을 해두셨구나.
얇은 살갗 안으로 이렇게 많은 피를 저장해 놓으셨구나, 하는...

프레이야 2010-04-27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일을 혼자 하신다구요?
에고 무리하지 마시고 쉬엄쉬엄 하세요.
어디로 가시나요?

gimssim 2010-04-27 06:45   좋아요 0 | URL
예에~~ 이젠 쉬엄쉬엄 하려고 합니다.
어제 이사 거들어주러 오신 분한테 예전에 친정엄마가 쓰시던 말을 했지요.
"이젠 일이 무섭다"고요.
그랬더니 그분의 응수가 "그럼요. 연식이 어디 가나요." 그러더군요.
맞아요. 연식은 못속인다니까요.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겼어요.

2010-04-27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30 0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5-05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이삿짐을 싸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결혼한지 만 11년에 이사 두번 해봤지만 항상 포장이사였거든요. 그래도 나중에 정리는 제가 다 해야하지만서도... 중전님도 지금쯤이면 정리까지 말끔하게 마치셨겠네요.^^

gimssim 2010-05-05 19:13   좋아요 0 | URL
아뇨~. 그전 같으면 정리 다 할때까지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했었는데,
이젠 힘에 부쳐서 쉬엄쉬엄합니다.
중간에 사진 찍으러 갔다가 친구 만나러 갔다가, 내일은 남편 동문체육대회 가려고 합니다.
경기보다는 콜라에 관심이 많아서요.
사람에 비해서 상품이 엄청 많거든요. 이런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