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세상살이의 장막 터를 옮깁니다.
예수쟁이라 이 땅에서의 삶은 나그네의 삶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나그네의 짐이 너무 많습니다.
그동안 남편의 직장을 따라 숱하게 이사를 다녔고 다른 사람이 해 주는 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모든 일을 제 혼자서 하곤 했습니다.
씩씩하고 용감하게요,
그런데 이번에는 많이 심난해 하다가 기어이 왼손 엄지손가락을 다쳤습니다.
살점 뜯기고 피를 많이 흘렸어요.
이사는 제가 하는데 주위에서 너무 신이나 해서 포장이사 하겠다는 말도 못했지요.
비용을 제가 내는 것이 아니어서요.
저도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아이들한테 숱하게 써먹었지만 제 자신에게는 별로 쓰지 않은 말입니다.
피를 보고서야 얻은 교훈입니다.
이사도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들 중의 하나인데 빨리빨리 숙제 해치우듯이 하려다가 손가락까지 다친 거지요. 좀 천천히...그래요, 좀 천천히 해야겠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짐을 싸다가 스텐 머그잔 가득 커피를 끓여 소파에 앉았습니다.
텔레비전을 트니 마침 사진가 김중만의 ‘아프리가 기행’을 하는군요.
‘찍사’가 되고 싶은 아줌마도 기념으로 서너 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일부러 흑백으로 찍었습니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이것도 훗날 한 장의 추억이 되겠지요 (아래 사진 왼쪽 귀퉁이에 붕대로 동여맨 상처받은 손가락이 보이는군요. 이 글은 사실 그 녀석을 위로하기 위한 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이 쓰리고 아팠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