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로라 리프먼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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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네가 어디있는지 알고있다.

글쓴이 로라 리프먼

옮긴이 홍현숙

레드박스

 

 

내 이름은 엘리자다. 엘리자베스가 아닌 엘리자.

비록 23년 전 연쇄 살인범과 40일동안 같이 지내다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비록 홀리라는 아주 매력적인 여자아이가 나와 같이 있다가 그에게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이고 연쇄살인범의 손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였었다.

 

 

 

글의 줄거리가 시선을 잡아끈다. 연쇄 살인범의 손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엘리자에게 범인이 23년이나 지나서야 편지를 보낸다. 물론 엘리자는 이전의 이름과 주소를 바꾼지 옛날이다. 사형편결은 났지만 20년동안 살아있는 월터, 기어이 그의 죽음 날짜가 정해지니 살기위해 마지막 몸부림인 격이다. 몇 명이 되는지도 모르는 많은 소녀들을 죽인 연쇄 살인범과 그는 잘못을 뉘우칠만큼 뉘우쳤으니 그런 그에게 협조하라며 그렇지 않다면 그녀의 두 자식들에게 과거를 밝히겠다고 협박까지하는 일명 인권 운동가라는 바버라 라포투니도있다. 기존에 읽은 스릴러와는 그 기준이 틀렸다. 범인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닌, 이미 범죄자는 감옥 안에 있다. 감옥 안에 꼼짝못하는 상태에서 엘리자를 자신이 원하는대로 조종하려고하는 것이다. 책은 중반까지는 가독성이 뛰어났다. 초반의 시점 변화가 현재 엘리자에서 과거의 월트가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으로 전환되어 묘사된다. 월트가 왜 소녀를 죽이게 되는 것인지, 범인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스릴러적 요소는 떨어지기때문에 가독성이 오래가는 부분은 아니었다.

 

월터가 사형을 면하기위해 자신이 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그의 유일하게 살아있는 피해자인 엘리자를 법적 증인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월터는 엘리자를 증인으로 내세워 사형을 면하기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려고한다. 인권 운동가라는 바버라까지 그녀를 협박한다.

 

 

 

만약 그를 돕지않으면,

만약 나를 돕지 않는다면

그녀의 23년 전 과거를 지금 주위 사람들에게 폭로할 거라고.

 

 

 

여러 가정의 평화를 송두리째 없애버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엘리자조차 23년이 지나도 트라우마는 없어지지않는다. 이 모든 것은 연쇄살인범 월터 이 한 사람 때문인 것이다. 작가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묘사를 진행하는데, 여러 사람들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만든다. 10대 소녀 여러명을 죽였으나 사형 당하기 싫어 엘리자를 이용하려는 월터, 과거는 모두 잊고 평범하게 살고싶은 엘리자, 자칭 인권 운동가로 월터의 사형을 면하게 물심양면 도와주는 바버라, 그리고 홀터의 어머니 등 관계는 실처럼 촘촘히 엮어져있으며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엘리자조차 자신의 부모님과 남편, 아이들이 없다면 그렇게까지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부모님은 엘리자를 위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했으며, 그녀를 이해하려했다. 남편은 월터의 편지를 받고 겁을 먹은 아내를 위해 눈에 띄지않게 배려하려한다. 그리고 잠을 잘때 아무리 덥더라도 창문을 열지않는다. 작가는 "사형제도", 즉 "인권"에 대해 말하려고하는 듯했다. 스릴러적 요소로 덮었지만 그녀가 말하려고한 것은 "인권"이다. 사람을 죽인 살인자지만, 시간이 흘러 본인의 범죄를 뉘우치는 자에겐 사형을 하지 않아도되는가. 석방없는 종신형으로 그의 죄를 덮어도 될까? 독자들에게 묻는 듯했다. 난 이렇게 결론을 지었지만,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하냐고. 물론 사람이 사는 환경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이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있을 수도있다. 하지만 같은 인간을 죽일 수가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듯했다. 창문을 열고 닫는 것, 이런 지나친다면 덧없이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작가는 하나 하나 집어내며 소설로 묘사했다. 음. 소설로서는 극적인 부분이 없어 이 부분에서는 다소 약하나,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부분은 흥미있게 봤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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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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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이클 코넬리

김승욱

랜덤하우스 코리아

 

 

  주말동안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을 했다. 이웃님께 받은 책을 읽을까, 혹은 최근작이지만 책장에 고이 잠들어있는 스릴러 소설을 읽을까,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미스터리류를 읽을까. 그러다 고른 책이 <시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책, 많은 수식어가 있는 책 <시인>. 사실 이 책을 읽는 걸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책을 읽다가 다른 책을 소설이 아닌 동화책으로 치부할 것 같은 그러한 두려움. 여태까지 재밌다고 생각한게 다 뒤집어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대단한 소설이다. 픽션이 아닌 사실같은 소설. 이제서야 이 책을 펼쳐든 나에게 원망을하며 책을 읽어내려갔다.

 

 

총 페이지 수가 600페이지에 달한다. 기승전결과 반전, 그리고 스릴러적 요소까지 무엇하나 놓치는 것이 없다. 글은 로키 마운틴 뉴스의 사회부 소속이자 살인사건 기획기사 전문기자인 잭 매커보이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잭은 쌍둥이 형 션의 자살 소식을 듣고 경찰관 자살에 관한 기획 기사를 준비하다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게된다. 그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부분이라 그가 의심하는 것, 인간 관계 등 모든 것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묘사하고 하나 하나 모든 것을 의심한다. 모든 것 하나 믿을 수가 없어 빙글 빙글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말로 <시인>을 읽은 느낌을 적어야할지 솔직히 말하자면 모르겠다. 글의 반전도 반전이지만 세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 글에 감탄만 나올 뿐이다.

 

 

표지 뒷면의 스티븐 킹의 추천서와 5개의 유명 매거진의 글 모두 동의를 한다. 여태까진 뒷면의 추천글을 보면 책을 읽은뒤 부정적 생각을 더 했었지만 이건 그렇지가 않다. 특히 공감이 간 부분은 선데이 타임스의 "만약 당신이 크라임 스릴러 작가를 꿈꾼다면 이 작품의 표현과 테크닉부터 배울 것."이다. 혼란스럽지않은 강렬한 캐릭터들의 개성, 이야기의 전개, 이후의 결과에 미칠 복선, 인물의 감정변화 모두 허투루 버릴 것이 아니다. 이전에 재밌다고 읽었던 책과 이 책을 비교하니 책 읽기 전의 걱정이 딱 맞아떨어져 어떻게 생각해야될지 모르겠다. 이제서야 재밌는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분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더 많은 책을 읽어야 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겠지만, 아직은 읽은 책이 얼마되지않아 입 밖에 내기가 부끄럽다. 스티븐 킹의 "나는 '고전'이라는 말을 가벼이 사용하는 편이 아닌데, <시인>이야말로 고전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 말 그대로다. 놀라운 작품이다. 600여페이지에 기가 눌러지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몰입되어버린 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 책을 시작으로 스릴러에 입문한다면 조금 걱정된다. 여타의 스릴러 작품이 다 이러한 책 같지 않다는 걸 명심하고 봤으면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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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누구? 귀족 탐정 피터 윔지 1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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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누구?

글쓴이 도로시 L. 세이어즈

옮긴이 박현주

시공사

 

  이번에 셜록 홈즈를 영화로 보고나니 그 시대에 지어진(배경이 아닌) 추리 소설이 읽고싶어졌다. 어떤 책을 읽을지 여러모로 찾고있는데, 눈에 띈 것은 최근에 그 세 번째 시리즈가 출간된 ‘귀족 탐정 피터 윔지경’ 시리즈다. 사실 <맹독>을 먼저 읽었는데, 왠지 이 이야기가 3번째이고 첫 번째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에 책장이 쉬이 넘겨지지가 않았다. 그렇게해서 만나게 된 책이 <시체는 누구>이다.

 

  귀족 탐정 피터 윔지경 시리즈라고해서 생각나는 것은 귀족이니 보기 싫게 거만 떨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이거 웬걸?! 뼛 속부터해서 귀족인 피터경 생각보다 허술한 인간이지 않은가?! 하인 번터의 의견을 존중할 줄도 알고...! 번터는 유능한 인물로 나오는데 애서가인 피터경이 예산보다 육십 파운드나 적게 경매에서 책을 산 번터에게 이 육십 파운드는 자네로 인해 생긴 돈이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사준다고한다. 여기의 웃음 포인트는 번터의 대답니다.

 

 

 

“ㅡ이 육십 파운드는 자네 돈이야. 뭘 하고 싶나? 자네 일하는 데 필요한 물건을 살까?

이 아파트 물건 중에 뭐 바꾸고 싶은 거라도 있나?"

-> 아파트 물건 바꾸는 거는 너꺼잖아?ㅋㅋ

“글쎄요, 주인님. 주인님께서 그런 친절을 다 베풀어 주시니....”

하인은 술잔에 숙성된 브랜디를 따르려고 말을 멈췄다.

“솔직히 털어놓게. 번터. 얌전 뺄 필요없어.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알릴 때와 똑같은 투로 말해 봤자 소용없어.

이런, 브랜디를 좀 흘렸군. 목소리는 야곱의 것이로되, 손은 에서의 손이로다. 자네의 근사한 암실에 필요한 게 대체 뭔가?”

보조 렌즈가 달린 이중 비점수차 보정렌즈라는 게 있습니다, 도련님.”

 

-p. 29-

 

크크큭. 이렇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는 피터경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천연덕스러움이란-! 정보원의 임무도 충실히 수행하는 유능한 번터-! 번터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ㅡ

네. 그레이브스 씨. 사는 게 참 힘들어요. 낮에는 주인님 시중을 들고, 밤에는 사진 현상을 한답니다.

여섯시 반부터 열한 시까지 언제든지 원하시면 차를 내 가야하고요. 항상 범죄 수사를 해야 하죠.

정말 놀랍지 않아요? 하릴없는 부자들이 머릿속에 갖고 있는 생각들이란.

 

-p.91-

 

특히 마지막 문장의 하릴없는 “부자들이 머릿속에 갖고 있는 생각들이란.”에 웃음보가 빵 터져버렸다. 이 뿐 아닌 잠시 집을 떠나 요양차 본가에 있는 피터경에게 보낸 전보의 내용도 기가 막힌다. 이 장면은 번터가 피터경이 생각하는 용의자의 하인을 집에 초대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참, 주인님의 술 창고 덕을 많이 봤다는 사실을 덧붙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콕번 68년도 산과 1800년도 산 나폴레옹을 둘 다 꽤 마셨는데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두통이나 숙취가 느껴지지 않더군요.

“이런, 가끔 머빈 번터는 나를 놀리는 것 같단 말이지.”

 

-p.267~268-

 

 

 

 

 

  마치 주인과 하인의 관계가 아닌 것 같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심각한 분위기가 아닌 중간 중간 이 둘의 이야기를 보는 것도 재미나게 진행된다.

 

 

  이렇듯 피터경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꾸밈없고 거만하지않다. 그리고 그의 장광설은 듣는 이로 하여금 정신없게 만드는데 일과견이 있는데, 이는 책을 읽는 이 역시 그렇게 만드는 장점이있다. 어떤 이의 기억을 끄집어 낼때, 빙빙 돌려가면서 말하는 그 장면이란. 본인도 일주일 전의 일은 당연히 기억 못한다며 말했다가 그의 장광설에 휩쓸려 어느새 줄줄 이야기하고있는 것에 놀래 내가 이렇게 기억력이 좋은지 몰랐다, 그런데 왜 xx 관련은 채를 걸러내는 것처럼 다 빠져나가 기억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는 대목을 보고 피터경의 장광설마저 재밌어 보이고 매력있어 보이니 그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생각했다.

 

 

  책에는 사건이 두가지가 나오는데, 그 첫번째는 벌거벗은 시체에 값비싼 황금 코 외알 안경이 시체에 있던 사건이고, 두 번째는 자산가 루벤 레비경의 실종이다. 여기서 벌거벗은 시체가 건축가 팁스씨의 아파트 욕조에서 발견되는데, 팁스씨는 경찰에 끌려가며 윔지경에게 본인의 누명을 벗겨달라며 사건을 의뢰한다. 뜬금없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서 피터경의 친한 친구인 경찰 파커가 있다. 파커와의 대화도 번터와 대화만큼이나 웃음을 준다. 피터경은 본인이 추리한 것을 상세히 설명을 해주며 본인의 일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도 말한다. 여기서 재밌는 부분은 사건을 추리하면서 황금 코 외알 안경의 주인을 찾으러 간 대목이다. 이 대목 역시 피터경은 파커를 본인의 장광설에 정신없이 만들어 놓으며 경찰인 너까지 갈 필요없다고 설득하는 장면이다.(파커는 본인이 경찰인걸 말하며 겁에질리게 만들자는 건데 피터는 거부)

 

 

“하지만 경시청에서 나왔다고 위협해서 크림플셤(외알안경 주인)에게 겁을 줄 수 있을텐데.”

“다 필요 없네. 그 문제에 관해서라면 내가 자네 이름을 들먹이면서 그 자를 겁줄 수도 있어.

사건 수사할 시간을 여기에 낭비하는 셈이 되지 않겠나. 자네도 할 일이 있을 거 아냐.”

“그럼 뭐.”

파커는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있다가 못마땅하다는 듯 다시 말했다.

“왜 내가 가면 안 되나?”

“무슨 소리!”

피터 경이 펄쩍 뛰었다.

“나는 이 사건을 위임받았네. 깊이 존경하고있는 팁스 부인에게서 말일세.

자네를 이 일에 끼워 준 것은 단지 호의해서 나온 행동일 뿐이야.”

파커는 투덜댔다.

 

-p.144~145-

 

 

 

 

  이렇게 귀여울 수 있을까. 엣헴, 나이먹은 어른들을 귀엽다고 표현하면 안되는데, 책을 읽다 이런 깨알같은 장면에 귀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피터경이라는 캐릭터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공작가 막내 아들로 추리하는걸 좋아하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귀족이지만, 전혀 오만하지않고 본인의 감정 표현에 솔직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면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피터경은 정신이 없는 둥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지만 그런 인간적인 부분까지 보여줘 매력적인 탐정이라 느껴진다. 20세기 영국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고. 고전 추리 소설을 찾고 있다면 귀족 탐정 피터 윔지경 시리즈 어떨까.

 

 

 

 

<책 읽었을때 같이 생각난 작품>

 

<증인이 너무 많다> : 피터 윔지경 시리즈 2 
<맹독> : 피터 윔지경 시리즈 3

<프랜차이즈 저택 살인사건> : 고상한 말투로 진행되는 클래식한 추리소설. 글의 분위기와 고상한 말투로 진행되는 서술 방식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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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 바디스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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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 바디스 Warm bodies 

글쓴이 아이작 마리온

옮긴이 박효정

황금가지

-블랙로맨스클럽-

 

 

 좀비 로맨스다. 참 희안하다. 하긴 뭐, 뱀파이어 로맨스물인 트와일라잇 시리즈도 있지않은가. 사실 그 작품을 소설이 아닌 영화로 먼저 접했는데 정말 이종족간의 로맨스에 푸-욱 빠져버렸다. 뱀파이어야 보통의 인간보다 힘이 세고 모두들 선남 선녀인데다가 잘생기고 예쁘니 말을 잘 못하더라도 좋아보이던데, 그런데 이번엔 좀비 로맨스라니 괜찮을까 걱정부터 일었다. 좀비는 뱀파이어와는달리 비틀거리며 걸어 다니는데다가 으어 으어하는 괴물아닌가. 호기심을 간신히 눌러담고 책을 펼쳤다.

 

<겉표지 벗겨낸 후>

 

  주인공 좀비 R은 좀비긴 하지만 부패가 많이 진행되어 있지 않은 좀비다. 좀비답게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글 초반엔 인간을 잡아먹으려는 본능이 강하게 나온다. 인간 자체를 잡아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뇌’를 먹고자하는 욕망이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가 맛있어서 먹는 것이 아닌, 비록 30여초에 불과하지만 뇌 주인의 기억을 볼 수가 있어서 마치 본인의 기억인 듯한 그 기분에 먹는 것이다. 여기서의 좀비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으어 으어가아닌 어눌하지만 인간의 말로 띄엄 띄엄 소통도한다. 그리고 본인이 시체라는 걸, 좀비라는 걸 인식한다. 이 주인공 R이라는 철학자 좀비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싶어하지만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은 나지 않고 R이라는 앞글자만 기억이나 본인을 R이라고 지칭한다.

 

 나는 죽었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다. 지금은 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나가는 중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소개할 수 없어 유감이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 이름이 없다.

-

내 친구 'M'은 좀비가 되는 것의 아이러니란, 모든 것이 우습지만 썩어서 떨어져

나간 입술 때문에 웃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p. 15

 

<틈틈이 이런 그림이 나온다>

 

  언제나 그랬듯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인간을 습격한다. 페리라는 남자의 뇌 한 입을 베어물고 죽이려던 여자아이를 죽이지 않고 좀비인 척 그녀의 몸에 좀비의 피를 바르고 자기들이 사는 곳으로 데려온다. 페리의 기억으로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졸리에게-. 이렇게 R은 좀비와 인간 사이의 메울 수 없는 벽을 자꾸만 생각한다. 음, 어려운 말, 그러니까 철학적으로. 줄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좀비 도시에서 그녀를 살리기위해 자신의 집에서 우두머리격인 보니들과 싸워 쫓기듯 도망치고, 혼자 인간들의 도시로 간 졸리를 보고싶어 친구 좀비 M과 다른 좀비들의 도움을 받아 인간인 체하며 인간 도시에 들어가 그녀를 만난다. 어떻게 본다면 팔, 다리가 끊어져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인간을 먹으려는 욕망을 가지고 움직이는 거진 막강한 존재가 아닌가. 포식자라고한다면 포식자의 입장에서 졸리의 남자친구였던 페리를 죽인 죄책감이 그의 머릿속에 되새김질한다. 뇌를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나오는 그의 기억, 머릿 속에서 대화하듯 울리는 페리의 말들과 함께.

 

 

 

  끝이 보이듯 보이지않는 그들의 사랑과 고난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좀비와 인간의 사랑, 죽은 시체인 나를 사랑해달라는 말도 안되는 그의 말에 홀리듯말이다. 특이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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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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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옮긴이 권혁준

해냄

 

 독일 작가의 소설이다. 영미권 스릴러가 주를 이루는 기존의 상황에서 최근 1년 사이에는 영미권만이 아닌 여타 유럽, 독일 등의 작품도 출간되어 읽을 거리가 늘어나 기쁘다. 넬리 노이하우스의 타이누스 시리즈의 대표격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한국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고있고, 스웨덴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비롯하여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까지. 이번에 읽게된 작품은 영화 판권이 먼저 판매되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기에 그 기대가 상당했다.(사실 친한 이웃님의 만점자리 별에 더 기대가 된 작품이다!!)

 

  독일 최고의 범죄 심리학자 이라 자민(女)은 자신이 심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첫째 딸 사라의 자살을 막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자살을 계획한다. 피가 튀는 것을 예상해 사방에 신문지를 깔아 놓기까지 해놓은 이라의 죽기 직전 하고 싶은 것은 레몬맛 나는 다이어트 콜라를 먹는 것이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콜라를 사러나왔다가 라디오 방송국의 인질극에 투입되고만다. 가기 싫다고 징징댔다가 수갑까지 차서 끌려가기까지한다. 우리의 주인공 이라는 이렇듯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사람이 아닌 최고의 범죄 심리학자지만 딸의 심리조차 파악하지 못해 자살을 막지못했으며 더 나아가 그게 본인의 삶에까지 영향이 끼쳐 현재는 알코올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이런 어떻게 말하자면 망가졌다고도 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인 목구멍에 총을 들이미어넣은 이라의 활약은 걱정이 되면서도 흥미롭기도하다. 라디오 방송국 인질범은 약혼녀를 데려올 때까지 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진행코자한다. 그 게임의 끝은 자신의 약혼녀를 데리고 오기 전까지다. 혹여나 시청자가 게임을 틀리면 틀린 문제당 인질 한 명이 죽는 것이다. 하지만 인질의 목숨을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약혼녀의 행방은 이미 수개월 전에 죽었던 것이다. 이미 죽은 약혼녀를 죽지않았다 주장하는 인질범과 협상하기위해 범죄 현장에 투입된 이라는 협상하려하지만 잘 되지가 않는다. 그야 그럴듯이 상대 인질범은 정신과 의사로 인질과의 협상에 관계된 논문을 몇 개나 발표한 그야말로 인질과의 협상에 관한 능통한 도사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심리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범죄가 일어나는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인질범과 이라의 전화 통화는 공개적으로 청취자들이 듣게 되고, 그 통화는 협상이라기보다는 이라가 다소 이끌려가는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인질범은 이라에 대해 무얼아는지 사라에 대해 먼저 물어보고 이라는 자살한 딸의 치부를 물어보는대로 낱낱이 말한다. 이라 또한 뛰어난 범죄심리학자답게 본인의 치부만 드러내는 것이 아닌 인질범에게도 질문을 건넨다. 인질범과 이라 사이의 민감한 부분이 서로 교환의 형식으로 말해져가는 것이다. 어느 한쪽 방향에서만 이렇지않냐고 타이르는 것이 아닌 전직 정신과 의사인 인질범이 이라를 동조하면서 이끌어내는 부분은 감탄이 나온다. 약혼녀가 정말 죽었는지 그걸 밝혀내는 과정과 긴박감있게 진행되는 사람들의 심리 변화는 진부하게 표현하자면 책에서 손을 놓기, 아니 눈에서 떼기 힘들게 만든다. 작가는 내용을 너무 커다랗게 부풀리지않으며 앞뒤가 들어맞게 진행되게한다. 과하지도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 정말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진행된다.

 

  글의 주 배경인 라디오 방송극도 밀폐된 공간에다, 인질범 한 명을 죽여야하는 상황에서 범인은 위협적이고 사이코패스와 같은 모습에서 평범한 일반인의 모습으로 변해 미안하다며 죽이는 것은 아니라며 총을 발사한다. 왜 약혼녀를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정말 살아있는지 그 여부와 냉철한 사이코패스적인 측면에서 일반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부분까지 미묘한 심리표현까지. 전체적인 내용의 틀과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 어느 것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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