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
로렌조 카르카테라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부머, 데드아이, 핀스, 제로니모, 짐 목사, 콜롬보 부인.

전직 최고 경찰이었던 6인의 등장은 하나같이 심상치않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분명히 사람이 맞는데 그들에게는 나쁜 사람을 가려내는 코를 가지고있다. 코라고 할 수도 있고 육감이라고 할 수도 있고. 전직 경찰이라고 소개한 이유는 경찰 기간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해(엘리베이터 안에서 총격전을 벌여 6~7명은 죽고 혼자 살아남았다거나, 수류탄이 바로 앞에서 터졌거나, 총을 맞았거나, 집에 오는 길에 강도에게 당했거나 등) 불구의 몸이 된 이들이다. 폐에 총알을 맞아 숨 쉬는 것이 힘들거나 다리를 절며 걷는 것 등 그들은 전직 최고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그 때의 감만 살아있는 것 뿐이다. 아무도 이들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 없지만 부머의 친구 딸(12~13세)이 납치당해 찾으면서 알게된 어떤 한 인물을 쫓는다. 그 인물이 일반적인 사람이 아닌 마약 여왕 루시아 카니라는 것이 문제지만 몸은 다쳐도 마음만은 현역 그대로인 6인은 "아파치"라는 그룹을 결성하면서 그들을 쫓게된다.

  사실  나는 추리, 스릴러 소설과 같은 장르 소설을 좋아하고 ​드라마도 수사물, 영화는 액션, 스릴러, 수사물을 좋아해 그 위주로만 보는 장르 편식자이다. 많이 읽었다는 분들에게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긴 하지만 나름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속단하기는 일렀나보다. 아파치를 읽으며 나오는 이야기에 오버 섞이는 말로는 구역질이 올라왔다. 눈쌀이 찌푸려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서 10대 소녀의 실종 뒤 진실은 정말 "구역질"이나더라. 물론 소설 속 이야기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한 책이니 이런 일이 영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소녀의 실종 문제로 시작하는 것이 크게는 마약왕 루시아를 타겟으로 삼는데 이야기 진행이 대범하다.

 

설마, 설마했던 일들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권선징악이라고, 대체적인 내용은 권선징악이 맞지만 이야기 진행 방식은 터프하게 진행되어서 말 한마디 떼는 것이무섭다. 나도 모르게 책의 스포일러를 할 수 있을 듯 하니까.
  아파치는 책을 한 번 잡으면 놓칠 수 없도록 무서운 몰입감을 가지게 만드는데, 이 몰입감은 책의 작은 글씨도(다른 책 대비 작은 글씨) 단점이라 여길 수 없다 생각할 수 있더라. 어느덧 읽고나니 새벽 3시인 걸 보고 다음날을 위해 부랴 부랴 잠들었다. 책을 덮은뒤 책 날개 부분의 작가 소개란을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작가는 기자, TV프로 편집국장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었는데 요즘에는 작품 활동에 매진 중이라 다행이다. 역시나 아파치는 제리 브룩하이머(캐러비안의 해적, CSI 시리즈, 데자뷰 등 제작)가 판권을 획득했다고한다. 어서 영화로 나왔으면! 아니지, 영화도 영화지만 어서 빨리 아파치 속편이 나왔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신 살인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4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문신 살인사건」,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던 책이다. 어떤 책인지 궁금했는데 이번 시공사에서 출판한 작품이 아닌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문신 살인사건」 표지가 기겁할만한 것이라 차마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문신"이라는 소재에 궁금증이 일었지만 왜인지 선뜻 내키지 않았던 책인데 이번에 번역가님도 김선영님으로 바뀌고 책 표지도 훨씬 예쁜 걸로(더 고풍스러운? 딱 그 시대 여성상같은 그림) 바뀌고 출간되어서인지 책을 읽기도 전부터 기대감이 저 하늘 높이까지 오른 작품이었다. 단지 작품 년도가 1948년도 작품이라서 현 시대상과 맞지 않은 부분은 그렇다치지만 요즘의 소설과 비교해서는 기대치가 낮은 건 사실이었다.

 

  다카기 아키미쓰의 「문신 살인사건」, 책 띠지에는 일본 3대 명탐정 '가미즈 교스케'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라는데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 터라 어떤 인물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참. 이번 시공사에서 나온 「문신 살인사건」은 이전 출간된 것과 다른 점은 개정을 거듭할 때마다 다시 쓴 작가의 말을 모두 실었고 다카기 아키미쓰 작품의 미발표 초기 단편인 「어둠 속에 열린 창문」도 수록되어있다는 점이 다르다. 소장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별 백만개-!

 

  작품은 당시 일본 전쟁의 패전 이후의 뒤숭숭한 시대가 배경이다. '문신'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가지고 어떤 글을 쓸까 싶었는데 첫 장은 문신에 대해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문신 살인사건이 일어난 때 문신 표본을 수집한 박사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 때 당시의 문신에 대한 시선, 그리고 문신 살인 사건의 배경에 대한 간략한 설명글로 소개를 하니 비로소 이야기는 시작인 것을 알린다. 책에서는 밀실 살인이 등장한다. 작가가 사건에 대해 그림으로 집 도면을 그리기도했고 관찰자의 눈을 빌어 이 사건의 트릭을 파헤쳐보라는 듯 독자에게 도전장을 날리기도한다. 사건은 미궁에 빠졌을때 가미즈 교스케가 등장한다.

 

   가미즈 교스케를 보자니 셜록을 떠오르기도한다. 천재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사건을 파헤쳐 다닐때 입은 옷이 양장이라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청년인 가미즈는 그간 파헤쳐내지 못한 사건을 눈으로 직접 보고 발로 돌아다니며 용의자들과 이야기하며 범인을 색출해낸다.

  사실 범인은 누구인지 짐작은 갔지만 트릭은 맞추질 못했다. (나로써는 용의자를 맞추는 것만해도 만족하지만!) 그렇지만 초반부터 가미즈가 등장하지 않고 그나마 일반인이라면 일반인이라 할 수 있는 마쓰시타의 입장에서 사건의 전반적인 흐름을 같이 보다가 사건 해결을 가미즈가 하는 형식이었는데 사건 추리에 있어 막히는 부분을 속 시원히 뚫어주니 이것도 읽는대로 좋았다. 책을 덮으며 가미즈가 나온 책 없을까싶었는데 「문신 살인사건」 외에도 「유괴」, 「파계재판」, 「대낮의 사각」이 한국에서 출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략 검색해보니 가미즈가 또 나오지는 않은 듯해 약간 아쉽진 하지만, 그래도 「문신살인사건」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밌어서인지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요 몇년간 즐겨 읽던 장르 소설 읽기를 등한시했던 나에게 「페이스 오프」가 출간된다는 말에는 눈이 번쩍 뜨일 수 밖에 없었다. 장르 소설을 좋아한다지만 그렇게 많은 작가의 책은 읽지는 않아서 아는 작가라고는 몇몇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기대가되는! 아니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책이 「페이스 오프」이다.

  아직 전권을 모으진 않았지만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 ​데니스 루헤인의 패트릭 켄지가 한 팀이 되었다는 문장부터가 책을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단편 소설의 그 짧막한 호흡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각 소설 속 주인공들끼리의 대결 구도는 스릴러 소설을 읽는 이라면 누구든 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것이  「페이스 오프」의 첫 인상이다.

  책엔 무려 단편 소설 12개로 이루어져있다. 두 명의 작가가 두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각각이 매력있게 그려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호흡을 조절해가며 읽을 정도였다. 사실 해리 보슈와 패트릭 켄지의 만남은 아쉬운 면이 더 많았지만! 가장 유명한 이들을 책띠지에서는 강조를 했는데 다른 주인공들을 모르는 상태에서 접한 터라 걱정도 앞섰다. 내가 아는 이들은 몇 명이 채 되지 않는데 소설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어떻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각 단편마다 앞 부분에 주인공들을 간단히 소개란이 있어 다행이었다. 정말 이 부분은 신의 한수인듯-!

  전직 군인 출신의 이들이 나와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부분에선 다시금 두근거림을 느꼈고, 스릴러 소설에서는 빠질 수 없는 변호사, 검사들의 법정에서의 칼없는 전투씬도 멋뜨러지게 그려졌다.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의 이야기는 너무 짧아 실망감을 안겨줬다면 그 실망감은 제프리 디버와 존 샌드포드가 채워줬다. 제프리 디버! 링컨 라임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작가의 다른 주인공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가 나오는 책들도 신나게 봤기에 어떨지 궁금했는데 다른 작가 존 샌드포드의 소설 스타일은 어떤지 몰라 긴가 민가했었는데 역시나-! 긴가 민가는 무슨, 단순히 재밌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쉬울 정도이다. 존 샌드포드의 소설 주인공 루카스 데븐포트도 매력적인 인물이더라.

  참, 마이클 코넬리&데니스 루헤인의  「야간 비행」을 실망했다고 표현은 했지만 그 재미라는 측면에서 실망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좋아하는 인물들이 한 공간에서 활약을 하니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램에서 나온 말이니 실망이라는 단어를 보고 책을 읽을지, 말지를 정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라 언급한다.

  모르는 인물들이 많이 나왔지만 굳이 형사, 탐정, 변호사, 검사 등 이러한 류의 인물들이 나오는 것만이 아닌 초자연적인 소재가 나오는 이야기도 있기도하다. 한 권의 책 속의 12가지의 단편들은 제각기 여러 색을 뿜어내며 뽐낸다. 각 소설들의 주인공이 나오지만 번잡스럽지않게, 주인공들의 매력을 한껏 살리며 사건을 해결한다. 이건 추천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정말 올해의, 그러니까 2015년의 스릴러 소설 읽어야되는 책은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주저없이 고를테다.  「페이스 오프」​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 그대로다. 책은 간단히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 책이다. 아니, 이 말을 빼먹으면 안되지. "잘 짜여진"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표지엔 칼과 시계, 법봉, 권총이 그려져있다. 각각이 상징하는 것이 있는데 칼과 권총은 범행에 쓰인 흉기, 시계는 공소시효, 법봉은 판결, 법을 의미한다. 책의 내용과 딱 어울러져 상징적인 것으로 그려 넣은 것이 절묘하게 들어맞다.

 

「검찰측죄인」은 말 그대로이다. 탄탄대로를 걷고있는 모가와 검사와 검사가 된지 4~5년밖에 되지않은 신출내기 오키노 검사의 이야기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아니, 무엇일까의 작가의 물음이 등장인물을 통해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묻기도한다. 과거에 살인을 저질렀지만 공소 시효가 지나 처벌받을 수 없는 이, 마쓰쿠라를 모가와는 용서할 수 없다. 대학 시절 귀여워했던 기숙사 관리인의 딸 유키를 살해했지만 유유히 빠져나간 이가 마쓰쿠라이기 때문이다. 모가와는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기위해 지금이 기회다 생각하고 마쓰쿠라를 노부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만들어 처벌받지 못한 과거의 죗값을 치르게 하려한다. 하나의 거짓말로 시작한 것이 빗방울이 옷깃에 떨어지는 것처럼 점차적으로 늘어난다. 마쓰쿠라를 몇 번이고 심문 후 그가 범인이 아닐 거라 생각하는 오카와는 취조하다 자신의 생각과 어긋난 현실에 실망하며 검사직을 관두고 마쓰쿠라의 무죄를 밝히기위해 그의 편에 서는 것이 제 2막인 셈이다.


  이야기는 1막에서의 주인공은 모가와로, 2막에서의 주인공은 오키노로 볼 수 있고 각 막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진행되는데 이것이 참 흥미롭다. 마쓰쿠라를 범인으로 꾸미기위해 어떤 일을 저지르게되는 모가와의 행동이 과하다는 생각이 없잖아들지만(굳이 그런 쓰레기를 잡아들이기위해 본인의 안정적인 삶을 포기해야 할 정도인가 싶고), 그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지는 않다. 또 모가와를 존경하는 제자 오킨코의 이야기도 맞긴 하지만... 글쎄. 그의 행동에 결국 승자는 누구였을까라는 씁쓸한 물음만이 남는다.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모가와와 오키노, 공소 시효가 지나 살인 고백을 한 마쓰쿠라, 법이라는 것은 참 이상하기도하다. 왜 악한 자를 승자처럼 만들어놓았는지. 벌을 받아야되나 시간이 지나면 살인도 무죄가 다는 건가. 참 개떡같은 일도 다 있다. 이런 것이 현실이라는 것에 한숨이 나온다.

 

「검찰측죄인」은 사회 고발적인 내용으로 어찌보면 이야기의 흐름은 예상한대로 흘러간다 볼 수 있는데, 작가의 필력이 전혀 지루한 감을 주지 않게 만들었다. 마음을 울리게 만들었다. 작가의 이름 기억해 두어야겠다. 몇 달 전 재미나게 본 드라마 「펀치」처럼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면하는 것이 바램이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던 모양이군. 가끔 그런 사건이 있어. 범인 입장에서 보면 악운이 세다고 할까. 목격자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쓸모 있는 지문이 채취되지 않는다거나, 모두 악운이지."

-p. 164

 

"저는 그런 변호 활동을 하면서 검찰이 정말로 비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들은 원래 정의의 편에 선 조직이죠. 하지만 때때로 정의를 등에 업고 점찍은 상대를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때려눕히려고 합니다. 일단 폭주함녀 그 상대가 죄를 지었든 짓지 않았든 상관없어요. 권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목적이 됩니다. 그 순간 공권력은 악으로 변하는 거죠."

-p.458

 

정의란 이렇게 삐뚤삐뚤하고, 이렇게나 애매모호한 것인가.

-p.5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몇 년 전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전에는 책을 잘 안 읽다가 스릴러류를 읽게 시작하게 해준 책이 몇 권 있었는데 그 책 중 하나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 할 정도로 충격 받았던 것이 다시금 떠오른다. 요즘 육아를 핑계로 책을 잘 안 읽다가 한 권, 두 권 서서히 책을 읽고있는데 또 그 중 하나가 넬레 노이하우스이 책이라니. 아이러니하다고나 할까.

  벌써금 넬레 아주머니의 책이 7번째라니 감회가 새롭다. 백.공을 읽고나서 넬레 아주머니 책을 다 모으겠다 혼자 호언장담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책꽂이에 있는 건 「바람을 뿌리는 자」​,「너무 친한 친구들」을 포함하여 총 세 권이다. 사실 백.공의 엄청난 인기 이후 넬레의 백공 이전의 작품들도 출간이 된 터라 백공만큼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었었는데, 이번의 「산 자와 죽은 자」는 정말 마음에 든다, 아니 그 이상이다.

  사실 「산 자와 죽은 자」는 가제본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아, 정말 책을 읽으며 이후의 내용이 궁금하다는 느낌을 오랫만에 받았다. 그 느낌에 영화, 드라마보다 책을 읽었는데,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읽는 걸 멀리했었는데 그런 내가 야속할 정도이다.

편안한 포켓스프링 매트리스, 따뜻한 오리털 이불, 부드러운 다마스크 천으로 된 침대보, 눈 튀어나오게 비싼 샤워젤, 보송보송 부드러운 수건, 섬유유연제 향기가 나는 속옷. 그는 거품을 잔뜩 내어 면도를 했다. 감옥에서는 이런 호사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오늘 저녁 모든 게 끝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흘 뒤, 아니면 2주일 뒤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불확실성은 그를 흥분시켰다. 이렇게 신경을 간질이는 듯한 스릴은 오랜만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가 그 일을 곡 해야만 했기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현상일 뿐이다. 그들에게 다른 방법은 도통 먹히질 않았다. 그들은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도 몰랐고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고 반성도 하지 않았다. 단 한 사람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가 반성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려는 것이다.

-p.210

산 자는 벌을 받을 것이고 죽은 자는 원을 풀 것이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책 뒷면​

  넬레의 소설은 주인공들이 꽤나 많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인물들이 따로 놀지 않는 것이다. 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데 타우누스 시리즈에서는 피아 형사와 보덴슈타인 반장이 주인공으로 그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피아와 보덴슈타인 반장의 결혼과 이혼, 일, 일로 인한 연인과의 갈등, 일 때문에 일어난 심리적 압박 등 이야기는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것만 나오는 것이 아닌 인물들의 개인사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친근감있고 더 반가운 인물들이다.

 

  이번 「산 자와 죽은 자」​에서는 장기 기증 때문에 일어난 이야기이다. 여기서 다른 사건과 다른 점은 사건의 가해자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죽는 것이 아닌 가해자가 아끼는 가족이 죽음을 당한다. 연쇄 살인이라 "살인"이라는 측면에서는 거부감이 일지만 그들이 한 짓도 "살인"과 다를바 없으니 어찌보면 본인이 재판관이라고 생각해서 저지르는 일들이 옳은 것인가 싶기도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안겨준다. 얼마 전에 종영한 OCN의 <나쁜 녀석들>이 생각나기도한다.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 백번을 말한들 그들은 본인이 한 짓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데, 그의 가까운 사람이 죽음을 당하면 그제사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는 걸, 왜 본인은 그런 일을 당한다 생각치 못하는지.

이야기는 스나이퍼의 시선과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시선을 오간다. 오랫만에 넬리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읽어서 작가의 이전 작품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내용 흐름이 더 나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번잡스럽지않고 이야기가 진행이 되고, 전반적인 이야기 마무리도 만족한다. 넬레 아주머니의 읽지 못한 전작품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졌다. 한 번 찾아봐야겠다. 참, 「산 자와 죽은 자」는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